-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94세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이 94세의 나이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의 회장이자 CEO인 그는 3일(현지시간)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오는 연말 CEO직에서 공식 퇴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후임 CEO는 버크셔 비(非)보험 부문을 맡아온 그렉 에이블(Greg Abel)이다. 에이블은 2021년 이미 차기 CEO로 내정된 바 있으며, 이번 발표로 승계가 공식화됐다. 다만 버핏은 회장직은 계속 유지하겠다고 밝혔으며, 해당 직책은 아들 하워드 버핏이 사망할 경우 그에게 승계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버핏은 "그렉은 연말에 CEO가 되어야 하며, 나는 이를 이사회에 명확히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결정을 자녀들에게만 미리 알렸다고 밝혔고, 수천 명의 참석자들은 기립박수로 그의 결정에 화답했다.
전설적 투자자의 발자취
1930년 오마하에서 태어난 버핏은 11세에 처음 주식 투자를 시작했으며, 1965년 위기에 빠졌던 방직업체 버크셔 해서웨이를 인수해 세계적인 투자 지주회사로 키워냈다. 애플, 코카콜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에 대한 장기 투자로 유명하며, 현재 버크셔의 시가총액은 1조 1,000억 달러(약 1,500조 원)에 달한다. 버핏의 개인 자산은 약 1,690억 달러로, 세계 5위 부자다.
버핏은 사업가이자 가치투자의 대명사로, 많은 이들에게 ‘오마하의 현인’이자 투자 철학의 지침서로 통한다.
후계자 그렉 에이블은 누구인가?
후임 CEO인 그렉 에이블은 캐나다 앨버타 출신으로, 버크셔 해서웨이 에너지 CEO 및 비보험 부문 부회장으로 재직 중이다. 그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리더십"을 약속하며 "버크셔의 자율적 경영 문화를 존중하면서도, 필요한 소통과 판단은 적극적으로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버핏은 에이블에 대해 “그는 나보다 더 열심히 일할 준비가 되어 있고, 실제로 여러 면에서 나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평가하며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관세·시장·적자에 대한 발언도 이어져
이번 주주총회에서는 세계 경제와 시장 전망에 대한 버핏의 견해도 이어졌다. 그는 미중 무역 갈등 등 최근 관세 문제에 대해 “무역이 무기가 되어선 안 된다”며 강하게 비판했고, "무역은 협력이지 전쟁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최근 시장의 변동성에 대해 “30~45일 사이의 변동은 극적인 하락장이 아니다”라며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다만 미국의 심각한 재정적자에 대해서는 “지속 불가능하며 결국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경고했다.
버크셔의 분기 영업이익은 14% 감소했으며, 특히 보험 인수 부문은 지난해보다 수익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는 관세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금 쌓아두는 버크셔, 투자 기회 모색 중
버크셔는 현재 약 3,470억 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2024년 말보다 늘어난 수치다. 버핏은 “우리는 언젠가 이 현금을 투자할 곳을 찾을 것”이라며 “무리하게 투자하지 않는 것 또한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매년 정해진 금액을 억지로 투자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고 말했다.
‘자본가들의 우드스탁’…버크셔 주주총회
버크셔 주주총회는 단순한 기업 행사 그 이상이다. 매년 수천 명의 투자자들이 ‘오마하의 신탁’의 말을 듣기 위해 모이며, 현장에서 자회사 제품 및 기념품이 판매되는 등 일종의 축제 분위기 속에 진행된다. 버크셔가 미국 소비 경제의 축소판이라는 말도 과언이 아니다.
버핏은 이번 총회를 통해 자신이 직접 회사를 이끌던 시대의 막을 내릴 것을 공식화했다. 그의 발언은 버크셔의 미래뿐 아니라 글로벌 투자 환경에 있어서도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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