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류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세계적인 학자이자 자연보호론자인 제인 구달 박사가 향년 91세로 세상을 떠났다. 그녀의 연구소는 현지 시각 수요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강연 투어 중이던 구달 박사가 자연사했다고 발표했다.
구달 박사는 1960년 인류학자 루이스 리키의 권유로 탄자니아 곰베 스트림 침팬지 보호구역에 들어서면서 과학계의 흐름을 바꾸었다. 당시 학사 학위조차 없던 26세의 영국 여성은 침팬지들을 번호 대신 이름으로 부르며 그들의 성격과 감정을 기록했다.
이 접근법은 기존 학계의 비판을 받았지만, 침팬지들이 도구를 제작하고 고기를 섭취하며 복잡한 사회적 유대와 감정을 지닌 존재라는 사실을 밝혀내며 인류와 동물 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이는 동물행동학에 혁명을 가져온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국제 사회는 그녀의 업적을 기리며 다양한 영예를 안겼다. 구달은 2002년 유엔 ‘평화의 메신저’로 임명됐고, 2004년 대영제국 훈장을 받았으며, 2025년에는 미국 대통령 자유 훈장을 수여받았다. 유엔은 추모 성명을 통해 “그녀는 지구와 모든 생명체를 위해 쉼 없이 일했고 인류와 자연을 위한 놀라운 유산을 남겼다”고 애도했다.
구달은 연구자로 출발했지만 1986년 아프리카 환경보호 컨퍼런스를 계기로 환경운동가로서의 길을 걸었다. 숲의 파괴와 침팬지의 위기를 목격한 그녀는 제인 구달 연구소를 설립해 보전과 지역사회 협력에 앞장섰으며, 청소년 환경 프로그램 ‘Roots & Shoots(뿌리와 새싹)’을 통해 다음 세대에게 희망과 책임 의식을 전했다.
80대에도 매년 300일 가까이 세계를 누비며 기후변화와 보전 문제를 알렸고, 팬데믹 이후에는 온라인을 통해 메시지를 이어갔다.
그녀의 삶은 과학자의 집요함과 활동가의 열정이 결합된 여정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아프리카와 동물에 매료되어 ‘타잔의 세계’를 꿈꾸던 소녀는 결국 인류가 자연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꾼 혁신가가 되었다. “저는 젊은이들에게 희망과 권한 부여를 주고 싶습니다.”라는 생전의 말처럼, 구달의 유산은 세대를 넘어 울려 퍼지고 있다.
ESG코리아뉴스 인물편은 과거 제인 구달을 조명하며 그녀를 “과학과 인문, 환경보호가 만나는 접점에 선 ESG 인물”로 소개한 바 있다. 이제 세계는 자연을 향한 그녀의 평생의 목소리를 기억하며 남겨진 과제를 이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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