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폴리탄 미술관(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에 의하면 멕시코시티 출신의 건축가 프리다 에스코베도(Frida Escobedo)가 뉴욕 맨해튼에서 전례 없는 두 개의 문화 프로젝트를 이끌며 도시 미술·공연 예술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에스코베도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Met)의 20·21세기 미술을 위한 새 ‘탕 윙(Tang Wing)’ 설계를 맡았을 뿐 아니라, 할렘에 들어설 국립 흑인 극장(National Black Theatre, NBT)의 새 보금자리 설계팀에도 깊이 관여해 지역성과 세계성을 한 번에 드러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새로운 탕 윙(Tang Wing)은 미술관 역사에 중요한 전환점을 알린다. 이번 프로젝트를 이끄는 건축가 에스코베도는 미술관 154년 역사상 처음으로 부속 건물 설계를 맡은 여성 건축가다. 미술관은 이를 위해 민간 기금 5억5천만 달러(약 7,800억 원)를 확보했다고 밝혔으며, 공식 개관은 2030년으로 예정되어 있다. 새 탕 윙은 기존 현대미술관 섹션을 재구성해 전시 공간을 대폭 확장하고, 센트럴파크를 향한 테라스와 격자무늬 외관을 통해 도시와의 조화로운 관계를 드러내는 설계로 주목받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에스코베도의 이력과 작업 방식이다. 그는 대형 사무소를 거치거나 유명 ‘스타 건축가’의 지도를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도시적·사회적 맥락에 민감한 여러 실험적 프로젝트로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런던 서펜타인 파빌리온(2018)에서 보여준 ‘셀로시아(celosia)’ 형태의 다공성 벽과 빛·그림자·물의 연계는 그의 특징적 문법으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소규모·현장성 강한 작업들이 메트의 대규모 프로젝트로 확장되면서 건축계 내부에서도 ‘새로운 스케일에서의 실험’이라는 기대와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미술관 쪽은 에스코베도의 상대적 ‘대형 프로젝트 경험 부족’을 오히려 장점으로 보았다. 미술관의 현대미술 담당 큐레이터는 “대부분의 건축가에게 이 프로젝트는 그들의 ‘가장 큰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며, 실험적이고 개방적인 태도를 가진 설계자가 미술관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에스코베도는 미술관 내부에서 1년간 상주해 직원들과 협업하며 프로젝트에 몰입하는 이례적인 과정을 거쳐 설계를 다듬었다. 이는 ‘미술관 건축’을 단순한 전시 박스가 아닌 관계를 조직하는 건축으로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한편 할렘의 레이 할렘(Ray Harlem) 복합개발에 편입되는 NBT의 새 공간은 지역 커뮤니티와의 밀착을 핵심으로 설계된다. 이 프로젝트는 21층 복합건물의 저층부에 27,000평방피트(758.3평) 규모로 들어서며 250석 규모의 가변형 ‘사원(temple)’과 99석 소극장 등으로 구성되어 2027년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NBT의 리더십은 이번 건축이 바바라 앤 티어(Barbara Ann Teer)가 1968년 ‘해방의 성전’으로 시작한 극장의 유산을 기리되 동네 주민과 예술가 모두를 연결하는 포용적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에스코베도는 할렘의 사적·공적 경계에서 일어나는 생활의 투과성을 설계적 모티프로 삼아 ‘소속감’과 ‘공동체성’을 공간에 담으려 했다.
이들 두 프로젝트는 단순한 건축 공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하나는 세계적 미술관의 역사와 컬렉션을 재정렬하는 ‘중대한 제도적 변화’이고, 다른 하나는 지역 기반의 흑인 문화 기관이 물리적 안정성과 확장성을 확보하는 사례다.
두 현장의 공통점은 ‘건축이 커뮤니티·역사·수용성을 재구성하는 장’이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에스코베도의 접근이 “건축적 특수성이 오히려 미래의 유연성을 가능하게 한다”는 역발상을 실천한다고 평가한다.
물론 도전도 적지 않다. 대형 프로젝트 경험이 적은 디자이너가 역사 깊은 기관과 거대한 재정·사회적 기대를 동시에 짊어지는 일은 공사 관리 · 규제 승인 · 지역 이해관계 조정 등에서 복잡한 리스크를 동반한다.
그러나 에스코베도의 사례는 동시대 도시 건축이 ‘누가 설계하느냐’의 문제를 넘어 ‘누구를 위한 공간을 만드는가’라는 질문으로 확장되었음을 보여준다. 뉴욕의 거리와 박물관 복도, 극장의 계단참에서 출발한 작은 관찰들이 결국 도시의 중요한 공공·문화시설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는 점이 이 프로젝트들의 핵심이다.
프리다 에스코베도의 연속된 수주와 설계는 건축계의 세대·성별·지리적 경계를 흔들고 있다. 메트와 할렘은 서로 다른 스케일과 관객을 지녔지만, 두 프로젝트 모두 ‘장소성에 뿌리내린 보편적 경험’을 목표로 삼는다. 앞으로 수년간 이 건축물들이 완성되어 관람객과 주민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그리고 이로 인해 뉴욕의 문화 기관들이 어떤 변화를 맞이할지 주목된다.
BEST 뉴스
-
2026 제4회 한국ESG경영대상 'THE BEST ESG' 시상식 성료... ESG 우수사례 27건 선정
▲ 2026 제4회 한국ESG경영대상 'THE BEST ESG' 전체 수상자와 시상자 및 관계자 단체 사진 [사진=ESG코리아뉴스] (사)한국ESG위원회와 ESG코리아뉴스가 공동 주최하는 '2026 한국ESG경영대상 THE BEST ESG' 시상식이 오늘 5일, 한국언론진흥재단 기자회견장 19층에서 열렸다. ... -
유럽의 품격을 담다… 마포 '밤섬강변연가' 아파트에 들어선 철 단조 예술 게이트
▲ 서울 마포구 밤섬강변연가아파트의 정문 앞에 설치된 철 단조 게이트 [사진=ESG 코리아뉴스] 서울 마포구 밤섬강변연가아파트의 정문 앞에 서면 국내 공동주택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풍경이 펼쳐진다. 검푸른 철재 위에 금빛 장식이 더해진 웅장한 철 단조(Forged Iron) 게... -
세계혈기도연맹, ‘2026년 여름 공동단식’ 성료…몸을 비우고 마음을 채운 2박 3일
▲ 세계혈기도연맹이 경기도 여주시 대신면 송천동에 위치한 혈기도 야외수련장에서 행공 수련을 하고 있다. [사진=세계혈기도연맹] 세계혈기도연맹이 경기도 여주시 대신면 송천동에 위치한 혈기도 야외수련장에서 ‘2026년 여름 세계혈기도연맹 공동단식 프로그램’을 진행했다고 8... -
2026부산국제불교박람회, 체험형 프로그램 강화…108배·명상·사찰음식으로 불교문화 체험
▲ 2026부산국제불교박람회 공식 포스터 [사진=부산국제불교박람회 사무국] 오는 8월 부산에서 열리는 '2026부산국제불교박람회'가 108배와 명상, 사찰음식 등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는 체험형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하며 불교문화를 보다 쉽고 친숙하게 접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 -
오종민 성지고등학교 교육행정실장, 학교급식 자원순환 혁신 공로 인정... 한국ESG경영대상 개인 부문 '특별상' 수상
▲2026 제4회 한국ESG경영대상 'THE BEST ESG' 특별상 개인 부문 오종민 성지고등학교 행정실장 [사진=ESG코리아뉴스] 오종민 성지고등학교 교육행정실장이 학교급식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사용 급식(예비식)을 디지털 기반 자원순환 플랫폼과 연계해 취약계층에게 안전하게 제공하... -
오바마 전 미 대통령, ‘2026 여름 추천 도서’ 공개… “여러분이 즐겨 읽은 책도 추천해 주세요”
▲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여름 휴가철 읽기 좋은 추천 도서 목록 [사진= 버락 오바마 X]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올해도 어김없이 여름 휴가철에 읽기 좋은 추천 도서 목록을 공개하며 대중과의 소통에 나섰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자신의 X ...
전체댓글 0
NEWS TOP 5
실시간뉴스
추천뉴스
사람들
more +-
오바마 “책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꾼다”…인생 바꾼 6권 다시 읽는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에게 깊은 영향을 준 책들을 다시 펼친다... -
UN 인권사무소, 말리 원주민 지도자 우무 디코 조명… “기후 정의와 원주민 권리 향상에 앞장”
유엔 인권사무소(UN Human Rights)가 7일 저녁 공식 X 계정을 통해 말리 출... -
방사능 연구에 바친 삶… 과학계의 거장 ‘마리 퀴리’를 기리며
과학 계정 ‘월드 오브 사이언스(World of Science)’가 7일 공식 X를 통해 19... -
스크린 넘어 세계를 보살피는 연기파 배우, ‘UN 평화대사’ 샤를리즈 테론(Charlize Theron)의 삶과 헌신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이자 인도주의 운동가인 샤를리즈 테론(Cha...
오피니언
more +-
[남재철의 기후&식량안보⑪] 폭염의 시대, 가장 낮은 곳에 시원한 희망을 전하다
올여름도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폭염은 단순히 불쾌한 더위... -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㉕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서 '사전 예방'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사고가 터진 후에야 대책을 마련하는 '사후 약방문' 식의 대응은 오랜 기간 ... -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㉔ 산업별 공정거래법 위반 TOP 8: 우리 업종의 급소는 어디인가
공정거래법은 대한민국 모든 기업에 적용되는 기본 규범이지만, 실제 현장... -
[남재철의 기후&식량안보⑩] 기후가 휘두른 채찍, 복합재난에 대응해야 한다
올여름 지구촌 곳곳에서 기후위기의 새로운 얼굴이 나타나고 있다. 유...
기획 / 탐방
more +-
제5회 한국ESG경영 최고위과정, 홋카이도서 ESG 탐방 프로그램 진행
제5회 한국ESG경영 최고위과정이 지난 14일부터 17일... -
[인공지능 문명 리포트 ⑥] 기계는 왜 거짓말을 할까
인공지능이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대화하는 시대... -
[기계가 일하는 세상 ⑩] 24시간 멈추지 않는 무인 생산라인…공장은 잠들지 않는다
공장은 오랫동안 인간 노동의 상징이었다. 거대한 기계 소리, 반복되는 조립 ... -
[ESG탐방] 지속가능한 도시의 미래를 전시하다… 상하이 도시계획전시관이 보여주는 도시 운영의 방향
상하이 도시계획전시관(Shanghai Urban Planning Exhibition Center)은 상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