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전기차 시장의 왕좌가 바뀌었다. 주인공은 테슬라가 아닌 중국의 BYD다. 한때 일론 머스크가 “경쟁 상대가 아니다”라고 평가절하했던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는 이제 판매량 기준으로 명실상부한 세계 1위에 올랐다.
BYD는 2025년 한 해 동안 순수 전기차 판매량 226만 대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약 28%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기간 테슬라는 차량 인도량이 160만 대로 8.6% 감소하며 2년 연속 역성장을 기록했다. 연간 기준으로 테슬라가 BYD에 판매량에서 완전히 뒤처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욱 주목할 점은 BYD가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를 거의 판매하지 않고도 이 같은 성과를 냈다는 사실이다. 반면 테슬라는 매출의 절반가량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으며, 중국은 테슬라의 두 번째로 큰 시장이다. 해외 언론들은 이를 두고 “글로벌 전기차 산업의 무게 중심이 완전히 중국으로 이동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가격 경쟁을 넘어선 ‘기술 집약형 제조업’의 승리
BYD의 약진은 단순한 저가 공세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해외 경제지와 기술 전문 매체들은 공통적으로 중국이 지난 20여 년간 공대(工大)·과학기술 인재 양성과 산업 생태계 구축에 집중 투자해온 결과가 이제 본격적으로 수확기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한다.
중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전기화학, 배터리 공학, 전력전자, 인공지능, 로봇공학을 전략 산업으로 지정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이공계 인재들이 자동차, 반도체, AI, 로봇 산업으로 유입됐다. BYD의 핵심 경쟁력인 배터리 기술 역시 이런 토대 위에서 성장했다. 블레이드 배터리로 대표되는 자체 배터리 기술은 안전성과 원가 경쟁력에서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해외 분석가들은 “BYD는 더 이상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배터리·전력전자·소프트웨어를 통합한 종합 공학 기업”이라고 평가한다. 이는 전통 완성차 기업이나 테슬라와도 다른 지점이다.
자율주행·로봇·국방까지…확장되는 중국의 기술 패권
전기차 경쟁은 중국 기술력의 단면일 뿐이다. 같은 흐름은 자율주행, 로봇, 국방 기술 전반에서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 자율주행 분야에서 이미 도시 단위의 대규모 실증을 수년간 진행해 왔다. 바이두, 화웨이, 샤오미 등 IT·제조 대기업들이 차량용 AI, 센서 융합, 차량 운영체제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테슬라가 여전히 ‘완전자율주행(FSD)’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는 사이, 중국은 제한적이지만 실제 도로 기반 무인주행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로봇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산업용 로봇 점유율에서 이미 세계 최대 시장이며, 최근에는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일부 해외 군사·안보 전문 매체들은 중국의 로봇·AI 기술이 민간을 넘어 국방 영역과 빠르게 결합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무인기, 자율 이동체, AI 지휘 통제 시스템 등은 이미 중국 국방 기술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이 모든 흐름의 공통점은 기초과학과 공학 인력에 대한 장기 투자다. 중국은 수십 년간 “눈에 띄지 않지만 지속적인” 방식으로 공대 중심의 국가 전략을 추진해 왔고, 그 성과가 이제 산업 전반에서 동시에 폭발하고 있다는 평가다.
테슬라의 위기, 그리고 시장의 시선은 ‘미래’로
물론 테슬라가 곧바로 몰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테슬라 주가는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로보택시와 휴머노이드 로봇 등 미래 사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탱되고 있다. 그러나 해외 투자은행들은 “테슬라는 이제 전기차 시장의 절대 강자가 아니라, 여러 강자 중 하나가 됐다”고 진단한다.
BYD 역시 중국 내 경쟁 심화와 수익성 하락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중국 시장에는 150개에 달하는 자동차 브랜드와 수십 개의 전기차 업체가 경쟁 중이며, 지리·리프모터·샤오미 같은 신흥 세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YD가 세계 1위에 올랐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는 변화의 신호다.
전기차를 넘어, ‘중국 공학의 시대’
해외 주요 언론들은 이번 전기차 왕좌 교체를 단순한 기업 간 경쟁 결과가 아니라 국가 단위의 산업 전략 성과로 해석한다. 전기차, 자율주행, 로봇, 국방 기술로 이어지는 중국의 기술 확장은 모두 같은 질문을 던진다.
“누가 더 오래, 더 체계적으로 공학과 과학에 투자해 왔는가.”
BYD의 1위 등극은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일 뿐이다. 세계 산업 지형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는 이미 충분히 분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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