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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사람들 ㊳] 도시와 폐기물에서 기후 해법을 찾다… COP31 기후 고위급 챔피언 사메드 아기르바시(Samed Ağırbaş)

  • 김지원 기자
  • 입력 2026.02.03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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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후 행동은 회의장이 아니라 ‘현장’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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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P31 기후 고위급 챔피언 사메드 아기르바시(Samed Ağırbaş) [사진=unfccc]

 

유엔 기후협약 당사국총회(COP)는 흔히 외교관과 협상가들의 무대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2026년 1월 COP31 의장국 터키가 기후 고위급 챔피언(High-Level Climate Champion)으로 사메드 아기르바시(Samed Ağırbaş)를 지명하며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다.


기후 진전의 다음 단계는 정책 문서가 아니라 도시, 지역사회, 기업, 시민의 일상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기후 고위급 챔피언은 각국 정부가 파리협정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도시와 기업, 금융기관, 시민사회 등 다양한 비국가 행위자들의 참여와 협력을 이끄는 역할을 맡는다. 사메드 아기르바시는 2026년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릴 COP31을 앞두고, 의장국과 함께 글로벌 기후 행동 의제(Global Climate Action Agenda)를 이끌 핵심 인물로 주목받고 있다.


도시는 배출의 원인이자, 해답이기도 하다


아기르바시의 경력은 전형적인 기후 외교관의 이력과는 다르다. 그는 협상 테이블보다 도시 행정, 청년 조직, 폐기물 관리 현장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현재 그는 터키 제로 웨이스트 재단(Zero Waste Foundation) 이사장이자 제로 웨이스트 포럼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재단은 터키 정부가 추진한 국가 차원의 제로웨이스트 전략을 시민, 기업, 국제기구와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해왔다.


플라스틱과 생활폐기물 문제를 단순한 환경 이슈가 아닌 도시 회복력, 자원 안보, 기후 완화의 문제로 재정의한 것이다.


그는 또한 이스탄불 대도시 청년총회와 UN-Habitat에서 리더십 역할을 맡으며, 지속가능한 도시 설계와 청년 기업가 정신을 연결하는 프로젝트들을 이끌어 왔다.


아기르바시가 반복해서 강조해온 메시지는 명확하다.

“도시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70% 이상을 차지하지만, 동시에 가장 빠르게 변화를 만들 수 있는 공간이다.”


글로벌 기후 행동 의제, ‘자발적 행동’을 제도 안으로 끌어들이다


그가 맡게 될 핵심 무대는 글로벌 기후 행동 의제(Global Climate Action Agenda)이다. 이는 마라케시 글로벌 기후 행동 파트너십(Marrakech Partnership for Global Climate Action)을 통해 정부 간 협상과 별도로 진행되어 온 수천 개의 자발적 기후 행동을 유엔 공식 기후 프로세스와 연결하는 장치다.


COP30에서 이 행동 의제는 이미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었다. 청정에너지, 산림, 식량 시스템, 도시,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400개의 핵심 기후 이니셔티브가 하나의 틀로 통합되었고, 120개의 기후 해결책 가속화 계획이 새롭게 발표됐다. 특히 에너지 그리드와 저장 분야에서는 1조 달러 규모의 투자 파이프라인이 마련되었으며, 열대림 보호를 위한 67억 달러 규모의 신규 금융 메커니즘도 구축됐다. 또한 수억 명의 시민을 홍수와 가뭄, 대기오염으로부터 보호하는 도시 회복력 프로그램이 추진되며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냈다.


COP30 기후 고위급 챔피언이었던 단스 이오슈페(Dans Iosupe)는 이에 대해 “기후 행동이 실물 경제의 속도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평가했으며, 아기르바시는 이러한 흐름을 COP31까지 이어가야 할 중요한 책임을 맡게 되었다.


제로 웨이스트에서 기후 전략으로


아기르바시의 강점은 폐기물 문제를 기후 전략의 중심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이다.

폐기물은 종종 기후 논의에서 주변부로 밀려난다. 그러나 매립지에서 발생하는 메탄, 일회용 플라스틱의 화석연료 의존성, 도시 인프라의 비효율은 모두 기후 위기의 구조적 원인이다.


유엔 기후변화 사무국(UNFCCC) 사무총장 사이먼 스틸은 그의 임명을 두고 이렇게 평가했다.


“아기르바시는 UN-Habitat에서의 다자 경험과 제로 웨이스트 재단을 통한 민간·자선 부문 리더십을 결합한 인물이다. 이는 기후 행동을 사람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생활 수준, 건강, 에너지 접근성, 경제 성장과 연결하는 데 결정적이다.” 이는 기후 담론의 중심을 ‘톤수 감축’에서 ‘삶의 질’로 이동시키는 접근이기도 하다.


COP31이 던질 질문


COP31은 개별 기술 목표를 넘어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각국 정부가 내놓은 약속은 과연 충분한지, 그리고 그 약속을 누가,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실행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본격적으로 제기될 것이다.


아기르바시의 역할은 바로 그 실행의 주체들을 하나의 테이블로 모으는 데 있다. 도시의 시장과 중소기업, 투자자, 시민단체, 청년 조직이 기후 협상의 주변에 머무는 존재가 아니라 핵심 행위자로 자리 잡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는 기후 고위급 챔피언 제도가 처음 도입된 2015년 파리 COP의 취지를, 10년이 지난 오늘의 현실 속에서 다시 살아 움직이게 하고 있다.


기후 위기는 ‘생활의 문제’다


기후 과학은 이미 충분한 데이터와 근거를 제시해 왔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를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일이다. 사메드 아기르바시는 그 행동이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도시의 쓰레기 관리 방식과 건물 설계, 지역 경제의 구조, 그리고 청년들의 일자리에서부터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기후 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그는 “우리는 언제까지 기후 행동을 협상의 언어로만 이야기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COP31에서 이 질문은 안탈리아의 회의장을 넘어, 도시와 지역사회 한가운데를 향해 전달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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