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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사람들 ㊸] 자연을 자산으로 본 경제학자 파르타 다스굽타(Partha Dasgupta)... 성장의 공식을 다시 쓰다

  • 김지원 기자
  • 입력 2026.03.22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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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을 자산으로 본 경제학자 파르타 다스굽타(Partha Dasgupta) [사진=UNEP]


보이지 않는 자산을 드러낸 경제학


영국 재무부가 2019년 한 경제학자에게 특별한 연구를 의뢰했다. 대상은 생물다양성, 주제는 자연의 경제적 가치였다. 금융 정책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가 자연을 경제 분석의 중심에 놓고 연구를 발주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 연구를 맡은 인물이 바로 파르타 다스굽타다.


그가 이끈 연구는 약 18개월에 걸쳐 진행됐고, 2021년 『The Economics of Biodiversity: The Dasgupta Review』로 발표됐다. 이 보고서는 기존 경제학이 놓치고 있던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경제는 무엇 위에 존재하는가.


성장은 이어졌지만, 기반은 무너지고 있다


보고서는 현재의 경제성장이 자연에 막대한 비용을 전가해 왔음을 지적한다. 인간은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 자원을 소비하고 있으며, 현재의 생활 수준을 유지하려면 약 1.6개의 지구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제시된다.


문제는 이 과정이 경제 시스템 안에서는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GDP 성장률, 투자, 고용 지표는 꾸준히 증가해 왔지만, 생태계의 붕괴와 자연자본의 감소는 공식적인 경제 지표에 반영되지 않는다.


다스굽타는 이를 두고 “경제의 문법 자체가 자연을 고려하지 않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곧, 지금의 성장이 실질적인 부의 증가가 아니라 자연 기반을 소모하며 만들어낸 착시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자연을 ‘자산’으로 보는 전환


다스굽타 보고서는 자연을 더 이상 단순한 자원으로 보아서는 안 되며, 경제 시스템을 지탱하는 ‘자본’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숲과 습지, 해양과 토양은 그 자체로 존재하는 환경이 아니라, 탄소를 흡수하고 기후를 조절하며 물을 정화하고 순환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작물의 수분을 돕고 생태계를 유지하며, 토양을 생성하고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는 등 인간의 삶과 경제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이러한 자연의 기능은 사실상 모든 경제 활동의 전제 조건에 해당하지만, 현재의 국가 재무제표나 주요 경제 지표에는 거의 반영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자연의 가치가 과소평가되거나 소모 가능한 대상으로 취급되며, 이는 장기적으로 경제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까지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 따라서 자연을 자본으로 인식하고 그 가치를 측정하고 반영하는 새로운 경제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 보고서의 핵심 메시지다.


그 결과, 자연은 ‘공짜 자산’처럼 취급되며 과잉 이용과 파괴가 반복된다.


자연자본 회계(Natural Capital Accounting)는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시도다. 자연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가치를 계량화해 정책과 투자 판단에 반영하려는 접근이다.


GDP를 넘어 ‘포용적 부’로


다스굽타는 기존의 GDP 중심 경제 지표가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며, 오히려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왜곡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GDP는 생산과 소비의 규모를 측정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자연의 훼손이나 사회적 신뢰의 약화처럼 장기적인 손실은 반영하지 못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그는 국가의 부를 보다 입체적으로 평가하는 ‘포용적 부(Inclusive Wealth)’ 개념을 제시한다. 이는 생산자본(인프라와 설비), 인적자본(교육과 기술), 사회자본(제도와 신뢰), 자연자본(환경과 생태계)이라는 네 가지 요소를 함께 고려해 국가의 실질적인 부를 측정하는 접근이다.


유엔이 개발한 포용적 부 지수에 따르면, 1992년부터 2019년까지 전 세계 GDP는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자연자본의 감소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실제 부의 증가 속도는 그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제 성장의 이면에서 자연이 빠르게 소모되고 있음을 의미하며, 단순한 성장 지표만으로는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 수준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결국 다스굽타가 강조하는 것은 경제의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 자체를 재설정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이는 성장의 방향이 지속가능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임계점에 다가선 생태계


보고서는 산호초와 열대우림 등 핵심 생태계가 이미 붕괴 임계점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이러한 생태계는 단순한 자연환경이 아니라 식량 생산을 지탱하고 기후를 안정시키며 인간의 삶을 유지하는 기반이다. 따라서 이 시스템이 무너지면 특정 지역이나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식량 공급망과 기후 시스템, 나아가 인간의 생활 전반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처럼 자연의 붕괴는 더 이상 환경 문제에 머물지 않고 경제 시스템 전반의 리스크로 확장되고 있다. 이는 기후위기 대응, 생물다양성 보전, ESG 경영이 각각 분리된 의제가 아니라 하나의 구조 속에서 통합적으로 이해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결국 자연의 안정성은 곧 경제의 안정성과 직결되며, 이를 반영한 새로운 정책과 경영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ESG 관점에서 본 다스굽타의 의미


다스굽타의 접근은 ESG 관점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제공한다.


환경(Environment) 측면에서는 자연을 비용이 아닌 자산으로 인식하게 하며, 보존과 복원이 경제적 가치로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회(Social) 측면에서는 자연자본 감소가 빈곤, 식량 문제, 지역 불균형과 직결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지속가능한 발전의 기반을 재정의한다.


지배구조(Governance) 측면에서는 국가와 기업이 의사결정을 할 때 자연자본을 포함한 통합적 회계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한다.


이는 ESG가 단순한 평가 기준이 아니라 경제 시스템 자체를 재설계하는 프레임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경제를 다시 쓰는 일


다스굽타는 경제를 자연과 분리된 독립적인 체계로 보지 않는다. 그는 이를 하나의 ‘직조된 구조(tapestry)’로 설명하며, 수많은 생태적 과정이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서로 얽혀 인간 사회를 지탱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 관점에서 경제는 자연 위에 구축된 하위 시스템이며, 자연의 변화와 한계를 벗어나 존재할 수 없는 구조다. 그의 문제 제기는 단순하지만 근본적이다. 우리는 무엇을 측정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라는 질문은 기존 경제 시스템의 전제를 다시 점검하게 만든다.


이 질문은 단순한 학술적 논의를 넘어 정책과 산업, 금융의 방향을 바꾸는 출발점이 된다. 보이지 않는 자연의 기반을 경제적 의사결정에 포함시키지 않는 한, 성장의 지표는 현실을 왜곡할 수밖에 없다. 프리토리아의 실험실에서 플라스틱을 재설계하는 시도가 순환경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면, 다스굽타의 연구는 그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경제 시스템 자체를 재구성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제기한다.


결국 그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자연을 고려하지 않는 성장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으며, 자연을 자산으로 인식하는 순간 경제의 기준과 방향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한 환경 보호의 차원을 넘어, 경제의 근본 구조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요구로 이어진다.


보이지 않던 기반을 드러내는 일.


그것이 다스굽타가 경제학에 남긴 가장 중요한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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