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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문화를 읽다 ⑭] 알고리즘과 인간 사이… 휘트니 비엔날레가 던진 현대미술의 질문

  • 권민정 기자
  • 입력 2026.03.24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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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뉴욕의 휘트니 미술관( Whitney Museum of Art) [사진=Whitney Museum of Art]

 

 미국 뉴욕의 휘트니 미술관에서 개막한 휘트니 비엔날레 2026는 현대미술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둘러싼 논쟁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동시대 미국 미술의 흐름을 조망하는 대표적 플랫폼으로, 특히 기술 기반 예술과 인간 중심 서사 사이의 긴장을 전면에 드러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비엔날레 공식 자료에 따르면 이번 전시는 회화, 조각, 영상, 퍼포먼스는 물론 알고리즘과 데이터 기반 작업까지 폭넓게 포함하며, 동시대 미술이 더 이상 특정 매체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일부 작가들은 생성형 인공지능과 디지털 이미지 프로세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시각 언어의 확장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은 동시에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해외 주요 미술 매체와 평론에서는 일부 작품이 기존 이미지 데이터에 의존해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차용적(derivative)’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창작의 주체가 인간인지, 알고리즘인지에 대한 질문은 단순한 기술 논의를 넘어 예술의 본질에 대한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전혀 다른 방향의 작업들이 주목받는다. 개인의 경험, 지역의 역사, 공동체의 기억을 기반으로 한 작품들은 오히려 기술 중심 흐름과 대비되며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러한 작업들은 관람객에게 ‘누가 말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예술의 진정성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결국 이번 비엔날레는 하나의 결론을 제시하기보다, 서로 다른 두 흐름을 병치함으로써 현대미술의 현재 위치를 보여준다. 기술은 표현의 가능성을 확장시키고 있지만, 동시에 인간의 경험과 서사가 여전히 예술의 중심에 놓여야 한다는 요구도 함께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긴장은 오늘날 글로벌 미술계 전반에서 관찰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은 제작 방식과 유통 구조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지만, 그 속에서 예술이 사회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ESG 관점에서 보면 이 논쟁은 단순한 미학적 문제가 아니다. 기술 기반 예술은 데이터와 플랫폼에 대한 접근성을 전제로 하며, 이는 문화 생산의 구조적 불균형과도 연결된다. 동시에 지역성과 개인 서사를 강조하는 작업은 문화 다양성과 포용성을 확장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결국 현대미술은 환경·사회·거버넌스의 관점에서 ‘누가 만들고,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과 맞닿아 있는 셈이다.


휘트니 비엔날레가 던진 질문은 명확하다.


기술이 예술을 확장하는 순간, 인간은 그 안에서 어떤 위치에 서게 되는가.


뉴욕의 전시장에 놓인 작품들은 그 질문에 대한 단정적인 답을 내리지 않는다. 다만 하나의 방향을 보여준다. 현대미술은 지금, 알고리즘과 인간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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