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 23~25일 스위스 취리히서 개최, 정부 관계자·경제학자·국제 투자자 등 400명 이상 참석 예정
- 투자이민·국가 경쟁력부터 강제이주·무국적 문제까지 글로벌 이동성과 시민권의 미래 조명
국적과 국경이 개인의 삶과 경제적 기회를 결정하던 전통적인 질서가 변화하고 있다.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인구구조 변화, 국가 간 인재 유치 경쟁이 심화하면서 거주권과 시민권은 개인의 이동 자유를 넘어 국가 경쟁력과 국제 자본 흐름을 좌우하는 주요 정책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논의하는 '제20회 글로벌 시민권 콘퍼런스(Global Citizenship Conference)'가 오는 11월 23일부터 25일까지 스위스 취리히의 더 돌더 그랜드(The Dolder Grand) 호텔에서 열린다.
글로벌 투자이민 자문회사 헨리앤파트너스(Henley & Partners)가 주최하는 이번 행사에는 정부 관계자와 경제학자, 국제 투자자, 패밀리오피스 및 자산관리 전문가 등 400명 이상이 참석할 예정이다.
올해로 20회를 맞는 콘퍼런스는 투자 기반 거주권·시민권 제도의 변화와 국제 자본 및 인재 이동, 이민정책의 미래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특히 투자 유치를 위한 국가 간 경쟁과 이민 규제 강화라는 상반된 정책 흐름 속에서 경제성장과 사회적 책임을 조화시킬 방안을 모색한다.
시민권, 출생국의 신분에서 글로벌 이동의 선택지로
지난 20년 동안 투자이민은 일부 고액 자산가를 위한 제한적인 시장에서 국제 자산관리와 국가 경제발전 전략의 한 분야로 확대돼 왔다.
각국 정부는 외국인 투자와 기업가, 숙련된 전문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투자 기반 거주권 및 시민권 취득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개인과 가족 역시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에 대비해 여러 국가에서 거주하거나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헨리앤파트너스 회장 크리스티안 H. 켈린(Christian H. Kälin) 박사는 콘퍼런스 창설 당시의 취지에 대해 출생지가 개인의 미래 가능성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신념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추가적인 거주권과 시민권이 가족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국가에는 인재와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투자 기반 시민권 제도가 확대될수록 경제적 능력에 따른 이동 기회의 격차와 제도의 투명성, 국가의 심사 책임 등에 대한 논의도 중요해지고 있다.
미국·유럽 선진국에서도 해외 거주권 수요 확대
해외 거주권과 시민권에 대한 관심은 정치·경제적 불안정성이 높은 국가에만 국한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헨리앤파트너스가 공개한 최근 10개월간의 자체 고객 자료에 따르면 회사는 100개 이상의 국적을 가진 고객을 대상으로 50개 거주권 및 시민권 취득 프로그램과 관련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전체 신청자의 36%는 이미 출신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 거주하고 있었으며, 미국 국적자는 전체 고객의 약 4분의 1을 차지했다.
고객 신청 건수 기준으로 영국은 6위, 독일은 9위를 기록했다. 프랑스는 기존 36위에서 14위로 상승했으며, 호주와 캐나다도 상위 15개국에 포함됐다. 문의 건수에서는 인도가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이는 헨리앤파트너스의 고객과 문의 자료를 기준으로 한 결과로, 전 세계 시민권 취득 수요 전체를 대표하는 통계는 아니다.
헨리앤파트너스 최고경영자 유르크 슈테펜(Juerg Steffen) 박사는 이러한 현상이 반드시 해외 이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주 여부와 관계없이 장기적인 지정학적 위험과 조세·규제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복수의 거주권과 시민권, 투자 자산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선택이라는 것이다.
인재 유치와 이민 규제 사이…국가 경쟁력의 새로운 과제
이번 콘퍼런스에서는 각국이 직면한 이민정책의 딜레마도 주요 의제로 다뤄진다.
유럽을 비롯한 여러 선진국에서는 이민 증가에 따른 사회적 갈등과 규제 강화 요구가 나타나는 한편, 저출생·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 인재와 기업가, 투자자 유치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들은 국경 관리와 사회적 통합을 강화하면서도 경제활동에 필요한 인적·물적 자본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참석자들은 글로벌 자본과 인구 이동의 변화, 소규모 국가의 투자 유치 전략, 새로운 국제 투자 거점의 부상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한 미국의 국제 투자시장 내 위치와 미국 국민의 해외 거주권·시민권 취득 수요, 글로벌 조세 환경 변화, 가족 단위의 자산관리 및 승계 전략도 주요 논의 대상에 포함된다.
강제이주·무국적 문제까지…이동의 자유와 인권 조명
이번 행사는 투자이민과 자산관리뿐 아니라 강제이주와 무국적 문제도 다룬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국제사회에서 이동의 자유는 경제적 기회의 문제인 동시에 인간의 기본권과도 연결된다. 경제적 여건에 따라 복수의 거주권을 확보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전쟁과 분쟁, 박해 등으로 고향을 떠나야 하는 사람들은 안정적인 법적 지위와 거주 환경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콘퍼런스에서는 이러한 강제이주 문제와 함께 디지털 신원확인 기술, 국경 관리 체계의 변화, 인구구조 및 기술 발전이 국제 이동에 미치는 영향도 살펴볼 예정이다.
특히 디지털 신원확인과 국경 관리 기술의 발전은 행정 효율성을 높일 수 있지만, 개인정보 보호와 차별 방지, 취약계층의 권리 보장이라는 과제도 함께 제기한다.
국가 간 이동을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인권과 사회적 포용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24일 글로벌 시티즌 어워드…국경 넘어 사회적 책임 실천한 인물 조명
콘퍼런스 기간인 11월 24일에는 '글로벌 시티즌 어워드(Global Citizen Award)' 시상식이 열린다.
이 상은 국가의 경계를 넘어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에 대응하며 용기와 헌신을 보여준 인물에게 수여된다.
시상은 스위스에 본부를 둔 비영리단체 안단 재단(Andan Foundation)과 협력해 진행된다. 안단 재단은 난민과 강제이주민의 자립 역량 강화, 사회적 포용, 경제적 기회 확대 등을 지원하는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콘퍼런스는 시민권과 이동성이 단순한 개인의 선택이나 투자 전략을 넘어 국가의 경제정책, 사회적 형평성, 인권 보호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음을 보여주는 논의의 장이 될 전망이다.
다만 투자와 인재 유치의 경제적 효과를 강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동 기회의 불평등과 이민제도의 공정성, 강제이주민의 권리 보호를 어떻게 제도적으로 보장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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