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진의 금융읽기②] 지속가능한 발전, ESG 투자가 열어가는 길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투자를 우리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 긍정적인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
우리 시대 화두에 대한 대답을 찾아서
2023년 (사)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에서 발표한 '2022년 한국 ESG 금융백서'에 따르면, 국내 ESG금융 규모는 2022년 기준으로 1,000조원을 넘겼다고 한다. 비록 국민연금이 외부에 위탁하는 책임투자자산의 대부분이 ESG 워싱(Washing)임을 부인하긴 힘들지만, 국가 예산 655조임을 감안했을 때, ESG금융은 국내 금융시장과 경제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ESG투자는 자산배분과 위험관리 결정에 있어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를 고려하면서 지속가능한 수익을 추구한다.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간주되는 자산 및 업종에 투자를 배제하기도 하고, 청정에너지, 그린테크, 지속가능농업 등 지속가능성에 특화된 테마나 자산에 투자하기도 한다. 나아가 기업의 이슈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면서 기업의 ESG경영을 확대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그 속에서 우리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해답을 찾아가야 한다. 경제적 번영의 그림자 속에 숨겨진 환경 파괴와 사회적 불평등의 문제는 우리에게 금융의 역할에 대해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ESG 투자는 이러한 시대적 질문에 대한 하나의 대답이 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ESG 투자가 지속가능한 발전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 살펴보면서 그 한계와 대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향한 ESG 투자의 실천
우리는 24시간 뉴스 채널, 인터넷, 소셜 미디어가 확산되면서 정보를 실시간으로 쉽게 얻게 됐다. 또 오너가 직원에게 갑질하고, 가맹점주에게 횡포를 부리는 비상식적이고, 부도덕한 기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들의 제품은 시장에서 선택받지 못했고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으로 매출 및 고객이 급감하기도 했다. 기업들은 평판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기업에 투자하는 금융회사들의 투자 결정 및 위험관리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젠 주주가치 극대화라는 전통적인 투자원칙을 넘어서 환경 보호, 사회적 책임, 건전한 지배구조를 중시하는 ESG투자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믿음이 확산됐다.
이제 기후 대응은 미래 세대를 위한 과제가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를 위한 숙제이다. 태풍, 폭염, 한파, 홍수 등 자연재해로 인해 개인의 삶도 변화되지만, 금융기관의 재정적 부담도 크게 증가하는 추세이다. 글로벌 재보험사 스위스리(Swiss Re)는 2023년 3월 보고서에서 2022년 자연재해로 인한 전 세계 보험손실액은 약 164조 2,248억원으로 30년 전보다 2.5배 증가했다고 분석한 바 있다.
환경(E) 측면에서 재생 가능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업 및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는 기후 위기를 극복하려는 싸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소나 풍력 발전 프로젝트에 자금을 제공함으로써, 청정 에너지의 생산을 늘리고 화석 연료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2022년 한국 ESG 금융백서'에 따르면, 한국의 ESG펀드 시장은 2차 전지, 수소에너지, 배터리 등 미래 에너지 관련 ETF를 중심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ESG공모펀드 10개 중 7개가 환경 관련 상품에 집중되어 있으며, ESG보험과 ESG카드도 환경 관련 상품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유럽연합을 비롯한 각국은 탄소 배출을 감소시킨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재생 가능 에너지 분야에 ESG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사회(S) 측면에서는 공정한 노동 조건을 제공하고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에 투자함으로써, 더 나은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이는 기업이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며, 지역 사회와 상생하는 경영 모델을 실천하게 한다. 예를 들어, 공정 무역 인증을 받은 커피 생산업체에 투자하는 것은 농부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보장하고, 지역 사회의 경제적 발전을 지원한다. 이러한 투자는 더 넓은 의미에서 사회적 가치의 창출로 이어지며, 지속 가능한 소비 패턴을 장려한다.
'2022년 한국 ESG 금융백서'를 보면, ESG대출시장(총 ESG금융의 36%)에서 사회(S)영역이 74.8%를 차지하고 있다. 은행들은 사회인프라시설 투자, 서민을 위한 주택금융,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 금융 대출 등에 주로 대출했다. 해외의 ESG채권시장 중에서 사회적채권의 비중은 19% 정도이나, 국내는 75%로 글로벌 현황과 차이가 크다. 국내는 공적 금융기관 및 비금융기관이 정책 수행을 위해 발행하기 때문이다. 은행에서 판매하는 ESG 예금과 적금의 86%도 사회와 관련이 있다.
지배구조(G) 측면에서 투명하고 책임 있는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통해 기업 거버넌스의 수준을 높이고, 장기적으로 기업과 투자자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 준다. 이를 실질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것은 기관투자자가 의결권 행사 등으로 기업 경영에 관여하는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에 있다. 국내는 2018년 국민연금을 시작으로 보험사, 자산운용사 등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고 있으며, ESG 경영을 잘하지 못하는 기업들에게 기관투자자들이 직접 의결권을 행사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ESG경영을 도입하지 않은 기업은 노동자 파업, 소송, 부정적 여론과 같은 다양한 위험에 노출되기 쉽기 때문에 투자자는 수익률 확보를 위해 ESG투자를 고려하게 된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우리 모두의 노력
ESG 투자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핵심 수단이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우리가 직면한 글로벌 문제들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공하며, 더 나은 미래를 구축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지속 가능한 발전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정부는 ESG 관련 규제와 정책을 마련하여 투자의 투명성과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기업은 지속 가능한 경영 전략을 수립하여 사회적, 환경적 가치를 중시하는 문화를 내재화함으로써 이 변화의 선두에 서야 한다. 소비자와 시민은 의식적인 소비와 투자를 통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지지하는 기업을 선택함으로써 시장의 변화를 촉진할 수 있다.
오늘 우리가 내리는 모든 결정은 내일을 만든다. 지금부터라도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투자를 우리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 긍정적인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 이러한 실천은 단순한 이상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나아갈 수 있는 실질적인 길을 제시해 준다.
덧붙이는 글 I 이상진(Lee Sang JIn)
연세대학교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KAIST MBA를 나와 한양대 국제대학원에서 사회적경제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4년부터 글로벌 컨설팅사 Kearney, Accenture, 삼정KPMG, 삼성SDS에서 국민은행, 삼성생명, 신한금융투자 등 선도적인 금융기관을 컨설팅 했으며, 2012년부터 우리금융지주에서 14개 계열사의 경영혁신을 담당한 금융전문가이다. 2014년 사회혁신기업가들과 기금을 조성하면서 임팩트금융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2016년 한국사회혁신금융(주)을 창업했다. 경기도, 충남, 화성시 등 다수 지자체의 사회적경제기금의 운영위원을 역임했고, 영국 BSC를 모델로 하는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과 캐나다 데자르뎅 연대경제신협을 모델로 하는 사회연대신협 설립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2024년 '새로운 사회를 위한 금융교육과 사회적 은행'을 출간했으며, 현재 한국사회혁신금융(주) 대표이사로 사회혁신기업가네트워크 상임이사, 서울사회적기업협의회 공동대표, 한국임팩트금융민간자문단(NAB) 이사로 활동하며 국내 사회혁신 생태계를 만드는데 앞장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