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오필릭 시티(Biophilic City)를 구현한 현대 건축의 패러다임으로 평가
일본 오사카의 번화가인 난바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난바 파크스(Namba Parks)’는 도심재개발 계획을 목적으로 기존의 오사카 스타디움 야구장을 헐고 지어진 대규모 복합상업시설이다. 미국 건축가 존 저디(Jon Jerde)에 의해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 개념을 적용하여 설계되었으며 2007년에 개장했다. 삭막한 빌딩으로 뒤덮인 도심 속에서 자연 체험형 인공 숲을 조성하여 도시의 생물다양성에 기여하는 난바 파크스는 자연의 협곡을 모방하였다.
현대 도시개발에서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원칙을 건축과 융합하여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가치를 극대화한 상징적인 사례이다. 자연 친화적 설계와 혁신적 바이오필릭 디자인을 바탕으로, 난바 파크스는 도시재생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람과 자연이 더 가까워지고 오감으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터칭 네이처를 콘셉트로 설계된 파크스 가든은 약 500여 종, 10만 그루에 달하는 식물이 마치 숲과 같은 풍경을 연출하고 있으며 전담 가드너는 생태계의 보존과 조화를 최우선으로 친환경적인 ‘IPM 관리’를 실천하고 있다. 지상 10층의 계단식 건축물이며 약 11,500㎡의 공간 중 5,300㎡를 녹지와 광장으로 조성함으로써, 최대 2만 6,000kW의 전력을 절약하는 셈이다. (IPM관리란, 병해충 방제시 친환경적인 방법을 우선시하고 농약이나 화학비료에 의존하지 않고 수작업 등 적절한 수단을 조합하여 관리하는 방법이다.)
여름철 한낮의 온도를 조사한 결과, 난바 파크스는 주변 아스팔트 도로 등에 비해 표면 온도가 약 15~20°C 정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 내 열섬 효과를 효과적으로 완화하고 도시의 쿨스팟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건물의 단열과 냉각 효과를 만들어 연간 약 4톤의 이산화탄소(CO₂)를 흡수함으로써 탄소배출을 상쇄하고, 도시 공기질 개선에 실질적으로 기여한다.
파크스 가든 7층 광장에는 모세관 현상으로 빗물을 자연적으로 흡수시키고 지하에 저장된 물을 끌어올려 건축물의 표면을 습윤 시키며, 기화열로 냉각시키는 “打ち水ペーブ(Uchimizu Pave)” 공법을 적용하였다. 이는 지하에 중수처리 설비를 설치하여 미생물과 활성탄을 이용하여 폐수를 살균 처리한 물은 화장실이나 식물의 관수로 이용하고 있다. 물관리 체제를 정비하여 취수량과 물 사용량을 최대한 절감하고 오염수 배출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처럼, 난바 파크스는 빗물을 자연적으로 흡수하여 도시 배수 시스템의 과부하를 줄이고, 자원의 순환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설계는 단순히 친환경적일 뿐만 아니라, 도시 생태계 복원이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난바 파크스는 2014년 공익재단법인 도시녹화기구가 주최하는 SEGES(사회-환경공헌 녹화 평가시스템)에서 “도시의 오아시스” 인증을 받았다. 단순한 상업 시설을 넘어, 지역 주민과 방문객이 자연과 교감하며 심리적 안정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다차원적 공간을 제공한다.
바이오필릭 설계를 통한 정원의 자연 요소, 자연 채광, 그리고 “소요기(Soyogi)” 구역과 같은 테마 공간은 인간 본연의 자연 친화적 본능을 충족시켜 스트레스 완화 및 정신 건강 증진에 기여한다. 각 층과 구역마다 특색 있는 식물들을 배치와 난바 파크스 내 220계단을 걸으며 하늘과 바람, 햇살, 물, 자연소리 등 자연의 풍요로움을 체험할 수 있다.
또한, 난바 파크스는 용적률 800%라는 고밀도 개발을 달성하면서도 자연을 단절시키지 않고 도시 공간과 조화를 이루는 혁신적인 설계를 통해 도시환경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협곡의 형상을 모방한 설계는 도시의 정형화된 건축물과는 달리 유기적이고 살아있는 공간으로, 방문자들에게 자연과의 직접적인 교감을 제공한다. 이와 같은 설계 철학은 단순히 심미적이거나 기능적인 요소를 넘어서 인간의 정서적 안정과 건강 증진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
파크스 가든의 그린 스테이지(Green Stage)와 같은 다목적 공간은 공연, 전시 및 지역사회 행사에 활용되며, 사회적 교류와 문화적 풍요를 촉진하여 문화적 융합과 커뮤니티를 활성화한다. 공간 기획은 지역 주민의 생활 질을 높이는 동시에 방문객과 가드너가 가든 투어를 하는 등 도시에서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이러한 난바 파크스는 지속 가능한 도시재생과 지역사회 기여를 목표로 책임 있는 지배구조 원칙을 반영하여 설계 및 운영되고 있다.
단순한 녹지 공간을 넘어 도시민들에게 심리적 힐링과 재충전의 기회를 제공하며, 공동체와 자연이 연결되는 매개체로 기능을 한다. 계절에 따라 변하는 자연의 모습을 체감하며, 자연의 주기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은 사람들에게 일상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자연의 리듬과 조화를 이루는 특별한 순간을 제공한다. 난바 파크스는 건축과 자연의 경계를 허물고, 지속 가능한 도시 개발의 모범 사례로 자리매김했다. 바이오필릭 시티의 철학을 구현한 이 공간은 현대 도시가 직면한 환경적,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인간과 자연이 함께 공존하는 미래 도시의 비전을 제시한다. 이는 단순한 개발이 아니라, 사람과 도시, 자연을 연결하는 살아있는 생태계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난바 파크스는 ESG 원칙과 바이오필릭 디자인을 완벽히 결합하여 환경적 지속 가능성, 사회적 포용성, 그리고 책임 있는 지배구조를 모두 충족하는 도시 개발의 혁신적인 사례이다. 단순히 도시의 새로운 랜드마크를 만드는 것을 넘어, 도시 내 자연 공간을 확장하고 지역 사회 중심의 운영 방식을 도입하며, 지속 가능한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다방면에서 도시 재생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급격히 증가하는 도시 인구와 이에 따른 환경 문제를 고려할 때, 난바 파크스는 단순한 개발 프로젝트를 넘어선 깊은 의미를 지닌다. 현대 건축이 인간의 생활 질을 향상하는 동시에 지구 생태계를 보전하고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도시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지속 가능한 미래 도시의 이상적인 모델로 도시개발이 경제 성장뿐만 아니라 환경적 책임과 사회적 가치를 포함해야 함을 증명한다. 도시의 건축과 조경, 지역사회의 관계를 재정의하며, 글로벌 도시개발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미래 도시의 청사진을 제공한다.
덧붙이는 글
김슬기
현재 EED디자인그룹 총괄이사, 아인디자인 대표이며, 계원예술대학교 화훼디자인과 외래교수,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또한 전 연암대학교 원예과 외래교수, 사단법인 한국ESG위원회 생태환경위원장, 국제문화예술융합학회 편집위원장, 한국예술인권리학회 이사, 한국화예디자인학회 이사로 활동했다.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 공간•전시디자인을 전공하고, 현재 국민대학교 테크노전문대학원 공간디자인 박사 과정 중이다. 바이오필릭시티 개념과 건축 공간정의를 주제로 박사논문을 연구 중이며, 건축과 생태디자인 분야에서 공간정의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 및 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BEST 뉴스
-
[윤재은의 ESG 건축 산책 ⑤] 말뫼 ‘보01(Bo01)’… 도시 전체가 실험장이 된 100% 재생에너지 주거지
▲ 보01(Bo01) 위치도 [사진=구글지도] 북유럽 말뫼의 해안가 바스트라 함넨(Västra Hamnen) 지구에는 기존 도시 개발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한 실험적 주거 단지가 자리하고 있다. 바로 ‘보01(Bo01)’이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건축 단지를 넘어, 도시 전체를... -
[사람을 살리는 코칭언어] ① 존중은 사람의 숨을 돌아오게 한다
▲ 사람을 살리는 코칭언어, 존중은 사람의 숨을 돌아오게 한다 [사진=강윤영] 나는 오랫동안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이었다. 말을 잘하지도 못했고, 생각을 또박또박 표현하는 것도 서툴렀다. 머릿속에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막상 입 밖으로 꺼내면 상황은 이미 다른 방향... -
[사람을 살리는 코칭언어] ②경청, 사람의 마음 꽃을 피우는 가장 조용한 힘
▲ 봄을 알리는 꽃 [사진=강윤영] 코칭을 배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처음으로 실습을 하던 날이었다. 고객은 말을 꺼내자마자 오랫동안 묻어 두었던 어린 시절의 감정을 쏟아냈다. 스스로도 정리하지 못했던 기억들, 무의식 깊숙이 ... -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② 기업윤리와 컴플라이언스: 지속가능한 성장의 두 날개
▲ 기업윤리와 컴플라언스 [사진=Ai] 기업 경영 현장에서 '윤리경영', 'ESG', '컴플라이언스(Compliance)'라는 용어가 혼재되어 사용되곤 한다. 언뜻 비슷해 보이는 이 개념들은 각기 다른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결코 떼려야 뗄 수 없는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 -
[AI 혁명, 인간 이후의 시대 ⑤] 교육과 학습의 미래… 지식 전달을 넘어 ‘학습 경험’이 재설계된다
▲ AI 혁명과 교육과 학습의 미래 [사진= gemini 생성이미지] 인공지능(AI)의 확산은 교육의 방식과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는 단순히 온라인 강의나 디지털 교재의 확대를 넘어, 인간이 배우고 성장하는 방식 자체를 재정의하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과거 ... -
[기후 역습 위기의 지구 ①] 더 빨라진 지구의 온도 상승
▲ 기후 위기를 나타내는 이미지 [사진=Gemini 생성이미지] 지금 우리가 체감하는 기후는 더 이상 과거의 자연이 아니다. 계절은 흐려지고, 폭염과 폭우는 일상이 되었으며, 예측 불가능한 기상이변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지구 시스템 자체가 불안정해지고 있다는 ...
전체댓글 8
-
후속 칼럼이 기대되네요! 좋은 인사이트 주셔서 감사합니다:-)!
-
-
잘 봤습니다! 다음에도 좋은 컬럼부탁드립니다.
-
-
유익한 글 잘 봤습니다.
-
-
멋진 사례를 다양한 시각으로 해석하여 인상깊어요!
-
-
자연과 함께 공생하는 건축물에 대해 많이 알려지면 좋겠어요. 좋은 사례네요.
-
-
난바 파크스의 혁신적인 설계와 그 안에 담긴 지속 가능한 도시 개발의 중요성과
환경 친화적 설계와 바이오필릭 디자인을 통해 도시와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고,
ESG 원칙을 반영한 도시 재생 사례를 자세히 설명해주셔서 재미있었습니다.
다음 칼럼도 기대되네요 ㅎㅎ -
-
칼럼을 보니 자연과 건축의 조화가 현대에 얼마나 중요한 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활동도 기대가 되네요ㅎㅎ
-
-
오랜만에 새로운 시각의 칼럼을 보니 좋네요.
후속 칼럼도 기대하겠습니다. -
NEWS TOP 5
실시간뉴스
추천뉴스
사람들
more +-
[ESG 사람들 ㊹] 땅을 지키는 목소리, 조안 칼링(Joan Carling)… 자연과 권리를 연결하다
개발의 이름으로 사라지는 것들 필리핀 북부... -
[ESG 사람들 ㊸] 자연을 자산으로 본 경제학자 파르타 다스굽타(Partha Dasgupta)... 성장의 공식을 다시 쓰다
보이지 않는 자산을 드러낸 경제학 영국 재무부가 ... -
[ESG 사람들 ㊷] CSIR… 플라스틱을 다시 설계하다, 아프리카의 과학이 순환경제를 이끌다
남아공 프리토리아의 거대한 연구 허브 남아... -
[ESG 사람들 ㊶] 루치(Lu Qi)… 사막을 숲으로 바꾼 과학자, ‘녹색 장성’을 설계하다
중국 북부를 가로지르는 광활한 모래 지대. 내몽골의 울란부 ...
오피니언
more +-
[진문(秦雯)의 인공지능시대의 시각권력 ③] 픽셀 뒤의 권력: 인공지능과 시각 통제
시각문화가 주도하는 디지털 시대에, 픽셀은 더 이상 단순한 이미지의... -
[주레이레이의 AI시대 인간심리 ③] AI 시대, 자기조절 학습 전략을 통한 AI 소양의 함양
최근 연구에서는 많은 학생들이 학습 과정에서 AI 도구를 활용하고... -
[사람을 살리는 코칭언어] ⑤ 공감, 마음의 문을 여는 가장 조용한 시작
어려서부터 나는 호기심이 많고 엉뚱한 아이였다. 틀에 박... -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⑥ 대한민국 CP의 탄생과 진화: 규제 방어에서 기업 문화로
지난 칼럼들에서 글로벌 컴플라이언스 경영시스템의 중요성을 다루었다...
기획 / 탐방
more +-
[인공지능 문명 리포트 ④] 인간 이후의 노동 시장, 일은 사라지는가 재편되는가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변화는 단순한 기술 혁신의 수준을 넘어 ‘일’... -
[기계가 일하는 세상 ⑦] 바다를 탐사하는 수중 로봇…인류가 닿지 못한 세계를 기록하다
바다는 지구 표면의 약 70%를 차지하지만 인간이 직접 탐사한 영역은... -
[인공지능 문명 리포트 ③] 데이터는 새로운 석유인가, 새로운 토지인가
인공지능 시대를 규정하는 핵심 요소는 알고리즘만이 아니다. 그 알고리즘... -
[기계가 일하는 세상 ⑥] 씨 뿌리고 수확까지… 농업을 바꾸는 로봇의 하루
농업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산업이지만, 동시에 가장 빠르게 변화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