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목소리가 모여 공동번영을 모색한 ‘개방·포용·지속가능성’의 회의
최근 대통령실에서는 APEC (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정상회의를 다음과 같은 의미로 설명했다. "APEC은 단지 경제 협력 한 축을 확인하는 데에만 머물지 않았다"고 전했다. 고대 신라에서 ‘화백회의’라는 제도가 나라의 중대한 일을 결정하기 위해 여러 사람이 함께 머리를 맞댔던 것처럼 오늘 회의가 열린 ‘화백컨벤션센터’의 명칭에는 그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화백회의가 다수의 의견이 어우러져 조화롭고 지속 가능한 결정을 모색했던 것처럼 이번 APEC 정상회의 역시 각국의 다양한 목소리를 하나로 묶어내는 ‘상생과 협력의 장’으로서 기능했다는 평가다.
정상회의 현장에서 느낀 것은 바로 이 점이다. 글로벌 무대에서 각자의 국익이 맞물리고 갈등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APEC이 세계 최대의 경제협력체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대화를 멈추지 않고, 차이를 억압하지 않으면서도 공동의 가치를 향해 함께 나아간다는 원칙이다.
첫째, 지금 우리는 급변하는 국제 정치·경제 환경 속에 있다. 무역 질서가 재편되고, 공급망이 흔들리며, 디지털 전환·기후 위기·인구 구조 변화와 같은 복합 위협이 존재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APEC 정상회의는 이처럼 복잡다단한 과제를 마주하면서도 여전히 유연하고 포용적인 틀을 유지하고 있다.
둘째, APEC은 단순히 경제 이익을 나누기 위한 공간이 아니다. “개방·포용·지속가능성”이라는 공동 비전을 설정하고, 이를 토대로 각국이 함께 미래로 나아가길 모색하는 장이다. 이번 정상회의 역시 그 틀 안에서 ‘공동번영’이라는 궁극적 목표 아래 다양한 의견과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도 하나의 흐름으로 수렴되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셋째, 그리고 어쩌면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협력과 연대’가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큰 시기일수록 더욱 강력한 해답이라는 점이다. 각자가 외롭고 고립된 길을 걷기보다는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함께 길을 개척할 때 더 나은 미래가 열린다.
이번 회의를 통해 우리는 APEC이 걸어왔던 오랜 여정 안에 지금 우리가 당면한 위기와 도전을 극복할 분명한 단서가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이곳이 무슨 특별한 기념비가 아니라 다양한 목소리가 마주보고 함께 만들어가는 장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물론 현실은 결코 항상 이상적으로 흐르지 않는다. 각국이 쥔 국익이 다르고 이해관계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다양성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그것을 어떻게 조화롭게 아우르는가가 중요하다. 화백회의에서처럼 “모두가 동일한 의견을 내야 한다”는 강요가 아니라 “서로 다른 의견이 모여 더 큰 울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믿음이야말로 오늘 그 자리를 가치 있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오늘의 논의가 단발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의 전진을 위한 실질적 밑거름이 되기를 희망한다. APEC이 설정해 온 “개방, 포용, 지속가능성”이라는 공동 비전이 결코 허울이 아니라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각국과 기업, 시민사회 모두가 함께 움직여야 할 것이다.
이번 정상회의가 바로 그 움직임의 시작이 되기를 그리고 화백 정신이 살아있는 공간에서 이뤄진 이번 만남이 의미 있는 전환점으로 남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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