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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버스터 충돌로 드러난 한국 국회의 거버넌스 한계… 국제 기준에서 더 멀어진 의회 운영

  • 하윤아 기자
  • 입력 2025.12.10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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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국회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우원식 국회의장 [사진=우원식 국회의장 페이스북]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필리버스터 도중 국회의장이 마이크를 끄면서 시작된 여야 충돌은 한국 국회의 거버넌스가 얼마나 취약한지 여실히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된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나 의원이 의제와 무관한 발언을 이어간다며 마이크를 두 차례 차단했고, 나 의원은 이를 “소수 야당 입틀막”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양측의 감정싸움은 급격히 격화됐고 본회의장은 고성·막말·막무가내 항의가 난무하는 혼란장으로 변했다.


국제의회연맹(IPU)과 OECD가 제시하는 의회 거버넌스 기준은 의장의 정치적 중립성, 발언권 보장의 절차적 투명성, 회의 규칙의 일관적 집행을 핵심 요소로 삼는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우 의장은 발언 차단의 구체적 기준을 설명하지 못한 채 “의제 일탈”을 근거로 들었고, 나 의원은 의장을 향한 인사조차 생략하며 공개적으로 의장의 직권 행사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는 국제 기준에서 중시하는 의장 권위의 중립성과 소수파 권리 보장이 모두 흔들린 사례로 비춰진다.


특히 마이크가 꺼지자 나 의원이 ‘생목소리’로 발언을 이어가고 국민의힘이 자체 무선 마이크를 가져오는 과정에서 우 의장이 “누가 갖다줬느냐”고 따져 묻는 장면은 회의 질서 유지 체계가 사실상 무력화됐음을 보여준다. 


민주당에서는 “개인 방송국이냐”, “빠루나 들고 오라”는 고성이 터져 나왔고 국민의힘은 본회의장 밖에서 의장실을 항의 방문하며 충돌을 빚었다. 이는 영국·캐나다·호주 등 선진 의회에서 금기시되는 ‘회의 규칙 파괴’와 ‘감정적 충돌’의 대표적인 사례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두고 “한국 국회는 규정은 많지만 그 규정이 정치적 이해에 따라 자의적으로 소화되는 구조”라고 진단한다. 의장의 질서 유지권 행사 기준을 명문화하고 필리버스터 운영 규칙을 세분화하며 막말·고성에 대한 윤리 기준을 강화하는 것이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개선책으로 지목된다.


결국 나경원 의원과 우원식 국회의장의 정면충돌은 단순한 여야 대립이 아니라 한국 국회가 절차보다 정치, 제도보다 대립이 앞서는 구조적 취약성을 다시 드러낸 사건이다. 이러한 운영 방식이 반복되는 한 한국 국회는 국제적 기준에서 ‘형식적 민주주의’ 수준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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