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는 부모 형제도 없고 눈물도 콧물도 없다”는 말이 다시 한 번 현실 정치에서 증명되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같은 당 간판 아래에서 노선을 공유했던 인사가, 정권 교체와 함께 ‘부적격 인사’의 상징처럼 몰려 세찬 낙마 공세의 중심에 섰다. 국민의힘이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를 향해 연일 수위를 높이는 공세를 펼치는 장면은 정치의 냉혹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공방의 특징은 단순한 여야 대치가 아니라, 과거 같은 진영에 몸담았던 인물을 향한 공개적 단죄라는 점이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은 이 후보자의 갑질·폭언 의혹을 집중 부각하며 “더 심각한 사안이 나오기 전에 스스로 물러나라”, “이재명 대통령은 지명을 철회하고 사과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표현 수위 역시 “석고대죄”, “정계를 떠나라”는 말까지 등장할 정도로 거칠다.
정치적 풍자는 여기서 자연스럽게 고개를 든다.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싸우던 동지가, 권력의 위치가 달라지는 순간 가장 날 선 비판자가 되는 모습은 한국 정치가 반복해온 익숙한 장면이다. 정권이 바뀌면 책임의 언어도 바뀌고, 어제의 ‘개혁 동지’는 오늘의 ‘적폐 인사’가 된다. 문제는 이런 전환이 개인의 도덕성 검증을 넘어, 정쟁의 도구로 과잉 소비될 때 발생한다.
이번 사안이 단순한 인신공격으로만 치부될 수 없는 이유는, 논란의 핵심이 거버넌스, 즉 공적 조직을 운영하는 방식의 신뢰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기획예산처 장관은 국가 재정과 정책 우선순위를 조율하는 핵심 자리다. 만약 보좌진에 대한 폭언, 사적 심부름, 조직 내 감시 문화 등의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이는 개인의 성품 문제를 넘어 공공 거버넌스의 실패 가능성을 의미한다.
국민의힘이 “자당 출신이기 때문에 더 엄격하다”고 주장하는 대목 역시 눈여겨볼 지점이다. 이는 도덕적 우위를 선점하려는 정치적 계산인 동시에, 역설적으로 한국 정치가 인사 검증을 제도보다 정파 논리에 의존해왔음을 드러낸다. 정권 초기에 반복되는 ‘인사 참사’ 논란은 특정 인물의 문제라기보다, 검증 시스템과 권력 내부 소통 구조가 여전히 취약하다는 신호에 가깝다.
정치가 냉정한 승부의 세계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냉정함이 무정함으로, 경쟁이 파괴로 흐를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정 운영 전반으로 번진다. 동지를 적으로 돌리는 데 주저함이 없는 정치 문화 속에서, 책임 있는 인사 시스템과 안정적인 거버넌스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이번 논란은 한 후보자의 거취를 넘어 묻고 있다. 정권과 야당 모두가 인사 검증을 정쟁의 무기가 아니라 국정 신뢰를 세우는 과정으로 다룰 준비가 돼 있는지, 그리고 정치가 언제까지 “부모 형제도 없다”는 냉혹한 속담에 기대어 스스로를 정당화할 것인지 말이다. 정치의 무정함을 풍자의 대상으로만 소비할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서 흔들리는 거버넌스의 경고음을 직시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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