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비상계엄 402일 만, 대통령 권한의 한계 가르는 역사적 형사판단

12·3 비상계엄 선포가 형법상 내란죄에 해당하는지를 가릴 ‘본류’ 재판이 9일 결심공판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비상계엄 선포 402일 만이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구속기소 된 지 341일 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지귀연 부장판사는 이날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조지호 전 경찰청장 등 군·경 수뇌부 7명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사건에 대한 결심공판을 열고 특검팀의 최종의견과 구형, 변호인단의 최후변론, 피고인들의 최후진술을 청취한다.
이번 결심을 끝으로 재판부는 오직 법원의 판단만을 남겨두게 된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으로 이미 정치적 책임은 확정된 상황에서 형사재판을 통해 대통령의 비상권 행사와 형법상 내란의 경계가 처음으로 사법적 판단 대상이 된 것이다.
‘매머드 재판’으로 불린 1년…본류 판단만 남아
이 사건은 지난해 1월 26일 윤 전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되며 본격화됐다. 이후 총 42차례의 공판이 열렸고, 군·경·정보 기관 관계자 등 61명이 본류 사건에서 증인으로 출석했다.
병합 이전에 진행된 군 관계자 사건과 경찰 수뇌부 사건까지 포함하면 중복 증인을 제외하더라도 약 160명에 달하는 증인이 법정에 섰다. 현장에서 계엄군으로 투입된 장병부터,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등 핵심 지휘라인이 모두 증언대에 올랐다.
재판부는 지난달 말 윤 전 대통령 사건을 군·경 수뇌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사건과 병합하면서 사실관계와 법리 판단의 ‘본류’와 ‘가지 사건’을 하나의 구조로 정리했다. 이제 남은 쟁점은 단 하나다.
12·3 비상계엄은 헌법이 허용한 대통령의 통치행위였는가,
아니면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 한 내란의 실행이었는가.
쟁점 ① 내란죄 성립 요건…“국헌 문란의 목적”이 있었는가.
형법 제87조는 내란을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행위”로 규정한다. 이번 재판에서 가장 치열하게 다퉈진 부분도 바로 이 ‘국헌 문란의 목적’과 ‘폭동성’이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통해 국회를 무력화하고 헌법기관의 기능을 정지시키려 했다고 본다. 국회 봉쇄 시도, 주요 정치인 및 사법부 인사 체포 계획, 군·경의 동시 투입 등은 단순한 치안 유지가 아니라 헌법 질서 자체를 중단시키려는 실행 착수였다는 주장이다.
반면 윤 전 대통령 측은 비상계엄 선포는 헌법 제77조가 보장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며 실제로 국회 기능이 장기간 마비되지 않았고 유혈사태도 없었던 만큼 내란의 ‘폭동성’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맞선다.
쟁점 ② 대통령의 비상권은 어디까지인가.
이번 재판의 본질은 단순한 형법 해석을 넘어선다. 대통령 권한의 한계를 거버넌스 차원에서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라는 문제다.
헌법은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선포권을 부여하지만 동시에 국회의 통제와 사후적 책임을 전제로 한다. 즉 비상권은 무제한적 권력이 아니라 헌정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예외적 수단에 불과하다.
재판 과정에서 지귀연 재판부가 반복적으로 확인한 대목은 △계엄 선포 당시의 실질적 국가비상 상황 존재 여부 △군 투입의 필요성과 비례성 △민간 통치 영역에 대한 군 개입의 정당성이었다.
이는 대통령을 ‘최고 통치자’가 아닌 헌법 질서의 수탁자로 보는 현대 민주주의 거버넌스의 핵심 원칙과 맞닿아 있다. 대통령이 헌법 수호 의무를 위반해 비상권을 남용할 경우 그 행위는 통치행위의 영역을 벗어나 형사책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재판에서 정면으로 다뤄졌다.
쟁점 ③ ‘내란 우두머리’ 판단의 파급력.
윤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혐의는 단순 가담이 아닌 ‘내란 우두머리’다. 이는 명령·지휘·통제의 최종 책임자를 의미한다. 만약 유죄가 인정될 경우 이는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대통령의 비상권 행사 자체가 형사상 내란으로 판단된 첫 사례가 된다.
법조계에서는 이 판단이 향후 모든 비상권 행사에 강력한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통령 개인의 정치적 판단이 아니라 헌법적 필요성과 절차적 정당성 그리고 민주적 통제 가능성이 충족되지 않으면 언제든 형사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신호가 되기 때문이다.
선고만 남은 재판…헌정 질서의 기준을 세울 판결
지귀연 재판부는 지난 1년간 방대한 증거와 증언을 통해 사실관계를 정리해 왔다. 이제 남은 것은 법의 언어로 이 사태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다.
이번 판결은 윤석열 전 대통령 개인의 유무죄를 넘어 비상계엄·내란·대통령 권한이라는 세 개의 헌법적 개념을 사법적으로 재정의하는 기준점이 될 전망이다.
헌재가 정치적 책임을 물었다면 형사법원은 이제 국가 권력 행사의 최종적 한계를 가르는 판단을 내리게 된다. 대한민국 민주주의 거버넌스의 경계선이 법정에서 그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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