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의 환경 운동가 가브리엘 파운(Gabriel Paun)은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남아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도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는 수년간 루마니아 국유림에서 벌어지는 불법 벌목을 기록하고 고발해 왔으며, 그 과정에서 폭행과 스토킹, 협박은 물론 차량에 치여 도로 밖으로 밀려나는 위협까지 감내해야 했다. 파운은 자신에게 현상금이 걸렸다는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위협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는 오히려 앞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낀다고 말한다.
파운이 맞서고 있는 대상은 그가 ‘숲의 마피아’라고 부르는 조직적인 불법 벌목 세력이다. 그의 활동은 단순히 나무 몇 그루를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그는 숲을 하나의 생명체로 인식하며 땅 위와 아래에 공존하는 수천 종의 생물과 이를 지탱하는 생태계 전체를 지키기 위해 행동하고 있다. 특히 원시림과 오래된 숲은 기후 조절과 홍수 방지 그리고 생물다양성 보전이라는 측면에서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파운은 이러한 숲을 보호하는 것이 자신의 삶과 경력을 바칠 만한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강조한다.
유럽연합에 따르면 루마니아는 유럽에 남아 있는 마지막 원시림의 약 3분의 2를 보유한 국가이다. 카르파티아 산맥을 따라 펼쳐진 이 숲은 수백만 명에게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하며 스라소니와 갈색곰, 늑대 등 유럽에서 가장 많은 대형 육식동물이 서식하는 핵심 서식지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숲들은 수십 년간 불법 벌목이라는 구조적 위협에 노출돼 왔다. 루마니아 정부는 2019년 자국 내 벌목의 절반 이상이 무허가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으며, 이는 환경 문제를 넘어 법치와 행정 투명성의 붕괴를 드러내는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파운은 2009년 환경 범죄를 폭로하고 대응하기 위해 비정부기구 ‘에이전트 그린(Agent Green)’을 설립했다. 제한된 예산과 소규모 인력에도 불구하고 이 단체는 현장 조사와 영상 기록, 과학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숲의 생태적 가치를 입증하고 이를 근거로 행정기관과 사법부에 문제를 제기해 왔다. 그 결과 에이전트 그린은 수만 헥타르에 달하는 원시림과 노령림 보호에 기여했으며 2023년 12월에는 도모글레드-발레아 체르네이 국립공원에서의 벌목을 둘러싼 장기 소송에서 승소해 2만9천 헥타르 이상의 숲을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 뒤에는 극심한 개인적 위험이 존재했다. 2014년 겨울, 파운은 불법 벌목 목재를 실은 트럭을 추적하다 제재소 경비원으로부터 최루 스프레이 공격을 받았다. 이듬해에는 같은 지역에서 또다시 폭행을 당해 갈비뼈와 머리, 손에 중상을 입었다. 이 사건은 영상으로 기록돼 공개되었고 전 세계적으로 수십만 회 조회되며 환경 운동가들이 처한 현실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유럽의회는 2023년 브리핑을 통해 루마니아에서 내부 고발자와 산림 관리원을 대상으로 한 폭력과 살인 사건이 증가하고 있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유엔환경계획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전 세계 61개국에서 1,700명이 넘는 환경 운동가들이 살해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파운은 이러한 상황에서 환경 운동가들이 극도로 고립된 존재라고 말한다. 그들은 소수이며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반대 세력으로 인해 더욱 취약한 위치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환경 정의가 결국 승리할 것이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는다. 현재 파운은 루마니아를 넘어 국제 정상 회담과 개발 기구 회의에 참석하며 환경 보호를 글로벌 의제로 확장하는 데 힘쓰고 있다.
그의 최근 구상 중 하나는 우크라이나와 루마니아 국경에 위치한 카르파티아 산맥 일대에 공동 평화 공원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이는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야생 지역을 국경을 넘어 공동으로 보호하자는 제안으로 생태 보전과 평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상징적인 시도다. 파운은 야생동물과 자연에게 국경은 존재하지 않으며 경계는 인간의 인식 속에만 존재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비전은 생태 협력을 통한 외교, 이른바 ‘생태 외교’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파운은 2024년 유엔이 수여하는 최고 환경상인 ‘지구 챔피언’ 상을 ‘영감과 실천’ 부문에서 수상했다. 유엔환경계획은 생태계가 전 세계적으로 훼손되는 상황에서 파운과 같은 환경 운동가들이 자연의 가장 진정한 동맹자라고 평가하며, 그의 용기 있는 행동이 전 세계 환경 보호 활동가들에게 중요한 영감을 준다고 밝혔다.
파운에게 모든 위협은 더 이상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다. 그는 자신이 자연의 아름다움 속에서 배운 진실을 외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지구가 고통받고 있으며 치유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상 멈추는 것은 선택지가 될 수 없다. 그에게 행동을 멈추는 것은 육체적 죽음보다 더 고통스러운 ‘도덕적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의 삶은 오늘날 ESG 시대가 요구하는 책임과 용기 그리고 행동의 의미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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