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시드니 도심 인근 치펜데일 지역에 들어선 원 센트럴 파크(One Central Park)는 단숨에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바꿔놓은 건축물이다. 프레이저스 브로드웨이(Frasers Broadway) 프로젝트의 블록 2(Block 2)에 해당하는 이 건물은 34층 규모의 주거 타워와 12층 규모의 서비스드 아파트 타워가 공용 상업 포디움 위에 나란히 배치된 복합용도 건축으로, 높이 약 130미터에 달하는 시드니의 새로운 랜드마크다. 과거 맥주 양조장이 있던 산업 부지를 재생해 완성된 이 프로젝트는 도시 재생과 지속 가능 건축이 결합된 상징적 사례로 평가된다.
원 센트럴 파크를 가장 강렬하게 특징짓는 요소는 건물 외벽의 약 50%를 덮고 있는 대규모 수직 정원이다.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Jean Nouvel)과 수직 정원 분야의 선구자인 식물학자 파트릭 블랑(Patrick Blanc)이 협업해 완성한 이 녹색 외피는 인접한 도심 공원의 녹지를 건축물 수직 방향으로 확장한 개념이다. 수백 종의 식물이 하이드로포닉(수경) 시스템, 저층 수평 플랜터, 지지 케이블 구조에 의해 외벽 전반에 분포하며, 이는 단순한 조형을 넘어 건물의 환경 성능을 직접적으로 조절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식물들은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자연 차양 시스템 역할을 수행한다. 여름철에는 강한 직사광선을 차단해 실내 과열을 억제하고, 겨울에는 낙엽과 식생 밀도 변화로 최대한의 일조를 실내로 끌어들인다. 이로 인해 냉난방 에너지 부하가 줄어들고, 실내 열환경의 질도 함께 개선된다. 이러한 설계 전략 덕분에 원 센트럴 파크는 시드니 최초로 주거용 타워 부문에서 그린스타(Green Star) 6-Star 등급을 획득했다.
주거 공간의 구성 또한 기후 대응형 설계가 뚜렷하다. 모든 주거 및 서비스드 아파트에는 실내와 외부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로지아(loggia)가 적용돼 시드니 특유의 온화한 기후를 적극 활용한다. 북·동측 파사드에서는 로지아가 건물 안쪽으로 들어가 소음과 바람, 강한 일사를 차단하고, 남·서측에서는 외부로 확장돼 공원과 도시 경관을 최대한 누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는 주거 쾌적성과 에너지 절감을 동시에 고려한 공간 전략이다.
건물 상부에 설치된 대형 캔틸레버 구조 역시 원 센트럴 파크를 상징하는 요소다. 이 캔틸레버에는 입주민을 위한 공용 라운지와 파노라마 테라스가 자리하며, 여기에 장착된 모터 구동 헬리오스타트(태양광 반사 시스템)가 프로젝트의 지속 가능 개념을 완성한다. 이 장치는 태양의 궤적을 따라 움직이며, 타워의 그늘로 가려진 인접 공원과 저층 공간으로 자연광을 반사한다. 태양광을 발전이 아닌 ‘공공 빛 환경 개선’에 활용한 사례로, 밤에는 프랑스 조명 아티스트 얀 케르살레(Yann Kersalé)의 연출로 도시적 상징성까지 더한다.
건축과 조경, 도시 공간은 지상에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타워와 공원 사이에는 계단식으로 이어진 식재 테라스가 배치돼 자연스러운 보행 동선을 형성하고, 하부 광장에는 카페와 상점이 들어서 공원과 쇼핑센터를 직접 연결한다. 주요 도로에서 상업시설을 거쳐 공원으로 이어지는 관통형 동선은 건축과 도시, 자연을 하나의 연속된 경험으로 엮어낸다. 이는 ESG에서 말하는 사회적 지속 가능성, 즉 도시 접근성과 공공성 측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 부분이다.
원 센트럴 파크는 고성능 설비 중심의 친환경 건축을 넘어, 풍경 그 자체가 에너지 전략이 되는 건축을 보여준다. 수직 정원, 자연광 반사, 물 재활용 시스템, 기후 대응형 주거 공간이 하나의 건축 언어로 통합되며, 건물은 더 이상 자연을 소비하는 존재가 아니라 도시 생태계의 일부로 기능한다.
상하이 타워가 기술과 구조를 통해 초고층의 지속 가능성을 실험했다면, 원 센트럴 파크는 식물과 빛, 생활의 스케일에서 지속 가능 건축의 또 다른 방향을 제시한다. 이 건축물은 도시의 미래가 얼마나 높이 올라가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깊이 자연과 공존하느냐에 달려 있음을 시드니의 하늘 아래 분명히 각인시키고 있다.
BEST 뉴스
-
[남재철의 기후&식량안보⑨] 폭염은 소리 없는 살인자, 이제는 국가가 응답해야 한다
▲ [남재철의 기후&식량안보] 폭염은 소리없는 살인자 [사진=Ai, 남재철] 올여름도 어김없이 폭염이 한반도를 뒤덮고 있다. 연일 이어지는 기록적인 고온과 밤에도 식지 않는 열대야는 국민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으며, 온열질환자와 사망자가 증가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 중국, ... -
[기고] 배우 유준상, ESG를 공부하다
[편집자주] 이 글은 배우 유준상 님이 제5기 한국ESG경영 최고위과정을 수료한 뒤, ESG에 대한 배움과 생각을 직접 작성해 ESG코리아뉴스에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 유준상 배우 [사진출처=숨우주예술연구소] 나는 배우다. 오랜 시간 ... -
[윤재은 칼럼] 지금의 여름이, 인류가 경험한 가장 차가운 여름일지도 모른다
▲ 기사의 이해을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사진=gemini 생성이미지] 올여름, 우리는 40℃를 넘나드는 폭염을 경험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기온이 이제는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에어컨은 생존을 위한 필수품이 되었고, 밤에도 식지 않는 열... -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㉑ 공정거래법의 주요 내용과 발전 과정: 13개 법률로 완성된 공정 경제의 인프라
▲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공정거래법의 주요 내용과 발전 과정: 13개 법률로 완성된 공정 경제의 인프라 [사진=Ai] 대한민국 기업 현장에서 '컴플라이언스'를 논할 때 결코 빠질 수 없는 뼈대가 바로 공정거래법이다. 정식 명칭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인 ... -
[남재철의 기후&식량안보⑩] 기후가 휘두른 채찍, 복합재난에 대응해야 한다
▲ [남재철의 기후&식량안보] 기후가 휘두른 채찍, 복합재난에 대응해야 한다 [사진=남재철, Ai] 올여름 지구촌 곳곳에서 기후위기의 새로운 얼굴이 나타나고 있다. 유럽에서는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이 이어지면서 산불이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 한 지역에서 ... -
[서평] 탄소 규제 시대,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 [서재익 박사 신간] 『더 약탈당하기 전에 읽어라』 [사진=남재철, 온프북스 & FN TODAY] 서재익 박사의 『더 약탈당하기 전에 읽어라』는 제목부터 상당히 도발적이다. ‘약탈’이라는 단어는 전쟁이나 식민지 시대를 떠올리게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약탈은 총과 군함...
전체댓글 0
NEWS TOP 5
실시간뉴스
추천뉴스
사람들
more +-
오바마 “책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꾼다”…인생 바꾼 6권 다시 읽는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에게 깊은 영향을 준 책들을 다시 펼친다... -
UN 인권사무소, 말리 원주민 지도자 우무 디코 조명… “기후 정의와 원주민 권리 향상에 앞장”
유엔 인권사무소(UN Human Rights)가 7일 저녁 공식 X 계정을 통해 말리 출... -
방사능 연구에 바친 삶… 과학계의 거장 ‘마리 퀴리’를 기리며
과학 계정 ‘월드 오브 사이언스(World of Science)’가 7일 공식 X를 통해 19... -
스크린 넘어 세계를 보살피는 연기파 배우, ‘UN 평화대사’ 샤를리즈 테론(Charlize Theron)의 삶과 헌신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이자 인도주의 운동가인 샤를리즈 테론(Cha...
오피니언
more +-
[남재철의 기후&식량안보⑪] 폭염의 시대, 가장 낮은 곳에 시원한 희망을 전하다
올여름도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폭염은 단순히 불쾌한 더위... -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㉕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서 '사전 예방'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사고가 터진 후에야 대책을 마련하는 '사후 약방문' 식의 대응은 오랜 기간 ... -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㉔ 산업별 공정거래법 위반 TOP 8: 우리 업종의 급소는 어디인가
공정거래법은 대한민국 모든 기업에 적용되는 기본 규범이지만, 실제 현장... -
[남재철의 기후&식량안보⑩] 기후가 휘두른 채찍, 복합재난에 대응해야 한다
올여름 지구촌 곳곳에서 기후위기의 새로운 얼굴이 나타나고 있다. 유...
기획 / 탐방
more +-
제5회 한국ESG경영 최고위과정, 홋카이도서 ESG 탐방 프로그램 진행
제5회 한국ESG경영 최고위과정이 지난 14일부터 17일... -
[인공지능 문명 리포트 ⑥] 기계는 왜 거짓말을 할까
인공지능이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대화하는 시대... -
[기계가 일하는 세상 ⑩] 24시간 멈추지 않는 무인 생산라인…공장은 잠들지 않는다
공장은 오랫동안 인간 노동의 상징이었다. 거대한 기계 소리, 반복되는 조립 ... -
[ESG탐방] 지속가능한 도시의 미래를 전시하다… 상하이 도시계획전시관이 보여주는 도시 운영의 방향
상하이 도시계획전시관(Shanghai Urban Planning Exhibition Center)은 상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