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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통해 본 세계 ⑨] 환경 속 ‘영구 화학물질’... 우리의 노화 속도까지 바꾼다

  • 윤아라 기자
  • 입력 2026.02.27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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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 속 ‘영구 화학물질’ 우리의 노화 속도까지 바꾼다 [사진=Gemini 생성이미지]

 

현대인의 몸속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화학물질이 조금씩 축적되고 있다. 프라이팬 코팅, 방수 의류, 식품 포장재 등 일상 속 다양한 제품에 널리 사용돼 온 PFAS(퍼플루오로알킬 및 폴리플루오로알킬 물질)가 대표적이다. 


이 물질은 자연적으로 거의 분해되지 않아 이른바 ‘영구 화학물질(forever chemicals)’로 불린다. 그동안 환경 오염과 인체 유해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 왔지만, 최근에는 그 영향이 단순한 독성을 넘어 인간의 생물학적 노화 속도에까지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에 따르면 혈중에 축적된 미량의 PFAS가 개인의 생물학적 연령을 반영하는 분자적 지표와 유의미한 연관성을 보였다. 노화는 더 이상 추상적이거나 현상학적인 개념에 머물지 않는다. 


DNA 메틸화와 같은 후성유전학적 변화를 기반으로 정량화하고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생물학적 과정으로 이해되고 있다. 즉, 환경 화학물질 노출이 우리 몸의 ‘분자적 시계’를 앞당길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이번 연구는 “새롭게 대두된 PFAS 오염물질인 PFNA와 PFSA는 후성유전적 노화를 증폭시킨다: 노령 인구에서 성별 및 연령별 위험도 분석(Emerging PFAS contaminants PFNA and PFSA amplify epigenetic aging: sex- and age-stratified risks in an aging population)”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었으며 서아천 (Ya-Qian Xu), 정충우 (Chongyu Ding), 장휘 (Hui Zhang), 공율로 (Yulu Gong), 호달영 (Darong Hao), 조설동 (Xuetong Zhao), 이개 (Kai Li), 이상위 (Xiangwei Li)에 의해 수행되었다. 해당 논문은 노화 분야 국제학술지 『Frontiers in Aging』에 2026년 2월 26일 게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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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PFAS 오염물질인 PFNA와 PFSA는 후생적 노화를 증폭시킨다: 인구 노령화에서 성별 및 연령 계층적 위험 [사진=frontiers in Aging]

 

DNA가 말하는 ‘진짜 나이’


노화 연구는 오랫동안 달력 나이를 기준으로 진행돼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DNA 메틸화 패턴을 분석해 생물학적 나이를 추정하는 ‘에피제네틱 클락(epigenetic clock)’이 중요한 지표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나이보다 생물학적 나이가 높게 측정될 경우, 이는 각종 만성질환과 조기 사망 위험 증가와도 관련될 수 있다.


연구진은 미국의 대표적 건강 조사 프로그램인 국민건강영양조사(National Health and Nutrition Examination Survey, NHANES)에 참여한 50세 이상 성인 326명의 혈액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들의 혈중 PFAS 농도를 측정한 뒤 12가지 DNA 메틸화 기반 노화 알고리듬을 적용해 생물학적 노화 가속 여부를 평가했다.


그 결과, 특히 PFNA(퍼플루오르논산)와 PFSA(퍼플루오르술폰산) 농도가 높을수록 여러 노화 지표에서 가속 현상이 관찰됐다. 남성과 50~64세 중년층에서 그 연관성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환경이 노화를 재설계한다


PFAS는 수십 년간 산업과 소비재에 광범위하게 사용돼 왔다. 열과 기름, 물을 튕겨내는 특성 덕분에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체내에 축적되고 분해되지 않는 특성 때문에 인체 건강에 대한 우려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일부 PFAS는 면역 기능 저하, 내분비 교란, 심혈관계 질환 위험 증가 등과 관련 있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위험성이 단지 특정 질병에 국한되지 않고 노화라는 보다 근본적인 생물학적 과정과도 연결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노화는 암, 치매, 심혈관 질환 등 주요 만성질환의 공통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 환경 화학물질이 노화 속도 자체를 가속한다면 공중보건 정책의 방향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아직은 ‘연관성’ 단계


다만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관찰 연구에 기반한 ‘연관성 분석’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PFAS가 직접적으로 노화를 촉진한다고 단정하기 위해서는 장기 추적 연구와 생물학적 기전 규명이 추가로 필요하다. 생활습관, 식습관, 흡연 여부 등 다양한 요인 역시 노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환경 요인이 인간의 생물학적 시간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가 되고 있다. 우리가 숨 쉬고 마시고 사용하는 물질이 세포 수준에서 시간을 앞당길 수 있다면 노화 연구는 더 이상 개인의 생활 습관 문제에만 머물 수 없다.


보이지 않는 화학물질이 우리 몸속에서 조용히 시계를 재설정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노화의 속도를 늦추는 열쇠는 유전자나 의학 기술뿐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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