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코스피가 기록적인 변동성을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기대와 불안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를 반도체 중심 강세장에서 나타나는 상승 변동성으로 해석하고 있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최근 증시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상승한 데 따른 과열 우려도 제기된다.
연합인포맥스와 키움증권에 따르면 이달 1~5일 코스피의 일평균 변동률은 3.9%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본격화됐던 지난 3월(3.7%)보다 높은 수준이다. 올해 평균인 3.0%와 비교해도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
문제는 이러한 변동성이 대형 위기 국면이 아닌 상승장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 등 과거 시장 충격기에는 급락 과정에서 변동성이 확대됐지만, 현재는 지수 상승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기대와 투기적 자금이 동시에 몰리며 변동폭을 키우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시장 쏠림 현상은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두 종목의 시가총액 비중이 코스피 전체의 절반을 넘어선 가운데, 최근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품까지 등장하면서 특정 종목에 대한 자금 집중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시장이 소수 종목에 의존할수록 작은 악재에도 지수 전체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투자자들의 기대를 이끌고 있는 AI 반도체 테마 역시 변수다. 엔비디아와 글로벌 AI 기업들의 성장 기대가 여전히 유효하지만, 이미 상당 부분이 주가에 선반영됐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실제로 최근 브로드컴 실적 발표 이후 시장에서는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되며 AI 관련 종목들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거시경제 환경도 녹록지 않다.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국제 유가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은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시기를 늦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당분간 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할 경우 글로벌 증시의 유동성 기대도 일부 약화될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이 1,540원선을 웃도는 점 역시 외국인 자금 흐름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환율 상승은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환차손 위험을 키워 국내 증시 투자 매력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현재 코스피의 상승 추세 자체는 유효하다고 평가하면서도,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 가능성에는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과거 강세장에서도 지나친 낙관론이 형성된 이후 예상치 못한 악재를 계기로 급격한 변동성이 나타난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장은 반도체와 AI라는 강력한 성장 스토리에 기대고 있지만, 기대가 과도하게 높아질 경우 작은 실망에도 주가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며 “최근 코스피 변동성 확대는 상승장의 자신감과 함께 과열 위험도 커지고 있다는 경고 신호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강세장은 끝나지 않았을 수 있지만, 상승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질 때는 언제나 조정이 뒤따랐다는 점을 투자자들이 기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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