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르면 다음 달 말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7만3천 가구+α 규모의 신규 공공주택지구 후보지를 추가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이재명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이 단순한 ‘물량 확대’를 넘어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장기적 목표와 어떻게 연결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주택가격 불안과 공급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속도와 물량을 동시에 강조하고 있다. 반면 수도권, 특히 서울과 서울 인접 지역에 주택 수요가 집중된 현실에서 공급 확대가 다시 수도권 인구와 일자리 집중을 강화할 경우 국토 불균형이 오히려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정부의 정책을 두고 일각에서 표현하는 ‘닥치고 공급’이라는 말은 공식 정책 용어는 아니다. 그러나 공급량을 신속하게 늘리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7만3천 가구+α 신규택지는 이재명 정부 주택정책의 방향을 가늠할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7.3만 가구+α 추가 공급…서울 그린벨트가 변수
국토교통부는 지난 13일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을 내놓고 서울 강서구와 경기 남양주시, 광주시 등 3개 지역에 약 2만7천 가구 규모의 신규 공공주택을 공급하기로 했다.
정부는 여기에 더해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7만3천 가구 이상 규모의 추가 신규 공공주택지구 후보지를 최대한 신속하게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공개된 2만7천 가구에는 서울 강서구와 경기 남양주, 경기 광주 등이 포함됐지만, 시장의 관심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추가 물량으로 향하고 있다.
특히 서울의 개발제한구역, 이른바 그린벨트가 포함될지가 핵심 변수다.
정부는 신규 택지 발표를 앞두고 투기 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서울과 서울 인접지역 그린벨트 상당 지역을 한시적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 이는 특정 지역을 후보지로 확정했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시장에서는 향후 개발 가능성이 있는 지역을 사전에 관리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과거부터 서울 강남권에서는 세곡·자곡동과 수서차량기지 일대, 송파구 방이동 인근, 서초구 내곡동 등이 주택 공급 후보지로 거론돼 왔다.
문제는 서울시의 입장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그린벨트 해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하면서 녹지 보존과 기존 도심의 정비사업을 통한 주택공급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서울 주택시장의 수요를 감안하면 수도권 핵심 지역에서 추가적인 공급부지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국토부와 서울시의 협의가 향후 신규택지 발표의 중요한 변수가 되는 이유다.
정부의 공급 논리는 분명하다
정부가 공급 속도를 강조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국토부는 올해 업무계획에서 수도권 공공택지의 2026년 착공 물량을 5만 가구 이상으로 확대하고, 3기 신도시와 신규 택지의 인허가 절차를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서리풀·고양대곡·의왕오전왕곡·의정부용현 등 신규 택지 약 5만 가구의 사업도 신속하게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7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도 정부는 3기 신도시 등의 착공 시점을 1~2년 앞당기고, 상업용지 등 장기간 방치된 비주택용지를 주택용지로 전환하는 방안을 확대하기로 했다. 서울 도심복합사업 후보지 발굴과 학교용지 등 도심 내 신규 물량 확보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가 내세우는 정책적 논리는 간단하다. 수요가 있는 곳에 충분한 주택을 빠르게 공급해야 가격 불안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토부는 지난 1월 서울 용산·태릉, 경기 과천 등 도심의 유휴부지와 기존 시설을 활용해 약 6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국민이 원하는 곳에 충분한 양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즉 현재 정부의 공급정책은 단순히 신도시를 계속 만드는 방식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도심 유휴부지, 정비사업, 공공기관 이전부지, 비주택용지 전환 등을 함께 활용해 공급 속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주택공급과 국토균형발전은 같은 문제가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
서울과 수도권에 집을 더 많이 공급하는 것이 곧 국토 균형발전으로 이어지는가.
대답은 반드시 그렇다고 보기 어렵다.
주택 수요가 수도권에 집중되는 가장 큰 이유는 주택 자체의 부족 때문만은 아니다. 일자리와 교육, 의료, 문화, 교통, 산업 기반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울과 수도권에 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하면 단기적으로 주거 불안을 완화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수도권의 인구와 경제활동을 더욱 끌어들이는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지방에서는 청년 인구 유출과 주택 수요 감소가 동시에 진행될 수 있다. 수도권에는 주택을 계속 짓고 지방에는 빈집이 늘어나는 구조가 고착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결국 주택정책을 단순한 공급량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어디에서 살아가고 일할 것인가’라는 국토공간 정책의 문제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균형발전을 별도의 축으로 제시하고 있다
정부가 이런 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재명 정부의 123대 국정과제를 보면 ‘모두가 잘사는 균형성장’을 별도의 국정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국정과제에는 ‘5극 3특’과 중소도시 균형성장, 행정수도 세종 완성, 2차 공공기관 이전, 소멸위기지역 지원, 지방 교통 인프라 확충 등이 포함돼 있다. 동시에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와 주거복지도 별도의 국정과제로 제시됐다.
국토부 역시 올해 업무방향에서 ‘균형 성장’을 핵심 목표 가운데 하나로 제시하고, 5극 3특 초광역권 육성, 중소도시 경쟁력 강화, 지방 활력 제고를 주요 정책으로 제시했다.
7월 업무보고에서도 정부는 하반기 2차 공공기관 이전계획을 발표하고 지방권 중심으로 교통 인프라를 재편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3대 메가프로젝트와 연계한 기업형 첨단도시를 조성하고 산업단지와 주거지를 30분 생활권으로 연결하는 구상도 제시했다.
따라서 정책의 공식적인 설계만 놓고 보면 ‘수도권 주택공급’과 ‘지방 균형발전’을 동시에 추진하는 투트랙 전략에 가깝다.
관건은 ‘지방에 무엇을 공급할 것인가’다
하지만 균형발전의 성패는 주택 공급량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지방에 아파트를 공급한다고 해서 사람이 자동으로 지방으로 이동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방에서 필요한 것은 주택만이 아니라 일자리와 산업, 교육, 의료, 문화, 교통을 하나로 묶은 정주 생태계다.
정부가 제시한 5극 3특 전략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그 주변에 아파트를 짓는 수준을 넘어, 기업과 연구기관이 실제로 지역에 투자하고 청년이 지역에서 교육받고 취업하며 가족을 꾸릴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7월 국토부 업무보고에서 산업단지와 주거지를 30분 생활권으로 연결하는 기업형 첨단도시와 지방권 중심 교통망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이런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아직은 계획 단계의 사업들이 많다. 2차 공공기관 이전 역시 구체적인 이전 대상과 지역별 경제효과, 정주인프라 구축 방안이 어떻게 확정되는지가 중요하다.
‘집을 많이 짓는 것’에서 ‘지역을 선택하게 만드는 것’으로
주택공급 정책의 평가 기준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예컨대 수도권에 10만 가구를 공급했다고 해서 성공한 정책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실제 입주자가 누구인지, 주거비 부담이 얼마나 낮아졌는지, 서울 출퇴근 수요가 얼마나 감소했는지, 교통과 교육시설이 충분한지 등을 함께 따져야 한다.
지방 역시 마찬가지다.
몇 만 가구의 주택을 공급했느냐보다 그 지역에서 일자리를 얻고, 자녀를 교육하고, 의료 서비스를 받고,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신규택지 정책은 ‘몇 호를 공급하느냐’와 함께 ‘어떤 도시를 만들 것인가’를 동시에 제시해야 한다.
특히 서울 그린벨트 해제가 검토될 경우에는 단순히 주택 부지를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녹지 보전과 도시 확장 비용, 교통 인프라 투자, 탄소배출 증가 가능성, 기존 도심 재개발과의 관계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수도권 공급과 지방 균형발전, 어느 한쪽만 선택할 수 없다
현재 정부가 처한 현실은 복잡하다.
서울의 주택 수요를 외면할 수 없고, 공급을 늦출 경우 주택가격 불안이 다시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수도권 공급만 확대하면 장기적으로 수도권 집중을 심화시킬 수 있다.
결국 필요한 것은 ‘공급 대 균형발전’이라는 선택이 아니라 ‘공급을 통한 균형발전’이라는 새로운 설계다.
수도권에서는 기존 도심의 유휴부지와 정비사업, 역세권 등을 우선 활용해 토지 이용 효율을 높이고, 지방에서는 주택 공급을 산업·일자리·교통·교육 정책과 결합하는 방식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정부가 이미 국정과제로 제시한 5극 3특, 2차 공공기관 이전, 소멸위기지역 지원과 주택공급 확대를 서로 별개의 정책으로 운영하지 않고 하나의 국토전략으로 묶어낼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닥치고 공급’의 다음 단계는 ‘어디에, 왜, 누구를 위해’여야 한다
이번 7만3천 가구+α 신규택지 발표는 단순한 공급대책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서울 그린벨트가 포함될지 여부도 중요하지만 더 본질적인 문제는 정부가 주택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주택을 단순히 부족한 상품으로 보고 물량을 늘리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출 것인지, 아니면 주거를 일자리와 산업, 교통, 교육, 환경이 결합된 국토공간 전략의 일부로 볼 것인지가 향후 정책의 지속가능성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정부는 한편으로는 수도권 135만호 공급 로드맵을 추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5극 3특과 2차 공공기관 이전을 통해 균형성장을 추진하고 있다. 국토부 자료에서도 주거 안정과 균형 성장을 동시에 핵심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평가는 단순히 “정부가 몇 만 가구를 추가로 확보했는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서울에는 왜 더 많은 집이 필요한지, 지방에는 왜 사람이 남지 않는지, 그리고 주택공급이 이 두 문제를 어떻게 동시에 해결할 것인지를 묻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정부가 말하는 ‘신속하고 충분한 공급’이 단기적인 주택시장 안정책에 머물지 않고 장기적인 국토 재편 전략으로 이어지려면, 7만3천 가구+α의 숫자 뒤에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면서도 국민이 원하는 곳에서 살 수 있도록 만드는 구체적인 지역발전 전략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
결국 이번 신규택지 정책의 진짜 시험대는 아파트가 얼마나 빨리 올라가느냐가 아니라, 그 공급이 대한민국의 주거 불안과 수도권 집중이라는 두 문제 가운데 어느 하나도 악화시키지 않고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느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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