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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지구이야기⑧] 초원 위에 솟아오른 거대한 돌기둥, 미국 ‘데블스 타워’

  • 유연정 기자
  • 입력 2026.10.29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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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와이오밍주 초원에 우뚝 선 높이 약 265m의 암석 봉우리, 수직으로 이어진 독특한 돌기둥의 풍경
  • 오랜 침식이 드러낸 지하의 화성암, 원주민의 전설과 자연의 역사가 깃든 신성한 장소

[편집자 주] ESG코리아뉴스는 지구 곳곳에 숨겨진 경이로운 자연과 아름다운 풍경을 소개하는 기획 연재 〈아름다운 지구이야기〉를 선보인다. 오랜 세월 자연이 빚어낸 신비로운 지형부터 그 속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생명들의 이야기까지, 아름다운 풍경에 담긴 자연의 역사와 가치를 함께 들여다본다. 이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의 다채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자연의 소중함과 그 아름다움을 미래 세대에 온전히 전해야 할 의미를 되새기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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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원 위에 솟아오른 거대한 돌기둥, 미국 ‘데블스 타워’ [사진=Todd Trapani]

 

미국 와이오밍주 북동부의 드넓은 초원에는 주변 풍경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거대한 바위산이 우뚝 솟아 있다. 완만한 구릉과 소나무 숲이 이어지는 대지 한가운데, 마치 누군가 거대한 돌기둥을 세워 놓은 듯한 모습이다.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암벽에는 수많은 세로줄이 이어져 있고, 햇빛이 비추는 방향에 따라 바위 표면에 드리워지는 그림자도 달라진다.


미국 와이오밍주에 자리한 '데블스 타워(Devils Tower)'이다.


데블스 타워는 주변 지형에서 약 265m 높이로 솟아 있는 거대한 암석 봉우리다. 인근 벨푸시강(Belle Fourche River)의 수면을 기준으로 하면 높이 차이는 약 386m에 이른다. 멀리서 보면 하나의 커다란 바위산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수직으로 이어진 수많은 돌기둥이 독특한 모습을 드러낸다.


주변에는 초원과 소나무 숲이 펼쳐져 있다. 완만하게 이어지는 녹색 대지 위로 거대한 회색 암벽이 솟아 있어 멀리서도 쉽게 눈에 띈다. 특히 해가 뜨거나 질 무렵에는 암벽의 한쪽이 따뜻한 빛을 받아 붉은빛을 띠고, 반대편에는 짙은 그림자가 생기면서 바위의 굴곡이 더욱 선명해진다.


이곳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암벽을 따라 길게 이어진 수직의 돌기둥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거대한 바위가 하나로 이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기둥이 서로 맞닿아 있는 듯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기둥들은 대부분 다각형의 단면을 이루고 있으며, 일부는 육각형에 가까운 형태를 띤다. 높은 곳에서 아래로 길게 이어지는 균열은 마치 누군가 바위 표면에 수많은 선을 새겨 놓은 듯하다.


이러한 지형을 '주상절리(Columnar Jointing)'라고 부른다.


주상절리는 뜨거운 마그마나 용암이 식어 굳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암석이 냉각되면 부피가 줄어들면서 균열이 생기는데, 이 균열이 일정한 방향으로 발달하면 여러 개의 다각형 기둥이 나란히 배열된 구조가 나타난다.


데블스 타워는 세계적으로 규모가 큰 주상절리 지형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수많은 돌기둥이 높은 암벽을 이루고 있어 자연이 만들어낸 거대한 석조 건축물을 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이 거대한 바위산의 역사는 아주 오래전 지하 깊은 곳에서 시작됐다.


당시 이 지역에는 여러 지층이 쌓여 있었고, 지구 내부에서 올라온 뜨거운 마그마가 기존 암석층 사이로 파고들었다. 마그마는 지하에서 서서히 식어 단단한 화성암이 됐으며, 이 과정에서 오늘날 데블스 타워의 특징인 수직의 균열이 만들어졌다.


데블스 타워를 이루는 암석은 '포놀라이트 반암(Phonolite Porphyry)'이라는 화성암으로, 내부에는 크기가 서로 다른 광물 결정들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지금처럼 높은 바위산이 지표면에 드러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오랜 세월 비와 바람, 하천의 침식 작용으로 주변의 퇴적암층이 조금씩 깎여 나갔고, 상대적으로 침식에 강한 화성암만 남으면서 거대한 돌기둥의 모습이 드러났다.


오늘날 우리가 바라보는 데블스 타워는 오랫동안 땅속에 감춰져 있던 암석이 주변 지형의 변화로 모습을 드러낸 결과인 셈이다.


다만 데블스 타워가 지하에서 정확히 어떤 형태로 만들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지질학적 해석이 존재한다. 과거 화산의 통로가 남은 것이라는 설명도 있었고, 지하에 관입한 마그마 덩어리가 식어 굳은 뒤 드러났다는 해석도 제시됐다. 과학자들은 이곳이 마그마에서 형성된 화성암이라는 점에는 의견을 같이하지만, 당시의 구체적인 형성 과정에는 여전히 연구할 부분이 남아 있다고 설명한다.


데블스 타워의 독특한 모습은 과학자들뿐 아니라 오래전부터 이 지역에서 살아온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곳은 라코타(Lakota), 샤이엔(Cheyenne), 키오와(Kiowa), 아라파호(Arapaho) 등 여러 원주민 공동체가 신성하게 여기는 장소다. 이들은 데블스 타워를 단순한 바위산이 아니라 조상 대대로 이어져 온 이야기와 정신적 의미가 깃든 장소로 받아들여 왔다.


원주민들의 전승에는 데블스 타워가 만들어진 이유를 설명하는 다양한 이야기가 남아 있다. 부족과 공동체에 따라 세부 내용은 다르지만, 여러 이야기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동물이 바로 곰이다.


라코타족 등에 전해지는 이야기 가운데에는 거대한 곰에게 쫓기던 소녀들이 바위 위로 올라가 위험을 피했다는 전승이 있다. 소녀들을 보호하기 위해 바위가 하늘 높이 솟아올랐고, 곰이 바위를 기어오르려다 발톱으로 긁은 흔적이 오늘날 암벽에 남아 있는 긴 세로줄이 됐다는 이야기다.


과학적으로는 암석이 식으면서 생긴 균열이지만, 원주민들은 그 독특한 형태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아 전해 온 것이다.


이러한 전승과 관련해 데블스 타워는 '베어 로지(Bear Lodge)', 곧 '곰의 집'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다. 원주민 공동체에서는 각자의 언어와 전통에 따라 이곳을 부르는 이름이 다르며, 곰과 관련된 명칭도 여러 형태로 전해진다.


오늘날 널리 사용되는 '데블스 타워'라는 이름은 19세기 미국의 서부 탐사 과정에서 등장했다.


1875년 이 지역을 탐사한 리처드 도지(Richard Dodge)는 원주민들이 이곳을 '나쁜 신의 탑'이라는 뜻으로 부른다고 기록했고, 이후 데블스 타워라는 명칭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국 국립공원관리청(NPS)은 이 명칭이 원주민 언어를 잘못 번역한 결과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원주민들이 오래전부터 사용해 온 이름과 그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데블스 타워에는 하나의 자연 지형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역사와 문화가 담겨 있다. 오늘날에도 여러 원주민 공동체는 이곳에서 전통 의식과 기도를 이어가며 장소의 신성한 의미를 지키고 있다.


데블스 타워는 미국 자연보호 역사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1906년 9월 24일 시어도어 루스벨트(Theodore Roosevelt) 대통령은 이곳을 미국 최초의 국가기념물(National Monument)로 지정했다. 같은 해 제정된 고적보존법(Antiquities Act)에 따라 보호된 첫 번째 국가기념물이다.


이는 독특한 자연 지형을 국가 차원에서 보존하기 위한 중요한 결정이었다. 이후 미국에서는 지질학적·역사적·문화적 가치가 높은 여러 장소가 국가기념물로 지정되면서 자연과 문화유산을 보호하는 제도가 확대됐다.


오늘날 데블스 타워 국가기념물은 미국 국립공원관리청이 관리하고 있다. 방문객들은 주변에 조성된 탐방로를 따라 걸으며 거대한 암벽을 여러 방향에서 바라볼 수 있다. 탐방로 주변에는 초원과 소나무 숲이 어우러져 있으며, 다양한 야생동물도 살아간다.


암벽 아래에는 오랜 세월 떨어져 나온 커다란 바위들이 쌓여 있다. 이는 자연의 풍화와 침식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흔적이기도 하다.


데블스 타워는 암벽등반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진 장소다. 수직으로 이어진 주상절리 사이에는 길고 깊은 균열이 발달해 있어 암벽등반가들이 도전하는 독특한 등반 지형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곳은 원주민들에게 신성한 장소이기도 해 등반을 둘러싼 문화적 배려가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미국 국립공원관리청은 원주민들의 전통 의식이 많이 이루어지는 6월 한 달 동안 방문객들이 자발적으로 암벽등반을 삼가도록 권고하고 있다. 자연을 즐기는 활동과 오랜 문화적 전통을 함께 존중하기 위한 조치다.


데블스 타워는 영화 속 배경으로 등장하면서 더욱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1977년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 감독의 영화 '미지와의 조우(Close Encounters of the Third Kind)'에서 데블스 타워는 외계 생명체와 인간이 만나는 중요한 장소로 등장한다.


영화 속 인물들이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리듯 데블스 타워의 형상을 반복해서 떠올리는 장면은 작품을 대표하는 이미지 가운데 하나다. 주변 초원에서 홀로 솟아오른 거대한 바위산의 모습은 신비로운 영화의 분위기와 어우러지며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영화가 개봉한 이후 데블스 타워는 독특한 자연 지형을 넘어 대중문화 속에서도 널리 알려진 장소가 됐다.


그러나 이곳의 진정한 특별함은 영화가 만들어낸 상상보다 훨씬 오래된 자연의 역사에 있다.


지하에서 뜨거운 마그마가 식어 단단한 암석이 되고, 오랜 세월 주변 지층이 깎여 나가면서 거대한 돌기둥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암벽에 남은 수직의 균열은 암석이 냉각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으며, 주변의 계곡과 초원은 오랜 침식과 지형 변화의 결과다.


여기에 수많은 세대를 거쳐 전해 내려온 원주민들의 이야기와 자연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까지 더해지면서 데블스 타워는 지질학적 가치와 문화적 의미를 함께 간직한 장소가 됐다.


데블스 타워를 바라보면 거대한 자연이 반드시 높은 산맥이나 넓은 협곡의 모습으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드넓은 초원 한가운데 홀로 솟아 있는 바위산 하나에도 오랜 지구의 역사와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미국 와이오밍주의 초원에는 오늘도 데블스 타워가 우뚝 서 있다. 계절에 따라 주변 숲과 초원의 색이 달라지고, 햇빛이 움직일 때마다 암벽의 그림자도 모습을 바꾼다. 하지만 하늘을 향해 길게 이어진 수많은 돌기둥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수천만 년에 걸친 지질학적 변화가 만들어낸 데블스 타워는 자연이 오랜 시간에 걸쳐 빚어낸 경이로운 풍경이자, 그 땅을 신성하게 여겨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함께 살아 있는 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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