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경훈의 건축과 공간정의] 작은 건축을 통해 국가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면..!
인간은 필연적으로 건축을 요구한다. 무엇보다 건축은 인간에게 ‘안전하게 정착하고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며, 인류의 생존 조건에서 필수요소로 자리한다. 다양한 문화가 존재하는 인간사회에서, 건축은 그들만의 사회적 언어로 발전되어 왔다. 생존의 연장선에서 각각의 사회적 환경에 따라 최적의 구조와 재료를 적용해 공간을 생산했다. 이처럼 건축은 그 장소의 시간이 축적된 역사를 담아내고 삶의 현실을 해석할 수 있는 정보를 부여한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로 알려진 아프리카 서부에 위치한 ‘부르키나파소’는, 지리적 조건으로 곡물이 자라기 어려운 지형과, 연간 4개월이 우기 및 평년 기온이 28.5℃의 기후적 조건으로 지속적인 기근과 빈곤에 노출되어 있는 사회적 문제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유니세프, 해비타트, 국경없는 의사회 등 많은 NGO와 국제사회가 부르키나파소를 위한 인도주의적 활동과 사회적 실천을 하고 있지만, 해당국가에 자리한 지역 사회가 자생할 수 있는 기본적인 환경을 구축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이러한 부르키나파소의 지역사회를 위해 한 건축가가 나섰다. 2022년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일컫는 하얏트 재단의 플리츠커 건축상(The Pritzker Architecture Prize) 수상자 디베이도 프랜시스 케레(Diébédo Francis Kéré, 1965)는, 2001년 부르키나파소의 외곽 지역에 위치한 간도의 초등학교(GANDO Primary school)프로젝트를 시작으로, 건축을 활용해 지역 사회의 발전과 혁신을 위한 헌신과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프리츠커 수상문에서 케레와 그의 건축을 다음과 같이 전한다.
‘프랜시스 케레의 건축은 극도로 결핍한 지역에서 지역주민의 지속적인 삶을 가능하게 하는 혁신적인 건축이다. 그는 건축가이자 봉사자로서 세계의 관심 밖의 핍박한 지역의 시민들의 삶과 경험을 개선하고 있다.’_Pritzker Architecture Prize
케레는 부르키나파소의 지역 마을에서 소수 부족 족장의 아들로 태어나고 자랐으며,누구보다 해당 지역에 자리한 사회문화적 특성에 대해 깊은 이해와 지식을 갖고 있었다. 마을 대표로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독일 베를린에서 건축에 대한 고등교육을 수학할 수 있었던 건축가는, 언제나 개인의 명예나 부가 목적이 아닌, 오로지 지역사회의 ’생존‘을 위한 지속적인 고민을 통해 건축적인 해결책을 고민했다.
건축가의 가장 첫 번째 목적은,지역사회에 최소한의 교육을 제공하는 장소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그가 어린 시절 태어나고 자란 간도 지역은, 학교가 없어 어린이들이 기초 교육을 접하는데 큰 어려움이 있었고, 건축가 또한 7세에 타 지역에서 유학생활을 하며 초등교육을 받았다. 그는 지역 어린이들의 기초교육에 대한 어려움으로 계속 높아지는 문맹률과 모든 문화적 접근이 배제되어 사회 구조의 개선에 한계가 있음을 고민했다. 이에 케레는 스스로 사회재단을 만들어 자신과 지역사회 및 세계 사회의 기부를 통해 지역에 필요한 ‘간도 초등학교’를 계획하였고, 건축에 필요한 재료 및 구조는 흙을 활용할 수 있는 지역의 장소적 조건을 고려해 계획되었다.
‘간도 초등학교’는 지역 주민의 참여로 시공이 이루어졌다. 지역의 전문 건설 인프라와 재정적 부족으로, 건축가는 건축 계획에서 지역 주민이 서로 협력하여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동일한 이유로 건축을 구성하는 재료 또한 대부분은 지역에서 구할 수 있는 자연 재료를 지역 커뮤니티가 생산하여 사용했으며, 최소한의 산업 자재를 통해 건축을 구성했다.
건축가는 새로운 건축을 통해 고온의 기후 환경에 취약한 해결책을 제시했다.연 최고 기온이 45도에 이르는 폭염에서 실내공간의 기온을 낮추기 위해 '공중 지붕'의 자연 배기구조를 착안한 것이다. 공중 지붕의 공기순환 구조는 실내온도를 실외에 비해 약 –6도 안팎의 낮은 기온을 유지시켜주는 효과를 보였으며, 해당 구조는 동일한 기후 및 전기 시설이 없는 조건의 주변 아프리카 지역에서 혁신적인 건축 공법으로 찬사를 받고 있다.

학교는 지역에 거주하는 아이들에게 교육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공동체의 협력을 통해 마련된 새로운 마을회관과 같은 역할을 수행했다. 건축가와 지역사회는 스스로 건축을 통해 공간을 생산할 수 있는 ‘건축 기술’을 갖추게 되었으며, 2001년 이 후 지금까지도 지역 사회에 필요한 건축을 지속하고 있다.
건축가와 지역사회의 협동과 소통, 그리고 적극적인 실천으로 완성된 사회참여건축은 마을의 모든 것에 혁신을 가져왔다. 대표적으로 지역의 어린아이들 뿐 아니라, 주변 마을의 아이들까지도 해당 학교에서 기초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교육권을 제공하였다. 이러한 기초교육의 제공은 지역사회에서 대물림되는 가난과 빈곤의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다양한 인적 자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의 가능성을 높여준다. 또한, 건축기술을 습득한 지역 노동자는, 건축 시공자로 지역사회에서 노동을 통해 경제적 활동을 수행하는 사회적 자원으로 자리한다.
520㎡의 작은 공간에서 시작된 사회참여건축은 현재 아프리카 다수지역의 생태계를 바꿔나가고 있다. 흔히 많은 건축가가 사회를 위한 건축에 대해 자신의 작업을 형용하거나 타 건축을 해석하지만, 무엇보다 해당 사례에서 보여준 건축가의 공간적 정의와 참여는, 건축 기반 시설이 없고 자연적 조건이 낙후한 소외된 지역에서, 건축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본질적인 방향성을 제시한다. 자본지향적인 오늘날 지배적인 건축 환경에서, 케레의 사회참여건축은 시작부터 결과, 그리고 그 이후에도 진정한 ’사회적 건축‘에 대한 깊은 울림을 전달한다.
덧붙이는 글 I 민경훈 (Min Kyeong Hoon)
현재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 실내설계 전공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민대학교 금속공예학 미술학사, 동대학원 실내설계 석사, 동대학원 건축디자인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사회참여건축과 공간정의를 주제로 박사 논문을 연구했으며, 건축과 디자인 분야에서 공간정의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 및 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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