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진의 금융읽기④] 공정한 경제를 향한 금융 규제의 중요성
금융 규제는 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증진하며, 더욱 공정하고 포용적인 경제 체제를 구축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경제의 불공정성과 금융규제의 필요성
공정한 경제란 모든 경제 주체가 동등한 기회를 누리며 경쟁하고, 경제 활동을 통해 얻은 이익이 공평하게 분배되는 이상적인 상태를 의미한다. 이와 같은 기준으로 우리 사회의 경제를 분석해보면, 불행히도 현실은 이상과 상당한 거리가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2008년 금융위기를 시작으로, 가상화폐 시장의 급성장, 부동산 시장의 부침은 경제의 불투명성과 공정성 결여를 명확히 보여주었다. 이러한 현상들은 금융 시장 내의 부정직한 관행과 구조적 문제들이 얼마나 깊이 뿌리내렸는지를 드러내고 있다.
소수의 이익을 위해 다수가 희생되는 상황, 일부의 부와 권력이 대다수의 기회를 압도하는 현실은 우리에게 금융 규제 강화의 필요성을 절실히 일깨워준다. 공정한 경제로의 진전을 위해서는 이러한 문제들을 철저히 분석하고, 구조적 개선을 통해 실질적인 변화를 이루어낼 필요가 있다.
공정성의 나침반으로서 금융규제
금융 시장에서 공정성의 구현은 투명성, 책임감, 그리고 모든 이에게 동등한 기회의 제공을 포함한다. 이러한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규제와 정책은 다양하고, 각 정책은 시장의 특정 부문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둔다. 예컨대,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기 위한 공시 규정, 시장 조작을 방지하기 위한 거래 감시 시스템 구축,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법적 조치 등이 그 예이다.
최근 몇 년간 금융 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접근성을 개선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새로운 형태의 시장 조작과 사기의 위험 역시 증가했다. 이에 대응하여 규제 기관은 기술적 변화에 발맞춰 규정을 갱신하고 새로운 위험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미국에서는 암호화폐 시장의 급성장에 따른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새로운 감독 규정을 도입했다. 이 규정은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엄격한 감독을 요구하며, 투자자 보호를 위한 명확한 지침을 제공한다.
루나와 테라 사건의 교훈
루나와 테라의 붕괴는 금융 혁신의 이중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으로, 이는 금융 규제의 중요성과 그 방향성에 대해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이 사건은 디지털 금융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젖히는 동시에 그로 인한 위험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규제의 필수성을 강조하고 있다.
루나와 테라는 가상화폐 시장에서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으로 분류되며, 달러와의 연동을 통해 1테라코인이 1달러의 가치를 유지할 것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특정 세력의 대규모 공매도와 루나 발행량의 급증은 이러한 안정성을 심각하게 해쳤고, 이로 인해 루나는 단 8일 만에 그 가치가 96% 폭락했다. 이는 스테이블 코인의 위험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이다.
암호화폐의 매력은 전통적인 은행 시스템을 우회하는 새로운 금융상품, 지적재산권 보호의 혁신, 그리고 중앙화되지 않은 금융 시스템의 구현에 있다. 하지만 테라와 루나 사태는 투자자 보호와 시장의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한 강화된 규제의 필요성을 새삼 강조하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은 그 구성 자산과 운영 방식에 대한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다. 이는 일반 투자자와 금융 기관이 금융 사기와 시장 조직으로부터 보다 효과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게 해준다.
루나와 테라 사태에서 드러난 교훈은, 기존의 규제 체계가 신속하게 발전하는 금융 기술의 위험을 효과적으로 관리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금융 규제는 새로운 금융 상품과 서비스의 등장에 대응하기 위해 유연하고 적응성이 높아야 한다. 이는 금융 시장의 공정성과 안정성을 보장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금융 혁신이 가져올 수 있는 기회와 위험을 균형 있게 관리하는 데 중요하다.
경제적 불평등 완화의 핵심도구로서 금융규제
금융 규제는 단순히 법적 틀을 넘어서 경제의 공정성을 증진하고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는 규제가 시장 내의 투명성과 책임을 강화하며 모든 경제 주체에 동등한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가능해진다.
경제적 불평등은 소득과 자산의 불균형에서 비롯되며, 이는 종종 정보의 비대칭성과 시장의 불공정한 접근으로 인해 발생한다. 금융 규제를 통해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성을 줄이고, 모든 투자자와 소비자가 필요한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이 경제 활동에서 공정한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된다.
또한, 금융 규제는 특정 집단이 시장을 지배하거나 독점하는 것을 방지하여 경쟁을 촉진한다. 이는 중소기업과 개인 투자자가 더 큰 시장 접근성을 갖고, 그들의 경제적 위치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소규모 대출과 소비자 금융 보호에 관한 규제는 저소득층과 취약 계층에게 금융 서비스 이용을 가능하게 하여 그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고, 전반적인 소득 불평등을 감소시킬 수 있다.
결국, 금융 규제는 더욱 공정하고 포용적인 경제 체제를 구축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규제 기관, 기업, 개인이 함께 노력할 때, 우리는 경제적 불평등을 줄이고 모든 사람이 공평한 기회를 갖는 경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우리 사회 전체의 번영으로 이어질 것이며, 그로 인해 경제적 불평등이 점차 완화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I 이상진(Lee Sang JIn)
한국사회혁신금융(주) 대표이사
연세대학교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KAIST MBA를 나와 한양대 국제대학원에서 사회적경제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4년부터 글로벌 컨설팅사 Kearney, Accenture, 삼정KPMG, 삼성SDS에서 국민은행, 삼성생명, 신한금융투자 등 선도적인 금융기관을 컨설팅 했으며, 2012년부터 우리금융지주에서 14개 계열사의 경영혁신을 담당한 금융전문가이다. 2014년 사회혁신기업가들과 기금을 조성하면서 임팩트금융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2016년 한국사회혁신금융(주)을 창업했다. 경기도, 충남, 화성시 등 다수 지자체의 사회적경제기금의 운영위원을 역임했고, 영국 BSC를 모델로 하는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과 캐나다 데자르뎅 연대경제신협을 모델로 하는 사회연대신협 설립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2024년 '새로운 사회를 위한 금융교육과 사회적 은행'을 출간했으며, 현재 한국사회혁신금융(주) 대표이사로 사회혁신기업가네트워크 상임이사, 서울사회적기업협의회 공동대표, 한국임팩트금융민간자문단(NAB) 이사로 활동하며 국내 사회혁신 생태계를 만드는데 앞장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