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h Yoon-sook\'s Architecture Talk ②] Rebirth of Industrial Heritage: Innovative Transformation of Magna Science Adventure Centre
한때 영국 철강 산업의 중심지였던 로더럼 템플버러 지역. 폐허로 남겨진 제강소 자리에 새로운 생명이 깃들었다. 강철 제조에 필수적인 흙, 공기, 불, 물의 요소를 주제로 한 매그너 사이언스 어드벤처 센터(Magna Science Adventure Centre)는 길이 400m, 높이 35m의 창고 내에 각 요소를 표현하는 네 개의 파빌리온이 강철 다리와 보도로 연결된 형태로 배치되어 있다.
지구 파빌리온(Earth Pavilion)은 지하 슬래브 아래에, 공기 파빌리온(Air Pavilion)은 공중에 떠 있는 비행선 형태로, 불 파빌리온(Fire Pavilion)은 화염 토네이도를 담은 검은 상자로, 물 파빌리온(Water Pavilion)은 강철로 형성된 빛나는 파도로 디자인되어 각 요소의 특성을 시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한때 강철 산업의 심장이었던 로더럼(Rotherham)과 템플버러(Templeborough) 지역의 제강소 폐허 위에 세워진 이 공간은 단순한 과학 체험관을 넘어 산업 유산을 보존하면서도 미래를 설계한 지속 가능한 건축의 사례이다.
도시의 폐허 위에, 기억과 미래, 과학과 감각이 교차하는 공간이 서 있다. ‘폐허’라는 단어는 무언가가 끝났음을 의미하지만, 때로는 그 끝에서 새로운 시작이 열린다. 2001년 RIBA Stirling Prize를 수상한 Magna Science Adventure Centre는 단순한 과학 체험관이 아니다. 산업 유산을 허물지 않고 재생하는 방식으로 지속 가능한 건축 철학을 실현한 공공적 재생 건축이다. 르페브르의 공간 이론과 데이비드 하비, 한스 요나스, 피터 줌터의 철학이 만나는 이곳에서, 나는 폐허가 어떻게 생명력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하는지를 직접 경험했다.
철의 기억을 보존한 외피 – 공간의 재구성
매그너는 철거 대신 시간의 흔적을 남기는 방식으로 미래를 설계했다. 길이 400m, 높이 35m의 제강소 건물을 그대로 보존한 채, 그 위에 네 개의 원소 파빌리온을 배치했다. 흙(Earth), 공기(Air), 불(Fire), 물(Water)이라는 원초적 요소들이 과학의 언어로 풀어진 감각적 체험 공간을 형성한다. 르페브르가 말한 ‘공간의 재현’ 개념을 반영하여, 기억과 감각을 되살리며, 물질적 기억을 통한 공간의 재생산을 실현한 것이다.
공간을 걷는 신체 – 공간적 실천
첫인상부터 숨이 멎을 듯했다. 건물 외피는 여전히 강철로 단단했고, 높이 솟은 천장은 과거의 위용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안에는 오감을 자극하는 공간 연출이 숨어 있었다. 불, 물, 공기, 흙 – 이 네 가지 원소가 각각의 파빌리온으로 해석되었으며, 이는 산업의 흔적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그 위에 감각의 층위를 덧입힌 형태였다.
불 파빌리온(Fire Pavilion)에 들어서자, 마치 용광로의 심장부에 들어선 듯한 느낌이 들었다. 붉은 조명이 공간을 채우고, 화염 토네이도가 쉴 새 없이 회전하며 금속의 떨림과 진동, 열기로 시각과 청각, 촉각을 동시에 자극했다. 이는 단순한 전시가 아니라, 물리적으로 작동하는 감각의 극장이었다.
공기 파빌리온(Air Pavilion)은 또 다른 차원의 공간이다. 강철 다리를 지나 공중에 매달린 비행선 구조물에 들어서면, 중력이 사라지는 듯한 이질적인 감각이 밀려온다. 건축이 감정을 공중에 띄울 수 있다는 것을 이 공간에서 처음으로 경험했다. 부유하는 것은 구조뿐만이 아니었다. 내 감정도 천천히 그 안에서 부유했다.
기억과 감각의 중첩 – 재현의 공간
르페브르의 이론처럼, 공간은 단순히 구성된 것이 아니라 실천되고, 경험되며, 재현되는 것이다. 이곳에서 나는 ‘공간적 실천’이 무엇인지 몸소 느꼈다. 관람자가 아니라, 행위자가 되는 순간. 매그너는 나로 하여금 공간을 걸으며 직접 쓰게 만들었다. 불과 공기 사이를 걷고, 감각의 흐름을 따라다니면서, 공간이 나를 사유하게 만드는 기묘한 경험을 했다.
물 파빌리온(Water Pavilion)은 시각적 장치보다 소리와 습도, 어둠과 반사가 만들어내는 감각적 분위기로 구성되었다. 촉각과 청각, 그리고 몸의 리듬이 건축을 다시 해석하는 순간이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물을 느끼고, 흐름을 보고, 증기를 만지고, 소리를 듣는 과정에서 건축이 ‘정서’를 조성하는 방법을 배웠다. 피터 줌터가 말한 ‘재료의 분위기’는 바로 이러한 공간의 결에서 드러나는 것이었다.
오래된 공간의 새로운 생명 – 지속 가능성의 실천
매그너는 지속 가능성이 공간 안에서 실천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신축 대신 기존 구조를 해체하지 않고 재사용하며, 남겨진 시간 위에 새로운 설계를 덧입혔다. 이러한 방식은 단순한 탄소 배출 절감이나 에너지 절약을 넘어선다. 한스 요나스가 말한 ‘책임의 윤리’가 미래 세대를 위한 오늘의 책임감으로 구현된 공간이었다. 건축이 환경을 말하는 방식이 기술적 수치가 아닌 ‘태도의 언어’로 전환되는 순간이었다.
모두를 위한 공간 – 사회적 지속 가능성
이 공간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아이들, 가족, 학생, 연인들까지 자유롭게 출입하며 감각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다. 데이비드 하비가 말한 ‘도시의 권리’가 건축을 통해 구현된 공간이다. 모두에게 개방된 공간, 참여 가능한 경험, 그리고 지역 정체성을 존중한 공간의 되살림.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사회적 지속 가능성이다. 공간이 사회와 연결되는 순간, 지속 가능성은 단순한 철학이 아닌 현실이 된다.
디테일로 감성을 짓다 – 건축적 완성도
노출된 트러스, 철제 난간, 산업 구조물을 그대로 드러낸 내부 공간은 단순한 기능적 요소를 넘어 감성적 울림을 일으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피터 줌터에게 재료는 단순한 구조재가 아니라, 신체와 공간을 이어주는 감각의 통로이며, 구조화된 감각이다. 빛, 밀도, 질감이 결합되는 순간, 건축은 언어 없이도 감정을 설계한다. Magna에서 나는 그 순간을 분명히 경험했고, 그 디테일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사유를 유도하는 건축의 문장이었다.
매그너가 던지는 질문
매그너는 나에게 질문을 던지는 건축이었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 RIBA Stirling Prize의 다섯 가지 수상 기준인 지속 가능성, 사회적 영향, 혁신적 설계, 기능성과 심미성을 모두 충족시키는 이 공간은, 지속 가능성이 단순한 설계 방식이 아닌 태도이며, 기억의 윤리이며, 공공의 감각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나는 이 건축이 사람과 시대, 공간과 감정을 어떻게 잇는지를 몸으로 느꼈고, 그 경험은 단순한 감상이 아닌, ‘사유의 건축’으로 남았다.
오윤숙 (OH YUN SOOK)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에서 공간문화디자인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며, 친환경건축, 커뮤니티 디자인, 인간 친화적 공간을 연구하고 있다. 사랑의 일기 재단 감사 및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 사무처장으로 사회적 책임과 인성 회복의 실천에도 힘쓰고 있다. 경영과 디자인, 사회적 가치를 잇는 선순환적 공간 비전을 실현하는 실천가이자 연구자로 활동 중이다 금융과 무역, 디자인 분야에서 다양한 조직을 이끌며 쌓은 전략적 경험을 바탕으로, 공간과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연결하는 디자인적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골드윈즈 스페이스 대표이사, 한국ESG위원회 스튜어드십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ESG 책임경영과 사회적 가치 실현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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