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동... 불길은 지나갔지만 희망은 이제 시작이다.
지난 3월 경북 안동 일대를 덮친 대형 산불은 단순한 자연 재난을 넘어 지역 공동체의 삶 자체를 위협했다. 이재민 수백 명이 집을 잃고 체육관에 임시 거처를 마련해야 했으며, 고령자가 많은 마을은 대피조차 어려워 구조 요청이 뒤늦게 전달되기도 했다.
마을을 감싼 산림은 잿더미가 되었고 주민들의 일상은 붕괴되었다. 그러나 불길이 지나간 자리에 절망만이 남은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번 산불은 안동이 ‘지역 재생’과 ‘치유 경제’라는 새로운 도시 비전으로 나아가는 계기를 마련했다.
폐허 위에서 피어나는 생명의 순환
산불 피해 직후 남부지방산림청은 안동 일직면 일대 약 38헥타르 규모의 피해지를 대상으로 산림 탄소상쇄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단순한 복구를 넘어 산림 생태계를 기후 대응형 탄소 흡수원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지역 주민들도 이 숲 조성에 동참하며 ‘불탄 숲을 치유의 공간으로 바꾸자’는 시민 주도의 움직임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안동시는 기존 도시재생 사업과 연계하여 산불 피해 마을을 포함한 원도심 재생을 본격화하고 있다. 폐건물과 낡은 주택을 정비하고 공예체험관과 문화예술 창업공간, 마을 카페 등을 사회적 공동체 경제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작업이 시작됐다.
실제로 안동시 용상동과 중구동 일대에서는 주민 주도로 협동조합이 결성되어 ‘우리 동네 다시 살리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하드웨어 복원이 아닌 주민 참여형 회복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치유 경제, 마음과 관계를 되살리다
‘치유 경제(Healing Economy)’는 물리적 재건을 넘어 재난 이후 상처받은 마음과 무너진 공동체 관계를 회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는 고령 인구가 많은 안동에 특히 중요한 개념이다.
도시 한가운데 남겨진 빈터에는 ‘힐링 정원’이 조성되고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가드닝 프로그램도 운영될 예정이다. 농촌 마을에서는 불에 타버린 밭 대신 공동작물을 심고 수익을 공유하는 치유형 사회적 농업도 시도될 것으로 보인다.
주거 측면에서도 실험은 계속된다. 일부 피해 지역에는 모듈러 형태의 임시 주택이 들어섰다. 이러한 사례는 향후 공동체 기반의 커뮤니티형 주택 단지로 추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이는 화재로 소실된 주택의 단순한 임시 임대가 아니라 이웃과의 관계 회복과 공동체 문화를 재건하는 의미가 더 강하다.
지역, 시민, 그리고 공공이 함께 짓는 미래
안동형 치유 경제는 행정과 시민사회가 함께 설계하는 실험이다. 도시재생지원센터, 산림청, 복지기관, 주민협의체가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한 번의 사업으로 끝나지 않는 ‘지속 가능한 회복’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안동시는 전통문화와 자연, 공동체 정신을 연결고리로 삼아 ‘정신문화의 도시’라는 정체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극복해야 할 과제도 분명하다. 예산 확보는 여전히 쉽지 않고 주민 역량을 키우기 위한 교육과 동기 부여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외부 전문가가 주도하고 주민이 따라가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 안동시는 도시재생대학과 마을학교를 운영하며 지역 역량을 키우고 공공과 민간의 장기적인 거버넌스를 제도화해야 한다.
불길 너머, 희망이 자라는 곳
불길은 모든 것을 앗아갔지만 동시에 새 출발의 불씨를 남겼다. 지난 화재로 많은 것을 잃었지만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산불 피해를 입은 한 주민의 말처럼, 안동은 지금 재해의 폐허 위에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짓고 있다.
치유 경제는 단지 피해를 복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자연과 인간, 공동체가 다시 관계를 회복하고 경제와 삶의 방식 자체를 재구성하는 일이다. 안동의 실험은 대한민국의 또 다른 지역 재생 모델로서 더 나아가 기후 위기 시대 도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불길은 지나갔지만, 희망은 이제 시작이다.
덧붙이는 글 I 서재익(Jaeik Seo)
ESG에 기반한 의료프로그램의 효과적인 실행방안을 찾아내고 바이오건강기능식품 적용 분야의 확대를 연구하는 경제학자이자 경영학자이다. 현재 버지니아통합의학한의대학원 국제부총장, 동양대특임교수, KDI경제정책자문위원, (사)한국ESG위원회 회장을 맡고 있다. PACOM GLOBAL(미)대표, PACIFIC ASIA COMMUNICATIONS (미)대표, 주한뉴질랜드상공회의소 이사, 메디오젠 사장, 하나금융투자 전무를 지냈다. 하버드대학 글로벌헬쓰딜리버리 과정, 스탠포드대학 뉴트리션사이언스 과정 수료, 플로리다스쿨오브로에서 법학을 수학, 연세대학에서 경제학석사, 한국항공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자는 주요논문으로 'An Empirical Study on the Impacts of the Chinese Banking Industry by Foreign Bank’s Entry(International Journal EF)'를 연구하였고, '기업성과지표와 주식수익률 성과간의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회계지표와 부가가치지표의 비교)' 박사 논문을 통해 경영자 입장에서의 기업평가지표와 투자자 입장의 성과 지표 간의 분리분석을 시도하였고, 주식 변동성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학문적 영역을 개척하였다.
BEST 뉴스
-
[윤재은 칼럼] 집은 늘어나는데, 왜 내 집은 더 멀어지는가?
정부와 서울시가 주택공급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월 18일 기자회견에서 택지 개발과 재건축·재개발, 도시정비 등을 통해 주택공급을 최대한 신속하게 늘리겠다고 밝혔다. 총리실이 관련 상황을 매일 점검하고 대통령도 매주 보고받으며 구체적인 사업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택... -
[서정태의 ESG현장클리닉④] 중소기업의 공급망 ESG 평가대응, ESG 대응 체계 구축이 중요하다.
▲서정태의 ESG현장클리닉, 중소기업의 공급망 ESG 평가대응, ESG 대응 체계 구축이 중요하다 [사진=Ai] 최근 ESG는 대기업이나 상장기업만의 과제가 아니다. 해외 바이어와 대기업이 공급망 전체의 환경·인권·안전·윤리·탄소배출 관리 수준을 확인하면서 중소기업에도 ESG 대응이 실... -
[서정태의 ESG 현장클리닉③] 녹색인증과 녹색제품 인증, 정확히 구분해야 공공 조달 판로가 열린다.
▲서정태의 ESG현장클리닉,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서정태, Ai] 탄소중립과 녹색성장이 국가 산업정책의 핵심으로 자리 잡으면서 공공 조달 시장에서도 에너지 절감, 온실가스 감축, 자원순환 및 환경오염 저감 성능을 갖춘 제품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기... -
[남재철의 기후&식량안보⑯] 농지가 사라지면 식량안보도 무너진다
▲ 남재철의 기후&식량안보, 농지가 사라지면 식량안보도 무너진다 [사진=Ai, 남재철] 식량안보가 국가안보의 핵심 의제로 부상하면서 농지는 더 이상 단순한 토지나 생산수단이 아니라 국가의 생존을 위한 전략자산으로 인식... -
[남재철의 기후&식량안보⑲] 찬 이슬이 알려주는 농업의 시간, 한로(寒露)와 기후변화
▲ 남재철의 기후&식량안보, 찬 이슬이 알려주는 농업의 시간, 한로(寒露)와 기후변화 [사진=남재철, Ai] 24절기 가운데 열일곱 번째인 한로(寒露)가 다가왔다. ... -
[남재철의 기후&식량안보⑱] 추미애 도정 100일, 경기도의 미래전략은 어디에 있는가?
▲ 추미애 도정 100일, 경기도의 미래전략은 어디에 있는가? [사진=남재철, Ai] 인수위의 정책 구상이 도정의 실행전략으로 이어져야 지난 6월, 추미애 경기도지사직 인수위원회(경기준비위원회)의 ‘에너지 순환경제 특별위원회’ 위원으로 ...
전체댓글 0
NEWS TOP 5
-
1[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㉙ CP 등급평가 기준과 주요 지표: 100점 만점 속 고득점 전략
-
2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㉘ CP 등급평가 절차와 제도 개편: 혜택을 쟁취하는 4단계 실무 로드맵
-
3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㉚ CP 등급평가 실적보고서 작성 Tip: 평가위원의 눈을 사로잡는 합격 노하우
-
4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㉗ CP 도입을 위한 8대 핵심 요소: 형식적 껍데기를 깨부수는 진짜 뼈대
-
5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㉛ CP 등급평가 현장·대면평가 대응: 심사위원의 질의를 압도하는 실증 전략
실시간뉴스
추천뉴스
사람들
more +-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①] “내가 맡긴 돈은 어디로 갈까”…이상진 대표가 그리는 가치금융의 미래
[편집자 주] 세상의 변화는 익숙한 현실에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로... -
인류의 달 착륙 뒤에 있었던 여성 과학자…마거릿 해밀턴, 90세로 별세
1969년 7월 20일, 인류가 처음 달에 발을 내디딘 역사적인 순간에는 보이지 ... -
오바마 “책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꾼다”…인생 바꾼 6권 다시 읽는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에게 깊은 영향을 준 책들을 다시 펼친다... -
UN 인권사무소, 말리 원주민 지도자 우무 디코 조명… “기후 정의와 원주민 권리 향상에 앞장”
유엔 인권사무소(UN Human Rights)가 7일 저녁 공식 X 계정을 통해 말리 출...
오피니언
more +-
[강윤영의 사람을 살리는 콘텐츠] ② 불안의 시대, 나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우리는 매일 수많은 정보를 만난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 -
[이경미의 AI와 미래공간 ①] AI가 바꾸는 공간, 인간의 삶
사무실 책상에 앉아 인공지능(AI)과 함께 제안서를 작성하는 풍경은 이... -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㉜ CP 우수기업 인센티브 체계와 과징금 감경 규정: 준법경영이 가져다주는 강력한 재무적·행정적 혜택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 우수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는 상징적 포상이... -
[서정태의 ESG현장클리닉④] 중소기업의 공급망 ESG 평가대응, ESG 대응 체계 구축이 중요하다.
최근 ESG는 대기업이나 상장기업만의 과제가 아니다. 해외 바이어와 대기...
기획 / 탐방
more +-
[ESG탐방] 농업 생산지가 관광 자원으로… 홋카이도 ‘패치워크 로드’와 ‘팜 토미타’가 보여준 농촌 경관의 가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의 ‘패치워크 로드’와 나카후라노의 ‘팜 토미... -
[ESG탐방] 화산 지질이 만든 지하수의 흐름… 비에이 ‘시로가네 폭포’가 보여준 자연자산의 가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정의 시로가네 온천 지역에는 화산 지질과 지하수가 ... -
[ESG탐방] 방재시설에서 관광자원으로... 자연과 함께 만들어진 홋카이도 비에이 ‘청의 호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정에 위치한 청의 호수(아오이이케·青い池)는 처... -
[ESG탐방] 아사히카와 디자인센터, 지역 산업을 지속가능한 자산으로 연결
일본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시는 가구와 목공산업이 발달한 도시다. 홋카이도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