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는 현재 소비 회복과 건실한 고용 시장, 그리고 소비자 신뢰의 회복세 등 긍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겉모습과 달리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외 관세 정책이 다시금 인플레이션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는 우려가 국내외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최근 미국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조치로 영향을 받은 상품군의 가격이 눈에 띄게 상승하고 있다. 특히 의류, 가전제품, 스포츠용품, 장난감, 비디오 장비, 철물, 공구 등의 품목에서 가격 인상이 본격화되었으며, 이러한 흐름은 한두 달 사이의 일시적 현상이라기보다 몇 달간 누적되어온 추세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이다.
6월 CPI는 전월 대비 0.3% 상승했고, 핵심 CPI도 전년 동월 대비 2.9%까지 상승하며 연준의 물가 목표치를 상회했다.
문제는 이러한 물가 상승 압력이 소비재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최대 소비재 기업 중 하나인 프록터앤갬블(Procter & Gamble)은 최근 관세로 인해 주요 제품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발표했고 월마트를 비롯한 대형 소매 유통업체들도 일부 상품에서 도매가 인상 및 소비자 가격 인상을 단행하고 있다. 실제로 월마트에서는 일부 품목의 소비자 가격이 두 배 이상 치솟는 사례까지 보고되며 관세가 결국 최종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현실을 여실히 드러냈다.
자동차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GM, 폭스바겐, 스텔란티스는 최근 분기 보고에서 각각 수억에서 10억 달러 이상의 관세 비용을 지출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비용은 생산원가 상승으로 이어지며 기업의 수익성을 압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관세가 단순히 외국 기업을 견제하려는 무역 전략의 수단을 넘어 미국 내 제조업 자체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워싱턴 공정성장센터(Center for Equitable Growth)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국 내 제조업체들의 운영비가 관세로 인해 평균 2~4.5%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이러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현재보다도 오히려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많은 기업들이 관세 부과 전에 앞당겨 수입한 재고를 활용하고 있었지만 재고가 소진됨에 따라 가격 인상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기업들이 더 이상 원가 상승을 흡수하지 못하고 소비자에게 가격을 전가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미국 내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의 관세 정책이 글로벌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IMF는 미국의 2025년 성장률 전망치를 1.9%로 상향 조정했지만, 하반기 이후 관세의 부정적 효과가 누적될 경우 성장률이 다시 둔화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경제학자들은 이번 관세 정책이 수년 전 미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을 강타했던 인플레이션 위기 수준까지는 아니라고 진단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여전히 지난 인플레 경험으로부터 ‘가격 민감성’이라는 외상 후 스트레스를 앓고 있는 만큼, 이번 가격 상승은 심리적 충격을 유발할 수 있으며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정책이나 소비 지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결국 트럼프발 관세는 당장 눈앞의 정치적·외교적 목적을 위한 도구로 활용되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경제의 체온을 서서히 끌어올리는 잠재적 인플레이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제지표 상 회복세 이면에 감춰진 이 신호들을 얼마나 민감하게 감지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향후 미국 경제의 궤도 또한 크게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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