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농촌 여성의 날은 인간 발전과 식량 생산에 있어 농촌 여성들이 맡고 있는 필수적인 역할을 되새기는 시간이다. 농촌 여성은 전 세계 농업 노동력의 약 43%를 차지하며, 개발도상국에서는 전체 식량의 60~80%를 책임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공헌에도 불구하고 토지 소유, 신용, 보험, 농업 확장 서비스 접근에서 여전히 큰 격차를 겪고 있다. 또한 이로 인해 소득 불평등은 심화되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성별 격차를 해소할 경우 전 세계 GDP는 약 1조 달러 증가할 뿐 아니라 식량 불안에 놓인 인구가 약 4,500만 명 줄어들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식량 시스템 자체가 이미 위기를 맞고 있다. 산업화된 농업 관행은 지하수 고갈, 토지 황폐화, 침식을 가속화했으며, 농업·임업·토지 이용 부문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25%를 차지한다.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오 구테흐스는 “세계 식량 시스템이 무너졌고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실제로 최신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거의 30억 명이 안정적인 영양식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으며 약 8억 명이 심각한 식량 불안을 겪고 있다. 이는 식량 생산 방식의 근본적인 전환 없이는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라는 점을 시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농촌 여성들은 변화를 이끄는 중요한 주체로 주목받고 있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2002년부터 추진해온 ‘적도 이니셔티브(Equator Initiative)’는 농촌 여성들의 역할을 꾸준히 조명해왔으며, 실제 적도상 수상자 다섯 명 중 한 명이 농촌 여성이다.
이들은 전통적 농업 지식을 바탕으로 유전적 다양성을 지키고, 기후 회복력을 강화하며, 지속가능한 농업을 실천하고 있다. 수단의 ‘여성 개발을 위한 제나브(Zenab for Women in Development)’는 3,000명 규모의 여성 연합을 통해 가뭄에 강한 수수 품종을 재배하고 있으며, 인도의 ‘데칸 개발 협회(Deccan Development Society)’는 2,700여 명의 여성 농부들과 함께 기장의 다양한 품종을 지켜내고 있다. 과테말라의 ‘익스피야콕 여성 협회(Ixpiyakok Women’s Association)’ 역시 토종 칠리 품종을 보존하며 유전적 다양성의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농촌 여성들은 기후 위기 대응의 핵심 해법으로 꼽히는 혼농임업과 재생농업을 실천하고 있다. 혼농임업은 2050년까지 24기가톤의 이산화탄소를, 재생농업은 23기가톤을 격리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더불어 영양 개선과 소득 다각화에도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코스타리카의 원주민 여성 협회, 인도 마하라슈트라주의 여성 네트워크, 과테말라의 마야 여성 농부 그룹 등은 토양 회복과 생태계 보존, 영양 증진을 동시에 실현하며 지역사회의 기후 적응력을 높이고 있다.
정책적 지원의 필요성도 분명하다. UNDP는 최근 정책 브리핑에서 여성들을 “녹색 농업 전환의 주체”로 규정하며, 포괄적인 농업 서비스 제공, 금융 접근성 강화, 성차별 해소, 토지 소유권 보장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올해 UNDP 적도상에서 수상한 인도의 ‘비비 파티마 스와 사하야 상가(Bibi Fatima Swa Sahaya Sangha)’ 사례는 이러한 방향성을 잘 보여준다. 이 단체는 5,000명 이상의 농부를 조직해 기장 기반 농업, 씨앗 보존, 태양광 가공기 활용을 통해 지속가능한 식량 생산과 여성·청년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이끌어냈다.
농촌 여성은 단순히 세계 식량 시스템의 노동력이 아니라 기후 위기와 식량 불안에 대응하는 지식의 원천이자 리더십의 주체다. 그들의 잠재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도록 국제 사회와 각국 정부가 제도적·재정적 지원을 확대하는 것은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필수 조건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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