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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트럼프 국빈 방문 맞아 대규모 반대 시위와 ‘불편한 환영’

  • 안상현 기자
  • 입력 2025.09.18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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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국빈 방문 맞아 대규모 반대 시위 [사진=Temesghen Debesai facebook영상 캡쳐, 그래픽=ESG코리아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이 성대하게 시작됐지만 영국 시민들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왕실이 윈저성에서 호화로운 의식을 준비한 가운데 런던을 비롯한 곳곳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시위와 풍자적 퍼포먼스가 이어지며 영국 내 깊은 반감을 드러냈다.


거리로 나선 시민들, 풍자와 분노의 표출


트럼프 대통령이 런던 스탠스테드 공항에 도착한 직후부터 수도 중심부에서는 약 5천 명이 모여 반(反)트럼프 행진을 벌였다. 일부 시위대는 “트럼프를 내쫓아라”, “트럼프를 막아라”라는 구호가 적힌 팻말을 흔들었고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나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여성혐오 발언으로 논란이 된 앤드류 테이트로 분장한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트럼프를 지지하는 전범자”, “트럼프를 지지하는 살인자” 등 메시지를 내걸며 풍자와 분노를 동시에 표현했다.


활동가 단체 Led By Donkeys(당나귀가 이끄는)는 윈저성 외벽에 트럼프 대통령과 성범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제프리 엡스타인의 영상을 투사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단체는 “안녕, 도널드, 윈저 성에 온 걸 환영해”라는 문구를 게시하며 트럼프와 엡스타인의 관계를 비판적으로 조명했다. 영국 경찰은 이와 관련해 4명을 “악의적인 의사소통”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분열과 증오의 정치’에 대한 반감


시위 참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노선을 문제 삼았다. 팔레스타인 연대 캠페인의 벤 자말 이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대표하는 인종차별, 분열과 증오, 지구보다 이익을 우선시하는 정치가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와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밝혔다. 시위대의 팻말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갈등 등 트럼프가 개입한 국제 현안을 비판하는 메시지도 담겼다.


런던 시장 사디크 칸 역시 가디언에 실린 기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적으로 극우적이고 분열적인 정치의 불길을 부채질한다”며 시민들에게 그의 “공포와 분열의 정치”를 거부할 것을 촉구했다.


방송사도 가세한 ‘비판적 환영’


트럼프 대통령이 국빈 만찬을 마친 당일 밤, 영국 채널 4 방송은 5시간짜리 특집 프로그램 ‘트럼프 대 진실’을 편성해 눈길을 끌었다. 방송국은 보도자료에서 “취임 이후 트럼프가 발언하거나 게시한 100개 이상의 거짓말, 왜곡, 부정확한 내용을 분석해 방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널 4의 콘텐츠 책임자 이언 카츠는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인물이 진실을 존중하지 않을 때 세계가 얼마나 위험해질 수 있는지를 시청자들에게 상기시키려 한다”고 밝혔다.


낮은 지지율 속 이어지는 방문 일정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Ipsos)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영국인의 61%가 트럼프 대통령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낮은 지지율 속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왕실과의 오찬, 총리와의 회담 등 공식 일정을 이어갔으나, 대부분은 대중과의 접촉을 피한 채 비공개로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영국 방문은 화려한 의전으로 시작됐지만, 거리와 미디어에서의 반응은 차갑고 불편했다. ‘국빈 방문’이라는 형식적 환영 뒤에 숨겨진 영국 사회의 광범위한 불만과 비판이 이번 방문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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