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델리대학교가 ‘전국 소 정상회담’을 교직원들에게 홍보하라는 지침을 내린 날 오랫동안 이어져 온 민주주의 관련 세미나를 돌연 취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도의 학문적 자유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소는 많은 힌두교도에게 신성한 존재지만 비평가들은 모디 총리가 이끄는 BJP 정부가 소 숭배를 힌두 민족주의 정책을 강화하는 정치적 도구로 활용해 왔다고 지적해 왔다. 이번 논란은 이러한 비판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CNN에 따르면 델리대학교는 10월 31일 “토지, 재산 및 민주적 권리”를 주제로 한 사회과학 세미나를 취소한다고 보도했다. 흥미롭게도 같은 날 대학 학장 발라람 파니는 교장들에게 학생과 교수진이 ‘소 복지 정상회담’에 참여하도록 권장하는 지시를 내렸다.
주최 측은 이 행사가 소의 복지와 지속 가능한 기술을 논의하는 ‘획기적 행사’라고 소개했고 파니 학장은 대학이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지원하는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세미나를 준비했던 교수진과 학생들은 이것이 단순한 일정 우연이 아니라 정부가 교육 기관에 행사한 정치적 압력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교사전선은 정부가 ‘의심스러운’ 소 행사를 장려하는 동시에 중요한 사회과학 세미나를 억압한 것은 명백한 이념적 편향이라고 비판했다. 취소된 세미나의 주최자 난디니 순다르 교수는 정부가 공립대학과 비판적 사고를 약화시키고 힌두트바 이념만 허용하려 한다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힌두트바는 힌두 문화와 역사에 기반해 인도의 민족 정체성을 규정하려는 정치 이념으로 비평가들은 이 사상이 인도의 다양한 소수 공동체를 배제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학 측은 세미나 취소 사유로 ‘사전 허가 미비’를 제시했으나 교수들은 지난 60년 동안 이런 세미나에 별도의 허가가 필요했던 적은 없었다고 반박한다. 실제로 다른 부서들 또한 비슷한 세미나를 별다른 승인 없이 개최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의도적이고 선택적인 억압이라는 비판에 힘이 실렸다.
한편 RSS 산하 학생조직 ABVP 소속의 학생회장은 RSS가 대학 행정에 개입한다는 주장을 부정하며 학문적 자유는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지만 이러한 주장은 많은 교수와 학생들의 경험과 충돌한다.
델리대학교는 오랫동안 비판적 담론과 사회 운동의 중심지였다. 영국 식민 통치 종식 과정에서도, 1970년대 비상사태 시기에도, 그리고 2019년 시민권 개정법 반대 시위에서도 학생들은 주요한 정치적 목소리를 내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학생·교수를 향한 감시와 제재가 강화되면서 캠퍼스에서의 자유로운 토론 문화가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학생들은 우익 정부에 민감한 연구 주제를 선택하기 어렵다고 말하고 시위 참여조차 즉각적인 경찰 개입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인도 학문의 자유 네트워크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 대학들에서는 힌두트바 이념을 홍보하는 행사가 50건 이상 열렸으며 반대로 민주주의·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세미나나 강의는 허가 거부·취소 등 여러 형태로 방해받았다. 이러한 흐름은 정부 비판을 어렵게 만들고, 대학을 이념적 동원 공간으로 전락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소는 오랫동안 힌두교 문화에서 중요한 상징이었지만 BJP 집권 이후 그 상징성은 더욱 정치화되었다. 여러 주에서 강화된 소 도축 금지법은 특정 종교·계층을 표적으로 한 자경단 폭력을 증가시켰다는 비판을 낳았고 일부 단체는 이러한 정책이 힌두 민족주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순다르 교수는 인도의 공립대학들이 점차 파괴되고 있다며 이번 사안을 “학문적 자유가 무너지고 있다는 비극적 증거”라고 표현했다. 델리대학교의 ‘소 정상회담 이메일 논란’은 단순한 일정 조정 문제를 넘어 인도 대학이 다양한 사상을 담아낼 수 있는 공간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BEST 뉴스
-
배우 겸 연출가 유준상, 3·1절 맞아 김상옥 열사 삶과 투쟁 재조명
▲ 배우 겸 연출가 유준상이 3·1절을 맞아 대한민국 근현대사 속 대표적인 의열 투쟁가 김상옥 열사의 삶과 마지막 순간을 조명하는 특별 콘텐츠 제작 [그래픽=ESG코리아뉴스] 배우 겸 연출가 유준상이 3·1절을 맞아 대한민국 근현대사 속 대표적인 의열 투쟁가 김상옥 열사의 삶과... -
국제에너지기구(IEA), 글로벌 배터리 시장, 2025년 1,500억 달러 돌파 전망
▲ 국제에너지기구(IEA), 글로벌 배터리 시장, 2025년 1,500억 달러 돌파 전망 [사진=IEA]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25년 1,500억 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는 2024년 대비 20% 이상 성장한 수치다. 하지만 시장 규모 이상의 의미를 갖... -
EU 산업계, 탄소배출권 무상할당 연장 요구…ETS 개편 논의 본격화
▲ EU 산업계, 탄소배출권 무상할당 연장 요구…ETS 개편 논의 본격화 [사진=Petrit Nikolli] 유럽연합(EU) 산업계가 탄소배출권거래제(ETS)에서 제공되는 무상배출권의 단계적 폐지 계획을 재검토해 달라고 요구하며 제도 개편을 둘러싼 ... -
[지속가능한 지구 ⑩] 과학은 경고하고, 정책은 지연된다… ‘넷제로’를 넘어선 전환의 시간
▲ 탄소배출이 이루어지고 있는 모습 [사진=Ion Ceban @ionelceban] ESG코리아뉴스는 ‘탄소 이후의 세계, 우리는 준비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기후위기와 탈탄소 전환이 우리의 일상과 기업, 그리고 국가 경쟁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짚어보는 기획 연재를 시작한다.&... -
두바이, 전기 드론 택시 상용화 추진…도심 항공 모빌리티 ESG 시험대 오른다
▲ 두바이가 전기 수직이착륙기(eVTOL) 기반 드론 택시 상용화를 추진하며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의 실증 무대로 부상 [사진=gemini 생성 이미지] 두바이가 전기 수직이착륙기(eVTOL) 기반 드론 택시 상용화를 추진하며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의 실증 무대로 부상하고 있다. 이... -
설 연휴 대체로 온화…16일 동해안 비·눈, 안개·결빙 교통 주의
▲ 설 연휴 대체로 온화…16일 동해안 비·눈, 안개·결빙 교통 주의 [사진=기상청] 설 연휴 기간 전국적으로 큰 위험 기상은 없겠지만, 짙은 안개와 일부 지역 강수로 인한 교통 안전 관리가 필요할 전망이다. 기상청은 2월 14일부터 18일까지 이어지는 설 연휴 동안 기...
전체댓글 0
NEWS TOP 5
실시간뉴스
추천뉴스
사람들
more +-
[ESG 사람들 ㉛] CSIR… 플라스틱을 다시 설계하다, 아프리카의 과학이 순환경제를 이끌다
남아공 프리토리아의 거대한 연구 허브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 외곽.... -
[ESG 사람들 ㉚] 루치(Lu Qi)… 사막을 숲으로 바꾼 과학자, ‘녹색 장성’을 설계하다
중국 북부를 가로지르는 광활한 모래 지대. 내몽골의 울란부 사막은 한때 거... -
[ESG 사람들 ㉙] 에이미 바워스 코르달리스(Amy Bowers Cordalis)... 클라마스(Klamath) 강의 부활을 이끈 토착민 변호사
캘리포니아 북부를 흐르는 클라마스(Klamath) 강은 한때 서부 미국에서 세 번째로... -
영국 ‘edie 100’ 발표… 지속가능 전환 이끄는 리더 100인 선정
영국 지속가능성 전문 매체 edie가 2026년 ‘edie 100’을 발표하고, 기...
오피니언
more +-
[지속가능한 지구 ⑫] ESG가 바꾸는 기업의 미래 지도… ‘탄소 이후’ 경쟁의 기준이 달라진다
ESG코리아뉴스는 ‘탄소 이후의 세계, 우리는 준비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
[AI 혁명, 인간 이후의 시대 ③] 노동의 재정의… 일하는 방식이 다시 쓰인다
인공지능(AI)의 확산은 인간의 사고와 판단 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산업... -
[유영록의 청소년 시선으로 바라본 세계 ④] 과거의 교육... 현재와 다를 바 없는가
창덕궁의 봄과 한 부자의 비극 봄이 오면 여러 궁궐 가운데에서도 특히 창... -
[이승비의 소비자 경제 ①] 지갑으로 투표하는 시대, 소비자가 ESG를 만든다.
우리는 매일 소비를 한다. 커피 한 잔을 사고, 옷을 사고, 배달 음식을...
기획 / 탐방
more +-
[기계가 일하는 세상 ③] 스마트팩토리의 심장, 자동화 시스템… 공장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운영체제
공장은 더 이상 단순한 생산 공간이 아니다. 오늘날 제조 현장은 거대한 데... -
[기계가 일하는 세상 ②] 인간 대신 출근하는 협동로봇... 사무실 밖으로 나온 자동화
인공지능과 자동화 기술은 더 이상 공장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제 로봇은... -
[기계가 일하는 세상 ①] 공장을 지배한 로봇 팔의 진화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와 함께 인간 노동력의 근원이었던 공장은 근본적으로 ... -
[사라져가는 바다의 어머니들 ②] 2026 북대서양 참고래 출산기… 기자(Giza, #3020)
이 글은 ESG코리아뉴스를 통해 연재로 이어진다. 2026년 출산기에 확인된 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