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SAID 해체 후 공백 커지자 민간인 피해 속출… 난민 9만명 넘어
미국의 대외 원조 축소가 모잠비크 북부에서 다시 불안정을 촉발하고 있다. 특히 USAID 해체로 인한 지원 공백은 이슬람국가(ISIS) 연계 반군의 활동을 더욱 활발하게 만드는 주요 요인으로 지적된다.
북부 카보델가도 지역은 지난 8년간 반군의 공격과 정부군의 대응이 반복된 분쟁지대이지만 국제사회의 지원이 유지되던 시기에는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는 듯했다. 그러나 올 초 미국의 원조가 급감하자 지역 사회의 기반이 다시 무너졌고 반군은 이 틈을 정확히 파고들었다.
최근 난달 해안마을에서는 무장한 반군 대원들이 모스크에 난입해 주민들을 불러 모은 뒤 ISIS 깃발을 펼쳐 보이며 공개 연설을 진행했다. 주민들은 도망치기보다 오히려 상황을 촬영하고 있었는데 이는 반군에 대한 두려움보다 체념이 커졌음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했다. 모스크의 이맘은 깃발을 본 순간 반군임을 직감했고 급히 군에 신고했다고 말했지만 이미 반군의 존재감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해진 듯했다.
USAID가 사라지면서 지역 사회의 일상적 기반도 크게 흔들렸다. 모잠비크 인구의 절반 이상이 빈곤선 아래에서 살고 평균 연령이 17세에 불과한 북부 지역에서는 외부 지원이 곧 생존과 직결된다. USAID가 지난해 지원한 금액은 5억8,600만 달러로 모잠비크 GDP의 3%에 달했다. 이 돈은 단순한 원조금이 아니라 식량, 식수, 교육, 의료, 지방정부 역량 강화 등 사회의 토대를 유지하는 데 쓰이던 핵심 자금이었다. 특히 극단주의 세력의 확산을 막기 위한 청년 일자리·교육 사업은 지역 사회가 반군의 유혹을 이겨내는 중요한 장치였다.
하지만 USAID가 갑자기 문을 닫자 지역 곳곳에서는 연쇄적인 붕괴가 벌어졌다. 병원은 직원 15명을 해고했고 기본 의약품도 부족해졌다. 오토바이 택시 기사들을 지원해 반군 모집에서 멀어지게 하던 사업은 즉시 중단됐다. 어민에게 그물과 엔진을 지원하고 실종 어선을 감시하던 프로그램도 멈췄다. 난민 캠프에서는 식수 공급이 끊기고 식량 배급이 축소되며 약 9만 명의 피란민이 더 취약한 상황에 놓였다.
이와 동시에 반군은 다시 잔혹한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 9월 초 모킴보아 다 프라이아 일대에서는 민간인 수십 명이 참수됐고 주민 수만 명이 다시 피난길에 올랐다. 피해자인 알바노 은크웸바의 가족은 반군이 집으로 들이닥쳐 돈을 요구하며 폭행했고 결국 남편은 끌려나가 처참한 방식으로 살해됐다고 증언했다. 이러한 공격은 분쟁 초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잔혹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사회도 상황을 완전히 방관한 것은 아니다. 미국 국무부는 긴급 인도적 지원을 소규모로 이어가고 있지만 규모는 과거와 비교해 크게 줄었다. 유엔은 올해 인도적 지원 목표액을 대폭 낮춰 잡았지만 실제 확보액은 목표의 5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여러 구호 단체들은 “지원 축소가 계속되면 더는 현장을 유지할 수 없다”고 말하며 절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편 모잠비크 북부에는 국가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잠재력을 가진 거대한 LNG 가스전이 자리 잡고 있다. 프랑스 토탈에너지는 최근 불가항력 상태의 해제를 예고하며 개발 재개를 검토하고 있고, 미국의 엑손모빌 역시 내년에 사업 진행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미국 수출입은행은 오히려 이 프로젝트에 47억 달러를 대출하며 투자를 늘리고 있다. 그러나 반군이 가스전 개발을 공개적으로 공격 목표로 삼았던 만큼 투자 확대가 오히려 새로운 긴장을 부르는 요인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지금 모잠비크 북부에서 벌어지는 일은 단순히 원조가 줄어든 정도가 아니라 극도로 취약한 사회가 지탱해 온 마지막 버팀목이 사라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지역 전문가들은 청년층이 일자리와 교육 기회를 잃자 반군의 모집 대상이 다시 확대되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더욱 강한 극단주의 세력을 낳을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국제사회가 지원을 복구하지 않는다면 모잠비크는 다시 끊임없는 폭력과 빈곤의 악순환에 갇힐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BEST 뉴스
-
이 대통령 “공소청·중수청 출범, 새 형사사법체제 시작”…경찰개혁도 주문
▲이 대통령 “공소청·중수청 출범, 새 형사사법체제 시작”…경찰개혁도 주문 [사진=청와대] 이재명 대통령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을 앞두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 새로운 형사사법체제의 안정적인 정착을 주문했다. 권한과 책임이 커지는 경찰에 대해서는 외부 통제와 내부... -
이재명 대통령,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과 연쇄 회담…16일 첫 한·중앙아 정상회의
▲이재명 대통령,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과 연쇄 회담 [사진=청와대] 이재명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과 잇달아 양자 정상회담을 갖고 공급망과 인프라, 시장 확대를 비롯한 경제·안보 협력 강화에 나선다. 오는 16일에는 5개국 정상이 함께하는 첫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 -
농지 전수조사에 커진 불안…정부 “투기와 농촌의 현실 구분하겠다”
▲ 농림수산식품부의 농지 전수 조사에 대한 팩트 체크. [사진=농림수산식품부] 정부가 처음으로 전국 단위 농지 전수조사에 나서면서 농촌 현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조사 과정에서 상당수 농지가 ‘농지법 위반 의심’ 대상으로 분류되면서 고령으로 농사를 짓지 못하거나 이웃... -
경기도, 장애인 자립지원주택에 ‘AI 자립비서’ 도입…안전·건강·일상생활 지원
▲ 경기도가 자립지원주택에 거주하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AI와 IoT를 활용해 안전·건강관리와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AI 자립비서’ 사업을 10월부터 12월까지 시범 운영한다. [사진=경기도] 경기도가 자립지원주택에 거주하는 장애인의 일상생활과 안전을 돕기 위해 인공지능(AI)과 ... -
우주에서 포착한 사우디 사막…모래언덕이 그려낸 ‘지구의 예술’
▲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내려다본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막 풍경 [사진=Jessica Meir x] 끝없이 이어지는 모래 능선이 굽이치고, 능선을 따라 생긴 그림자가 대지 위에 독특한 무늬를 만든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내려다본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막 풍경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 -
사라지는 로힝야족의 마을, 폭력 피해 떠났지만 돌아갈 땅마저 잃는다
▲ UNHCR이 2026년 6월 공개한 콕스바자르 난민촌 항공사진 [사진=UNHCR] 미얀마에서 수십 년간 박해와 강제이주를 겪어온 로힝야족이 또다시 삶의 터전을 잃고 있다. 내전을 피해 고향을 떠나는 것을 넘어 이들이 살던 마을과 토지까지 사라지면서 향후 귀환할 수 있는 삶의 기반 ...
전체댓글 0
NEWS TOP 5
실시간뉴스
추천뉴스
사람들
more +-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①] “내가 맡긴 돈은 어디로 갈까”…이상진 대표가 그리는 가치금융의 미래
[편집자 주] 세상의 변화는 익숙한 현실에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로... -
인류의 달 착륙 뒤에 있었던 여성 과학자…마거릿 해밀턴, 90세로 별세
1969년 7월 20일, 인류가 처음 달에 발을 내디딘 역사적인 순간에는 보이지 ... -
오바마 “책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꾼다”…인생 바꾼 6권 다시 읽는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에게 깊은 영향을 준 책들을 다시 펼친다... -
UN 인권사무소, 말리 원주민 지도자 우무 디코 조명… “기후 정의와 원주민 권리 향상에 앞장”
유엔 인권사무소(UN Human Rights)가 7일 저녁 공식 X 계정을 통해 말리 출...
오피니언
more +-
[강윤영의 사람을 살리는 콘텐츠] ② 불안의 시대, 나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우리는 매일 수많은 정보를 만난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 -
[이경미의 AI와 미래공간 ①] AI가 바꾸는 공간, 인간의 삶
사무실 책상에 앉아 인공지능(AI)과 함께 제안서를 작성하는 풍경은 이... -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㉜ CP 우수기업 인센티브 체계와 과징금 감경 규정: 준법경영이 가져다주는 강력한 재무적·행정적 혜택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 우수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는 상징적 포상이... -
[서정태의 ESG현장클리닉④] 중소기업의 공급망 ESG 평가대응, ESG 대응 체계 구축이 중요하다.
최근 ESG는 대기업이나 상장기업만의 과제가 아니다. 해외 바이어와 대기...
기획 / 탐방
more +-
[ESG탐방] 농업 생산지가 관광 자원으로… 홋카이도 ‘패치워크 로드’와 ‘팜 토미타’가 보여준 농촌 경관의 가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의 ‘패치워크 로드’와 나카후라노의 ‘팜 토미... -
[ESG탐방] 화산 지질이 만든 지하수의 흐름… 비에이 ‘시로가네 폭포’가 보여준 자연자산의 가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정의 시로가네 온천 지역에는 화산 지질과 지하수가 ... -
[ESG탐방] 방재시설에서 관광자원으로... 자연과 함께 만들어진 홋카이도 비에이 ‘청의 호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정에 위치한 청의 호수(아오이이케·青い池)는 처... -
[ESG탐방] 아사히카와 디자인센터, 지역 산업을 지속가능한 자산으로 연결
일본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시는 가구와 목공산업이 발달한 도시다. 홋카이도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