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마 도심에 우뚝 선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기둥이 첨단 레이저와 최신 컴퓨터 기술을 결합한 대규모 복원 작업을 통해 1,840년 전의 모습을 되찾고 있다. 고대 로마 제국의 전쟁사를 생생히 기록한 이 대리석 기념물은 최근 몇 년간 비약적으로 발전한 디지털·컴퓨터 기술 덕분에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수준의 정밀 복원이 가능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복원 프로젝트는 2025년 봄 시작됐다. 18명의 전문 복원가들은 높이 약 30미터에 달하는 기둥을 둘러싼 16층 높이의 비계 위에서 휴대용 단펄스 레이저와 제한적인 화학 처리를 병행하며 수백 년간 쌓인 오염층을 제거하고 있다. 총 사업비는 약 230만 달러로, 기둥 외벽을 따라 23회 감겨 올라가는 전체 프리즈(장식 띠)가 작업 대상이다.
특히 주목받는 점은 레이저 기술과 함께 활용되는 컴퓨터 기반 분석 시스템이다. 복원팀은 고해상도 3D 스캐닝, 디지털 모델링, 표면 손상 분석 소프트웨어를 통해 대리석의 상태를 미세 단위로 파악하고 있다. 이를 통해 어느 부분에 어느 정도의 레이저 강도를 적용해야 하는지 사전에 시뮬레이션할 수 있어 조각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복원할 수 있다.
수석 복원가 마르타 바움가르트너는 해외 언론 인터뷰에서 “컴퓨터 기술 덕분에 복원은 더 이상 감에 의존하는 작업이 아니다”라며 “레이저와 디지털 분석을 결합함으로써 재료 자체를 존중하는 과학적 복원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자연적인 노화의 흔적인 파티나를 보존하면서 오염만 제거할 수 있다는 점이 이 기술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복원 과정에서는 수십 년간 스모그와 비, 바람에 노출되며 생긴 대리석 침식, 균열, 파손 부위가 정밀하게 처리되고 있다. 또한 컴퓨터 분석을 통해 과거 복원 기록을 재검토한 결과, 19세기와 1980년대에 사용된 부적절한 재료들이 오히려 카라라 대리석을 약화시켰다는 사실이 확인돼 현재 이를 제거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기둥은 로마 제국의 전쟁을 연속적인 이야기로 묘사한 대표적 전쟁 기념물이다. 병사와 포로, 신과 동물 등 2,000개가 넘는 인물상이 새겨져 있으며, 폭우로 표현된 신의 개입 장면과 황제 자신의 모습도 여러 차례 등장한다. 최근에는 3D 데이터와 인공지능 보조 분석을 통해 마모된 인물의 윤곽과 조각 기법을 학술적으로 재해석하는 연구도 병행되고 있다.
이 기둥은 원래 위치에 그대로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로마 시대 전쟁 기념물로 키지 궁전(현 이탈리아 총리 관저) 앞에 자리해 고대와 현대를 잇는 상징적 존재다. 1955년 제작된 석고 모형은 로마 문명 박물관에 전시돼 왔으며, 최근에는 이 모형 역시 디지털화돼 연구자들이 원격으로 분석할 수 있는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해외 문화유산 관련 보고서들은 이번 복원 작업을 “레이저, 컴퓨터 모델링, 디지털 기록 보존이 결합된 새로운 표준”으로 평가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기술이 앞으로 다른 고대 유적과 조각, 벽화 복원에도 폭넓게 적용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기둥의 레이저 복원은 2026년 초 완료될 예정이며, 작업이 끝나면 시민과 관광객들은 첨단 기술이 되살려낸 고대 로마의 서사를 더욱 선명하게 마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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