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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라웨시 동굴에 남겨진 6만 7,800년 전의 손자국... 인류 예술의 기원을 다시 쓰다

  • 유연정 기자
  • 입력 2026.01.24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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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사 시대 인류는 수만 년 전부터 술라웨시 섬의 동굴 벽에 손 모양을 남겨왔으며, 이번 연구는 다른 동굴에서 발견된 손 모양 스텐실이 최소 6만 7,800년 전에 제작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사진= Ahdi Agus Oktaviana/그리피스 대학교]

 

「술라웨시에서 최소 6만 7,800년 전의 암각화(Rock art from at least 67,800 years ago in Sulawesi)」는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지역에서 발견된 매우 이른 시기의 암각화에 관한 연구를 다룬 논문이다. 이 논문은 2026년 1월 21일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되었다. 연구는 아디 아구스 옥타비아나(Adhi Agus Oktaviana)와 르노 조안-보요(Renaud Joannes-Boyau)를 비롯하여 부디안토 하킴(Budianto Hakim), 바스란 부르한(Basran Burhan), 라트노 사르디(Ratno Sardi) 등 다수의 국제 공동연구진이 참여해 수행되었다. 또한 연구진에는 막심 오베르(Maxime Aubert)도 포함되어 있으며, 이들은 고고학과 연대측정, 선사미술 연구를 아우르는 협업을 통해 인류 초기 예술 활동의 기원과 의미를 새롭게 조명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술라웨시 남동부와 인근 섬 지역의 석회암 동굴에서 발견된 손 모양 암각화, 즉 손 윤곽 스텐실의 연대가 지금까지 알려진 어떤 동굴 예술보다도 오래되었을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총 44개 유적지를 조사해 11점의 암각화 모티프를 분석했으며, 그중 무나 섬의 리앙 메탄두노(Liang Metanduno) 동굴에서 발견된 손자국이 최소 6만 7,800년 전 이상에 제작되었음을 확인했다. 이는 현재까지 확인된 암각화 가운데 가장 오래된 사례로, 인류 예술사의 기준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발견으로 평가된다.


이 손 모양 스텐실은 붉은 황토 안료를 사용해 손을 동굴 벽에 대고 그 주변에 안료를 분사하는 방식으로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정확한 제작 방법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연구진은 안료를 입에 머금어 뿜었거나 간단한 도구를 사용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특히 일부 손자국은 손가락이 가늘고 뾰족하게 변형된 형태를 띠고 있어 단순한 신체 흔적이 아니라 의도적인 조형 행위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된다.


암각화의 연대를 밝히는 과정은 매우 정교하게 이루어졌다. 연구진은 그림 위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칼슘질 광물층, 이른바 ‘동굴 팝콘’이라 불리는 광물 껍질을 대상으로 우라늄-토륨(U-Th) 연대측정 기법을 적용했다. 이 방법은 암각화 자체의 제작 시점을 직접 측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림이 그려진 이후 형성된 광물의 연대를 통해 해당 그림이 최소한 언제 이전에 존재했는지를 밝혀낼 수 있다. 그 결과 손 스텐실의 연대가 최소 6만 7,800년 전 이상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러한 발견은 술라웨시 동굴 예술이 단발적인 예외가 아니라 매우 오래되고 지속적인 문화 전통의 일부임을 시사한다. 같은 지역에서는 반인반수 형상이 사마귀돼지를 사냥하는 장면처럼 서사적 요소를 담은 그림도 발견된 바 있으며, 이는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이야기 그림’으로 평가받아 왔다. 연구 책임자인 막심 오베르는 술라웨시에서 확인되는 일련의 동굴 벽화들이 “개별적인 놀라움의 연속이 아니라 이제야 드러나기 시작한 깊고 오래된 문화적 전통의 흔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예술의 기원을 밝히는 데 그치지 않고, 초기 인류의 이동 경로를 이해하는 데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술라웨시는 한때 호주와 뉴기니가 연결돼 있던 사라진 대륙 사훌(Sahul)로 향하는 길목에 위치한 지역이다. 빙하기 동안 해수면이 낮아지기는 했지만, 이 지역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위험한 해상 이동이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이번 암각화의 연대가 초기 인류가 최소 6만 5천 년 이전부터 이 지역에 도달해 있었음을 뒷받침하며, 술라웨시가 단순한 변방이 아니라 장기간 거주와 문화 활동이 이루어진 핵심 거점이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해외 언론들도 이번 발견을 비중 있게 다뤘다. 로이터 통신과 가디언, AP통신 등은 술라웨시 손자국 암각화가 프랑스 라스코 동굴이나 스페인에서 발견된 손 스텐실보다도 오래되었을 가능성을 강조하며, 유럽 중심으로 형성돼 있던 선사 예술의 역사관을 재검토하게 만드는 발견이라고 평가했다. 일부 학자들은 이 암각화가 반드시 현생 인류, 즉 호모 사피엔스에 의해 제작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며, 데니소바인과 같은 다른 인류 종의 가능성도 열어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그러한 논쟁 자체가 이 발견의 학문적 중요성을 방증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결국 술라웨시의 손 모양 암각화는 단순한 흔적을 넘어 수만 년 전 인류가 이미 상징적 사고와 문화적 의미 부여 그리고 예술적 표현 능력을 갖추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다. 이번 연구는 인간이 언제부터 예술을 만들기 시작했는지 그리고 그 예술이 어떤 사회적·문화적 맥락 속에서 탄생했는지를 다시 묻게 한다. 술라웨시 동굴 벽에 남겨진 고요한 손자국들은 오늘날의 우리에게 인류 문화의 기원이 생각보다 훨씬 깊고 오래되었음을 조용히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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