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력 안정과 기후 대응 사이, 동남아 에너지 전환의 딜레마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전력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석탄 발전 의존이 지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재생에너지 전환 속도에도 구조적 제약이 나타나고 있다는 AP통신 보도에 이어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유사한 진단을 내놓고 있다.
IEA에 따르면 동남아시아의 전력 수요는 2030년까지 현재 대비 약 6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 성장, 도시화, 전기화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각국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석탄은 여전히 ‘가장 즉각적으로 대규모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전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IEA는 동남아 전력 믹스에서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3년 기준 약 40%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신규 석탄 발전소 건설도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ADB 역시 최근 보고서에서 동남아 국가들이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를 설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전력 시스템 전환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태양광과 풍력 설비 투자는 증가하고 있지만, 송배전망 확충과 전력 저장 시스템, 계통 안정화 기술이 충분히 구축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는 석탄 의존을 줄이기 어렵게 만드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ADB는 “배터리 저장장치와 유연한 전력망이 부족한 상황에서 석탄 발전은 여전히 전력 안정성을 담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너지 안보 역시 중요한 변수다. 동남아 일부 국가는 석탄을 자국 내에서 조달할 수 있어 수입 에너지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IEA는 이 같은 에너지 안보 고려가 단기적으로 석탄 감축 결정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IEA와 ADB 모두 장기적으로는 석탄 의존이 기후 목표와 경제 경쟁력 측면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ADB는 석탄 발전 자산이 향후 ‘좌초자산(stranded assets)’이 될 위험을 언급하며, 재생에너지와 전력망 투자 지연이 오히려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IEA는 동남아가 에너지 전환을 가속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설비 투자뿐 아니라 ▲송배전망 현대화 ▲에너지 저장 확대 ▲전력 시장 제도 개편 ▲국제 금융의 참여 확대가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AP통신은 이러한 국제기구들의 분석을 인용하며, 동남아시아의 에너지 전환이 단순한 발전원 교체 문제가 아니라 전력 시스템 전반의 구조 개편을 요구하는 중장기 과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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