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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사람들 ㊱] ‘우연한 발견’으로 기후 위기의 실체를 드러낸 과학자 '비라바드란 라마나탄(Veerasamy Ramanathan)'

  • 유연정 기자
  • 입력 2026.01.30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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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극의 얼음이 녹고, 북극이 불타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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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 위기의 실체를 드러낸 과학자 '비라바드란 라마나탄(Veerasamy Ramanathan)' [사진=UC San Diego Hopepage]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빠른 속도로 해빙되며 해수면 상승이 가속화되고 있다. 캐나다와 시베리아, 미국 서부를 휩쓴 초대형 산불은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지역까지 대기 오염을 확산시키며 ‘기후 재난의 연쇄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기후 위기는 이제 경고가 아닌 현실이며, 그 과학적 구조를 반세기 전부터 예견해 온 인물이 있다.

 

바로 비라바드란 라마나탄(Veerasamy Ramanathan)이다.


그는 현재 캘리포니아대학교(UC)에서 Edward A. Frieman 기후 지속가능성 석좌 교수(Endowed Presidential Chair)로 재직 중이며, 교황청 과학 아카데미(Pontifical Academy of Sciences) 평의원, 유엔 기후 정책 자문가, 그리고 국제 기후 해결책을 설계해 온 과학자다.


라마나탄은 1960년대 인도 남부에서 성장해 공학을 공부한 뒤 미국으로 건너왔다. 냉장고 회사에서 일하며 냉매 관리 업무를 맡았던 경험은 훗날 그의 연구 인생을 바꾸는 단서가 됐다.


1975년, NASA 랭글리 연구소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일하던 그는 당시 냉장고와 에어컨, 스프레이 캔에 널리 쓰이던 염화불화탄소(CFC)가 강력한 온실 효과를 지닌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그의 계산에 따르면 CFC-11과 CFC-12 각각 1톤은 이산화탄소 1만 톤 이상의 온난화 효과를 냈다.


이 발견은 “지구 온난화의 주범은 이산화탄소뿐”이라는 기존 인식을 뒤집었다. 오늘날 널리 받아들여지는 비(非)CO₂ 온실가스가 지구 온난화의 핵심 동력이라는 개념은 이 연구에서 출발했다.


이 업적은 국제 사회의 행동으로 이어졌다. CFC를 전면 금지한 몬트리올 의정서는 인류 최초의 성공적인 기후 완화 정책으로 평가되며, 라마나탄의 연구는 그 과학적 토대가 됐다. 그는 이 공로로 2009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셔우드 롤런드로부터 타일러 환경상(Tyler Prize)을 수상했다.


온난화는 2000년 이전에 감지될 것


라마나탄은 예측에서도 앞서 있었다. 1980년, 그는 동료 연구자 매든(Madden)과 함께 지구 온난화가 자연 변동성의 ‘잡음’을 넘어 통계적으로 감지될 시점이 2000년 이전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예측은 2001년,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와 유엔 전문가들에 의해 공식적으로 검증됐다.


이는 오늘날 과학자들이 “기후 변화는 언제부터 명백해졌는가”를 설명할 때 기준점으로 삼는 연구다.


구름, 수증기, 그리고 ‘보이지 않는 갈색 구름’


라마나탄의 연구는 대기 전체로 확장됐다. 그는 NASA 기후 위성을 활용한 연구를 이끌며 구름이 지구를 전반적으로 냉각시키는 효과를 가진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정량화했다. 동시에 수증기가 이산화탄소의 온난화 효과를 증폭시키는 복사 상호작용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또한 그는 무인 항공기 플랫폼을 개발해 전 세계를 이동하며 대기 중 갈색 구름(Atmospheric Brown Clouds)을 추적했다. 이 연구는 대기 오염이 단기적으로는 태양 복사를 차단해 온난화를 가리는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기후 시스템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러한 성과는 유엔이 기후·청정대기 연합(Climate and Clean Air Coalition)을 창설하는 데 과학적 근거가 됐다.


남극·북극 해빙과 산불의 연결고리


오늘날 북극의 해빙 가속, 남극 빙붕 붕괴, 캐나다와 호주의 대형 산불은 라마나탄이 강조해 온 미량 가스, 에어로졸, 구름, 수증기 간의 복합적 상호작용이 현실화된 결과다. 산불로 배출된 검댕과 메탄은 빙하 표면에 쌓여 반사도를 낮추고 이는 다시 해빙을 가속한다. 기후 위기는 단일 원인이 아닌 ‘연쇄 반응’이라는 그의 경고가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다.


과학에서 윤리로, 가장 취약한 30억 명을 위해


라마나탄은 기후 위기를 단순한 과학 문제가 아닌 인류의 정의 문제로 확장했다. 그는 두 딸 니티야, 타라 라마나탄과 함께 프로젝트 수리야(Project Surya)를 설립해, 개발도상국 수십억 인구가 사용하는 고체 바이오매스 조리 방식이 기후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해결책을 제시해 왔다.


이 프로젝트는 “기후 변화로부터 가장 먼저 피해를 받는 하위 30억 명을 보호해야 한다”는 그의 철학을 상징한다.


정책과 교육으로 이어진 과학


라마나탄은 2015년 파리기후협약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황청 대표단 과학 자문을 맡았으며,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 제리 브라운의 기후 정책도 자문했다. 그는 2013년 유엔 기후 챔피언, 2018년에는 제임스 핸슨과 함께 탕상(Tang Prize) 지속가능성 과학상을 수상했다.


미국 국립과학원과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 회원이기도 한 그는 현재 UC 시스템 전반에서 기후 해결책 교육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으며, 이 강의는 장차 100만 명 이상의 학생에게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에 기반한 과학을 선택하라


81세가 된 그는 전기차를 타고 태양광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삶을 살고 있지만, 개인적 실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치와 집단 행동이라고 강조한다.


“일어나서, 올바른 지도자를 선택하고, 엉터리 과학이 아닌 데이터에 기반한 과학을 사회에 퍼뜨려야 합니다.”


남극의 얼음이 무너지고 북극이 불타는 지금, 반세기 전 밤마다 홀로 계산기를 두드리던 한 과학자의 숫자들은 예언이 아닌 현실이 되었다.

 

 

비라바드란 라마나탄(Veerasamy Ramanathan) 

 

그는 우연히 기후 과학자가 되었지만, 그의 연구는 인류가 기후 위기 앞에서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길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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