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수년간 경고해 온 핵심 광물 공급망의 고도 집중 리스크는 2025년에 들어서며 본격적으로 현실화되었다. 특히 2025년 10월 중국이 발표한 희토류 수출 통제는 에너지, 자동차, 국방, 항공우주, 인공지능, 반도체 등 전략 산업 전반에 걸쳐 심각한 국가·경제 안보 위협을 초래했다. 이에 앞서 4월에 도입된 일부 수출 규제만으로도 세계 각국의 자동차 공장이 가동률을 낮추거나 일시적으로 생산을 중단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핵심 광물 공급망의 취약성이 이미 산업 현장에서 가시화된 바 있다.
희토류에 국한되지 않고 갈륨, 게르마늄, 흑연, 텅스텐 등 반도체·배터리·항공우주·방위산업에 필수적인 전략 광물로 수출 통제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글로벌 핵심 광물 전망 2025(Global Critical Minerals Outlook 2025)』에 따르면 중국은 IEA가 추적하는 20개 핵심 광물 가운데 19개에서 최대 정련국 지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평균 시장 점유율은 약 70%에 달한다. 이 중 절반 이상은 이미 다양한 형태의 수출 제한 대상이 되고 있어, 광물 공급망 집중 리스크가 더 이상 이론적 가능성이 아니라 구조적이고 지속적인 위협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을 해소하기 위해 공급원 다변화가 가장 근본적인 해법으로 제시되지만, 신규 광산과 정련 설비 개발에는 장기간이 소요된다. 이 과정에서 전략 비축은 단기적인 공급 충격과 수출 통제로부터 산업과 고용을 보호하는 중요한 완충 장치로 기능할 수 있다. 전략 비축은 1973년 오일 쇼크 이후 석유 시장에서 이미 그 효과가 입증된 바 있으며, IEA 회원국들은 공동 비축 체계를 통해 자연재해와 지정학적 위기 등 여러 차례의 대규모 공급 차질에 공동 대응해 왔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였다.
물론 핵심 광물 시장은 석유 시장과 달리 광물별 시장 구조와 물성, 용도, 저장 조건이 크게 다르다. 이 때문에 전략 비축은 만능 해법이 아니며 공급 다변화를 대체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략 비축은 공급 충격 시 산업 연속성을 유지하고, 수출 통제의 효과를 완화하며, 시장에 심리적 안정 신호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일본, 한국, 미국 등은 전략 광물 비축을 통해 산업 피해를 완화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IEA는 이러한 전략 비축의 필요성을 보다 체계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핵심 광물 비축 평가 프레임워크’를 개발하였다. 이 프레임워크는 약 30여 종의 전략 광물을 대상으로 공급 리스크, 대체 공급 경로의 존재 여부, 전략적 중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공급 리스크 측면에서는 채굴 및 정련 단계의 공급 집중도, 가격 변동성, 수출 통제 가능성이 핵심 요소로 고려되며, 갈륨·흑연·망간·희토류처럼 정련 단계에서 중국의 점유율이 90%를 넘는 광물은 특히 높은 지정학적 리스크를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대체재가 거의 없거나 다른 광물의 부산물로 생산되는 광물은 공급 조정이 어려워 위험도가 더욱 높다. 크로뮴, 티타늄, 게르마늄과 같은 광물은 공급 차질 시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며, 갈륨·텔루륨·게르마늄처럼 부산물 형태로 생산되는 광물은 생산량을 독립적으로 확대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지닌다. 더불어 반도체, 방위산업, 항공우주 등 국가 핵심 산업에 사용되는 광물일수록 전략적 중요성이 높아 우선적인 비축 대상이 될 필요가 있다고 IEA는 보고 있다.
핵심 광물 비축의 거버넌스는 운영 주체에 따라 정부 보유형과 산업 보유형으로 구분된다. 정부 보유형은 정부나 공공기관이 광물을 직접 소유·관리하는 중앙집중식 모델로, 위기 상황에서 신속한 방출과 국가 차원의 통합 대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일본의 JOGMEC, 한국의 KOMIR와 조달청, 미국의 국방물자비축제도 등이 대표적 사례다.
산업 보유형은 민간 기업이 일정 수준의 비축 의무를 부담하거나 정부 소유 물량을 위탁 관리하는 분산형 모델로, 시장 친화적인 운영과 기업 수요 특성을 반영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중국은 정부와 산업이 역할을 분담하는 혼합 모델을 통해 핵심 광물 비축을 운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갈륨이나 게르마늄과 같은 고가·소량 광물은 정부 보유형이 금융 비용 측면에서 효율적이며, 사양이 다양하거나 저장 수명이 상대적으로 짧은 흑연 음극재나 수산화리튬 등은 산업 보유형이 운영 효율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많은 국가에서는 광물 특성에 따라 서로 다른 거버넌스를 적용하는 혼합 모델이 최적의 선택이 될 수 있다.
전략 비축에 소요되는 비용 역시 흔히 인식되는 것보다 크지 않다. 전략 비축 비용은 광물 구매 비용보다도 비축 물량을 유지·관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운영 비용이 핵심이며, 여기에는 금융비용, 보관비, 재고 회전에 따른 가격 하락으로 인한 할인 손실, 물류 및 행정 비용 등이 포함된다. IEA 분석에 따르면 IEA 회원국 전체가 중국산 갈륨 수입 물량의 6개월치를 비축하더라도 연간 운영 비용은 약 80만 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희토류 영구자석의 경우 약 9천만 달러, 수산화리튬은 약 3억 달러로 추정되는데, 이는 공급 중단 시 발생할 수 있는 산업 피해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매우 작은 규모다.
마지막으로 핵심 광물 비축은 국내 차원의 안보 수단이지만, 국제 공조를 통해 그 효과를 크게 높일 수 있다. 비축 물량의 구매와 방출 시점 조율, 전략 프로젝트에 대한 공동 지원, 저물량 광물의 공동 저장, 비축 운영 경험과 데이터 공유 등이 그 예다. IEA의 핵심 광물 안보 프로그램은 이러한 국제 협력을 촉진하는 핵심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처럼 핵심 광물 전략 비축은 더 이상 선택적 정책 수단이 아니라,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상시화된 21세기 산업국가에 필수적인 경제·안보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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