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25년 12월 광주 도로 구조물 붕괴 사고를 비롯해, 같은 해 발생한 울산 화력발전소 붕괴 사고, 2023년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까지 건설 현장에서의 대형 사고는 반복되고 있다. 건설사의 무리한 시공과 관리 부실로 인한 붕괴 사고는 더 이상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전체 산업재해 사고 457건 중 건설업 사고는 210건에 이르며, 하루 평균 약 1.3건의 건설 관련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사고를 단순한 우연이나 불운으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우리는 이 참사가 언제부터 반복되어 왔는지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1970년 와우아파트 붕괴 사고를 시작으로, 1977년 이리역 폭발 사고, 1993년 우암상가아파트 붕괴 사고,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 1995년 대구 지하철 공사장 가스 폭발 사고, 그리고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에 이르기까지 사건들은 모두 부실시공과 구조적 결함으로 발생한 대표적인 인재(人災)였다.
그중에서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는 ‘구조’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무너질 때 무엇이 함께 붕괴되는지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이 사고 이후 법과 제도는 분명 달라졌지만, 우리가 안전을 다루는 구조는 과연 얼마나 바뀌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설계는 있었지만 구조는 지켜지지 않았다
삼풍백화점은 1995년 6월 29일까지 운영되었다. 초기 기초 공사는 우성건설이 담당했지만, 이후 풍건설사업이 구조 변경을 진행했다. 건물은 지하 4층, 지상 5층 규모로, 지하 4~3층은 직원 공간, 지하 2층부터 지상 5층까지는 고객 이용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A동은 백화점, B동은 업무시설로 사용되었으며, 붕괴는 시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던 A동에서 발생했다.
문제의 핵심은 A동 5층 전문 식당가였다. 설계도상 이 공간은 롤러스케이트장으로 계획되어 있었고, 사람 하중만을 고려한 구조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무거운 주방 설비와 식당 시설이 들어서면서 1㎡당 약 360kg 이상의 추가 하중이 발생했다. 전체 면적 6,710㎡에 적용된 추가 하중은 약 2,415톤에 달했는데, 이는 2톤짜리 봉고차 약 1,200대가 동시에 5층 바닥을 누르고 있는 것과 같은 수준이다.
이를 지탱해야 할 구조는 무량판 구조였다. 넓은 바닥을 기둥만으로 떠받치는 방식으로, 구조적 여유가 거의 없는 설계였다. 부침개를 젓가락 하나로 받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위험성은 분명했지만, 건물은 몇 년간 유지되었고, 그 시간은 오히려 구조적 결함을 은폐하는 역할을 했다.
비용 절감이 생명을 밀어냈다
붕괴를 결정적으로 앞당긴 계기는 옥상 냉각탑의 이동이다. 약 137톤에 달하는 냉각탑을 아파트 방향에서 도로 방향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비용 절감을 이유로 크레인 대신 롤러를 이용한 이동 방식이 선택됐다. 이는 2톤 트럭 68대 분량의 하중을 한 번에 옮기는 것과 같다. 이 과정에서 기둥과 바닥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치명적인 손상이 쌓여갔다.
이러한 불법적인 구조 변경과 무리한 시공이 행정기관의 눈을 완전히 피해 갔을 리는 없다. 그러나 뇌물 수수와 묵인 속에서 인테리어 공사와 내부 확장은 계속됐고, 건물의 구조적 버팀 능력은 점점 약해졌다.
붕괴 전날, 5층 바닥에는 싱크홀이 발생했다. 붕괴 당일 오전에는 이미 정상적인 영업이 어려운 상태였다. 사고 약 10시간 전에는 기둥이 바닥을 뚫고 올라오는 ‘펀칭 현상’까지 관측됐다. 시설 보수팀은 이를 경영진에 보고했지만, 경영진은 보안을 이유로 상황을 숨겼다. 결국 영업 중단 대신 “영업 종료 후 보수”라는 결론이 내려졌고, 고가의 물품이 우선적으로 반출됐다.
오후 5시 57분, 붕괴는 시작됐다. 붕괴는 30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 순간, ‘GOLDEN LIFE’라는 슬로건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반복되는 이유는 법이 아니라 구조다
삼풍백화점 회장과 사장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처벌받았다. 그러나 이 사고는 개점 후 불과 6년 만에 벌어진, 충분히 예방 가능했던 참사였다. 이후 관련 법과 제도는 강화되었지만, 오늘날까지 유사한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은 문제의 핵심이 법의 부재가 아님을 보여준다.
대우리는 사회 곳곳에서 ‘안전의 중요성’을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 안전이 다뤄지는 방식은 그 말과 일치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사회는 여전히 “선 보고, 후 조치”라는 관행 속에서 움직인다. 현장에서 위험을 가장 먼저 감지하는 실무자는 즉각 대응할 권한이 없고, 중간 관리자의 지시를 기다리다 골든타임을 놓친다. 위험을 인지한 사람보다 결정권을 가진 사람이 더 늦게 움직이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자본의 효율과 비용 절감 논리는 인간의 생명보다 앞선다. 위기 상황일수록 빠르게 작동해야 할 수직적 의사결정 구조는 오히려 가장 느리게 움직인다. 그래서 사고는 개인의 실수로 정리되고, 책임은 아래로 흘러내리며, 구조는 그대로 유지된다. 사고가 발생하고, 처벌이 이루어지고,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다.
지금 필요한 것은 법 조항 몇 줄의 추가가 아니다. 현장에서 위험을 감지한 사람이 즉각 개입할 수 있도록, 권한과 책임이 함께 작동하는 구조로의 전환이다. 안전이 ‘보고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즉시 멈춰야 할 신호’로 작동하지 않는 한, 같은 참사는 형태만 바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사람의 생명이 달린 문제는 ‘보고’라는 이름 아래 지연되어서도, 비용이라는 논리로 유예되어서도 안 된다. 이는 이상적인 주장이나 감정적인 요구가 아니라,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희생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현실에 대한 관찰이다.
무너진 것은 건물이 아니었다.
우리가 안전을 다뤄온 구조, 그리고 책임을 미뤄온 사회의 방식 그 자체였다.
덧붙이는 글 | 유영록(Yu Yeong Rok)
하길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며, 사회·역사 문제를 중심으로 한 공공 의제와 교육 정책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다. 중학교 재학 시절에는 통일부 기자단으로 활동하며 한반도 평화와 분단 역사, 통일 담론을 청소년의 시각에서 취재하고 기록했다. 현재는 한국역사해설진흥원 소속 역사 해설사로 활동하며, 지역과 학교 현장을 중심으로 한국 근현대사와 사회적 기억을 전달하는 교육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한국 ESG위원회에서 거버넌스 청소년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청소년과 미래세대의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사회와 책임 있는 정책 결정 구조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역사회와 연계한 봉사활동을 통해 배운 문제의식을 실천으로 연결하며, 공동체 속에서 사회적 책임을 나누는 경험을 꾸준히 쌓고 있다. 청소년을 단순한 정책 수혜자가 아닌 사회 변화의 주체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교육·역사·공공 참여가 만나는 지점을 지속적으로 탐구하고 있다.
* 본 칼럼의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 견해로, 본지의 편집 방향이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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