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 안보 회의는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미·유럽 동맹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드러낸 무대였다. 특히 마르코 루비오미국 국무장관의 연설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동맹 구상을 압축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루비오 장관은 연단에 올라 “미국과 유럽은 단순한 파트너가 아니라 하나의 공동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서양 동맹이 공유해온 역사와 가치, 안보 이해를 거론하며 “함께하지 않으면 우리 모두가 더 취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회의에서 보다 직설적이고 압박성 발언을 내놓았던 JD 밴스부통령의 연설과 비교해 한층 부드러운 어조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연설의 핵심은 분명했다. 루비오는 “우리는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동맹국을 원한다”며 “어떤 적도 우리의 집단적 힘에 도전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유럽 국가들이 국방비 지출을 확대하고 군사적 자립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일관된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는 “미국은 동맹을 떠나지 않지만, 동맹 역시 책임을 나눠야 한다”고 말하며 안보 부담 분담의 재조정을 사실상 요구했다.
이번 발언은 최근 악화된 미·유럽 관계의 맥락 속에서 더욱 주목된다. Donald Trump 대통령은 유럽의 무역 정책과 방위비 문제를 강하게 비판해왔고, 특히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 문제를 둘러싸고 유럽과 날 선 공방을 벌였다. 미국은 전략적 가치가 큰 그린란드에 대한 영향력 확대 의지를 내비쳤고, 이에 대한 유럽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가능성을 시사하며 경제적 압박 카드도 꺼내 들었다. 이러한 조치들은 동맹 내부의 신뢰에 적지 않은 균열을 남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 주요 지도자들은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 등은 나토 틀 안에서 미국과의 협력을 유지하되, 장기적으로는 ‘전략적 자율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정치적 상황에 따라 언제든 외교 노선을 급선회할 수 있다는 불확실성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한편 회의에 참석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쟁 장기화 속에서 미국과 유럽의 확고한 안보 보장을 촉구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이 군사적 팽창 정책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종전 이전에 “실질적이고 구속력 있는 안보 보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지원 정책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어서 더욱 주목받았다.
루비오 연설 전문 주요 발언 요약
루비오 장관의 연설은 크게 네 가지 축으로 정리된다.
첫째, 공동체로서의 대서양 동맹 강조다. 그는 미국과 유럽을 “같은 문명권에 속한 전략 공동체”라고 규정하며, 가치·경제·안보가 긴밀히 연결돼 있음을 강조했다.
둘째, 안보 책임의 재균형 요구다. 그는 “동맹은 권리가 아니라 상호 의무”라며 유럽이 스스로 방위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나토의 집단방위 체제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각국이 실질적 기여를 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셋째, 억지력 강화와 경쟁 시대 인식이다. 그는 러시아뿐 아니라 중국 등 권위주의 세력의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서방의 군사·산업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약함은 전쟁을 부른다”는 표현으로 억지력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넷째, 동맹의 재설계 필요성이다. 루비오는 21세기 안보 환경이 냉전 시기와 다르다며, 무역·에너지·기술 안보를 포함한 포괄적 동맹 모델로의 전환을 시사했다. 이는 단순 군사 동맹을 넘어 경제·산업 정책까지 포괄하는 새로운 협력 틀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루비오 장관의 뮌헨 연설은 ‘동맹의 가치’와 ‘책임의 재조정’을 동시에 강조한 메시지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과 그린란드 논쟁으로 흔들린 대서양 관계 속에서, 미국은 동맹을 유지하되 그 성격을 재정의하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유럽 역시 자강론을 강화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어, 미·유럽 동맹은 이제 단순한 결속을 넘어 새로운 균형점을 모색하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BEST 뉴스
-
이 대통령 “공소청·중수청 출범, 새 형사사법체제 시작”…경찰개혁도 주문
▲이 대통령 “공소청·중수청 출범, 새 형사사법체제 시작”…경찰개혁도 주문 [사진=청와대] 이재명 대통령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을 앞두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 새로운 형사사법체제의 안정적인 정착을 주문했다. 권한과 책임이 커지는 경찰에 대해서는 외부 통제와 내부... -
이재명 대통령,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과 연쇄 회담…16일 첫 한·중앙아 정상회의
▲이재명 대통령,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과 연쇄 회담 [사진=청와대] 이재명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과 잇달아 양자 정상회담을 갖고 공급망과 인프라, 시장 확대를 비롯한 경제·안보 협력 강화에 나선다. 오는 16일에는 5개국 정상이 함께하는 첫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 -
농지 전수조사에 커진 불안…정부 “투기와 농촌의 현실 구분하겠다”
▲ 농림수산식품부의 농지 전수 조사에 대한 팩트 체크. [사진=농림수산식품부] 정부가 처음으로 전국 단위 농지 전수조사에 나서면서 농촌 현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조사 과정에서 상당수 농지가 ‘농지법 위반 의심’ 대상으로 분류되면서 고령으로 농사를 짓지 못하거나 이웃... -
경기도, 장애인 자립지원주택에 ‘AI 자립비서’ 도입…안전·건강·일상생활 지원
▲ 경기도가 자립지원주택에 거주하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AI와 IoT를 활용해 안전·건강관리와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AI 자립비서’ 사업을 10월부터 12월까지 시범 운영한다. [사진=경기도] 경기도가 자립지원주택에 거주하는 장애인의 일상생활과 안전을 돕기 위해 인공지능(AI)과 ... -
우주에서 포착한 사우디 사막…모래언덕이 그려낸 ‘지구의 예술’
▲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내려다본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막 풍경 [사진=Jessica Meir x] 끝없이 이어지는 모래 능선이 굽이치고, 능선을 따라 생긴 그림자가 대지 위에 독특한 무늬를 만든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내려다본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막 풍경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 -
사라지는 로힝야족의 마을, 폭력 피해 떠났지만 돌아갈 땅마저 잃는다
▲ UNHCR이 2026년 6월 공개한 콕스바자르 난민촌 항공사진 [사진=UNHCR] 미얀마에서 수십 년간 박해와 강제이주를 겪어온 로힝야족이 또다시 삶의 터전을 잃고 있다. 내전을 피해 고향을 떠나는 것을 넘어 이들이 살던 마을과 토지까지 사라지면서 향후 귀환할 수 있는 삶의 기반 ...
전체댓글 0
NEWS TOP 5
실시간뉴스
추천뉴스
사람들
more +-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①] “내가 맡긴 돈은 어디로 갈까”…이상진 대표가 그리는 가치금융의 미래
[편집자 주] 세상의 변화는 익숙한 현실에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로... -
인류의 달 착륙 뒤에 있었던 여성 과학자…마거릿 해밀턴, 90세로 별세
1969년 7월 20일, 인류가 처음 달에 발을 내디딘 역사적인 순간에는 보이지 ... -
오바마 “책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꾼다”…인생 바꾼 6권 다시 읽는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에게 깊은 영향을 준 책들을 다시 펼친다... -
UN 인권사무소, 말리 원주민 지도자 우무 디코 조명… “기후 정의와 원주민 권리 향상에 앞장”
유엔 인권사무소(UN Human Rights)가 7일 저녁 공식 X 계정을 통해 말리 출...
오피니언
more +-
[강윤영의 사람을 살리는 콘텐츠] ② 불안의 시대, 나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우리는 매일 수많은 정보를 만난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 -
[이경미의 AI와 미래공간 ①] AI가 바꾸는 공간, 인간의 삶
사무실 책상에 앉아 인공지능(AI)과 함께 제안서를 작성하는 풍경은 이... -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㉜ CP 우수기업 인센티브 체계와 과징금 감경 규정: 준법경영이 가져다주는 강력한 재무적·행정적 혜택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 우수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는 상징적 포상이... -
[서정태의 ESG현장클리닉④] 중소기업의 공급망 ESG 평가대응, ESG 대응 체계 구축이 중요하다.
최근 ESG는 대기업이나 상장기업만의 과제가 아니다. 해외 바이어와 대기...
기획 / 탐방
more +-
[ESG탐방] 농업 생산지가 관광 자원으로… 홋카이도 ‘패치워크 로드’와 ‘팜 토미타’가 보여준 농촌 경관의 가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의 ‘패치워크 로드’와 나카후라노의 ‘팜 토미... -
[ESG탐방] 화산 지질이 만든 지하수의 흐름… 비에이 ‘시로가네 폭포’가 보여준 자연자산의 가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정의 시로가네 온천 지역에는 화산 지질과 지하수가 ... -
[ESG탐방] 방재시설에서 관광자원으로... 자연과 함께 만들어진 홋카이도 비에이 ‘청의 호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정에 위치한 청의 호수(아오이이케·青い池)는 처... -
[ESG탐방] 아사히카와 디자인센터, 지역 산업을 지속가능한 자산으로 연결
일본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시는 가구와 목공산업이 발달한 도시다. 홋카이도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