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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문화를 읽다 ㉓] 개념의 혁명, 예술의 경계를 해체하다...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 다시 소환된 질문

  • 유연정 기자
  • 입력 2026.04.0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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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 [사진=medium, 그래픽=ESG코리안뉴스]

 

2026년 봄 뉴욕 현대미술관(MoMA)은 하나의 질문으로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이 오래된 질문의 중심에는 여전히 마르셀 뒤샹이 있다. 

 

이번 회고전은 2026년 4월 12일부터 8월 22일까지 개최되며, 개막에 앞서 4월 9일부터 11일까지는 회원 대상 프리뷰가 진행된다. 1973년 이후 미국에서 처음 열리는 그의 대규모 회고전은 단순한 전시를 넘어 동시대 미술 담론을 다시 뒤흔드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이번 전시는 뉴욕 현대미술관과 필라델피아 미술관이 공동 기획했으며 뒤샹의 초기 회화부터 후기 개념적 작업까지 약 60년에 걸친 전 생애를 아우른다. 특히 1913년 아모리 쇼에서 관람객을 충격에 빠뜨린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는 물론 그의 예술적 사유가 응축된 후기 작업들까지 포함되어 있다.


해외 주요 미술 전문지와 평론들은 이번 전시를 “뒤샹의 재발견”이 아니라 “뒤샹의 현재화”로 해석한다. 이는 그의 작업이 단순히 역사적 유산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공지능이 창작의 주체로 등장하며 ‘저작권’과 ‘독창성’의 개념이 흔들리는 지금 뒤샹이 제기했던 레디메이드와 개념미술의 문제의식은 다시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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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가방 속 상자(Boîte-en-valise) [사진=medium, 그래픽=ESG코리안뉴스]

 

전시의 핵심은 단연 ‘여행가방 속 상자(Boîte-en-valise)’이다. 이는 뒤샹이 자신의 대표작들을 축소 복제해 하나의 이동 가능한 아카이브로 만든 작업으로 일종의 ‘휴대용 미술관’이라 할 수 있다. 해외 평단은 이를 두고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스스로 큐레이팅한 최초의 메타-전시”라고 평가한다. 하나의 회고전 안에 또 다른 회고전을 삽입한 구조인 미장아빔(mise en abyme)의 극단적 실험이기 때문이다.


이 작업은 오늘날 디지털 이미지 복제와 NFT 그리고 데이터 기반 예술 환경과도 묘하게 맞닿아 있다. 원본과 복제의 경계가 무너진 시대에 뒤샹은 이미 한 세기 전 그 질문을 예견하고 있었다. 실제로 일부 해외 비평은 이번 전시를 두고 “뒤샹은 최초의 디지털 아티스트였다”는 과감한 해석까지 내놓고 있다.


또한 샘과 같은 레디메이드 작품을 통해 제기된 “선택이 곧 창작인가”라는 질문 역시 다시 부각된다. 이는 AI가 이미지를 생성하는 오늘날 인간 창작자의 역할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라는 문제와 정확히 맞물린다. 뒤샹이 변기를 미술관에 가져다 놓았을 때 벌어진 논쟁은 이제 알고리즘이 만든 이미지 앞에서 다시 반복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 전시가 단순히 작품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람객이 ‘사유의 과정’을 경험하도록 구성되었다는 점이다. 일부 해외 매체는 이를 “전시가 아니라 하나의 철학적 장치”라고 표현한다. 관객은 작품을 보는 동시에 예술의 정의를 스스로 재구성하게 된다.


결국 이번 회고전이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뒤샹은 과거 속의 거장이 아니라 여전히 진행 중인 질문 그 자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질문은 지금 우리 사회에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울려 퍼진다.


호세피나 산토스가 ‘타인의 얼굴’을 통해 공동체의 서사를 확장했다면, 뒤샹은 ‘사물의 전환’을 통해 예술의 개념 자체를 해체했다. 서로 다른 방식이지만 두 작업 모두 결국 하나의 지점으로 수렴한다. 뒤상이 우리엑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인식의 틀을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우리 모두가 가야할 길이다.


예술은 더 이상 무엇을 ‘그리는가’의 문제가 아니다.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해석하는가’의 문제다. 그리고 그 질문의 출발점에 다시 한 번 뒤샹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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