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민생 피해 지원을 위한 26조2천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이 10일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가 국회에 추경안을 제출한 지 열흘 만에 처리된 것으로, 비교적 이례적인 ‘속도전’ 심사가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는 이날 밤 본회의를 열고 해당 추경안을 재석 244명 중 찬성 214명, 반대 11명, 기권 19명으로 가결했다. 일부 야당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졌지만, 여야가 큰 틀에서 합의하면서 최종적으로 통과됐다. 이번 추경안은 총지출 규모에서 정부 원안을 유지한 가운데, 국회 심사 과정에서 사업별로 약 7천900억원이 삭감 및 증액 조정됐다.
이번 추경의 핵심은 고유가로 인한 서민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민생 지원’이다. 특히 총 4조8천억원이 투입되는 고유가 피해 지원금이 포함되면서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약 3천256만 명에게 1인당 최소 10만원에서 최대 60만원이 지급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달 중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을 대상으로 1차 지급을 시작한 뒤, 전체 대상자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 지원금은 국회 심사 과정에서 정치적 쟁점으로 부각됐다. 일부 야당은 이를 ‘선거용 예산’이라고 비판하며 삭감을 주장했으나, 협상 과정에서 정부안을 수용하면서 최종안에 반영됐다.
고유가 대응을 위한 추가 예산도 포함됐다.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정유사 손실 보전을 위해 4조2천억원이 유지됐으며, 나프타 수급 지원 예산은 정부안보다 2천억원 증액됐다. 또한 농기계와 농림·어업 분야 유류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보조금과 연안 여객선 유류비 지원도 확대됐다.
대중교통비 부담 완화를 위한 정책도 강화됐다. ‘K-패스’ 지원 예산은 기존 877억원에서 1천억원 증액돼 환급 혜택이 확대됐으며, 한시적으로 환급률을 최대 50%까지 높였다. 일정 금액 이상을 사용할 경우 추가 환급을 제공하는 ‘정액형’ 혜택도 새롭게 도입됐고, 이달 이용분부터 소급 적용돼 다음 달 환급이 이뤄질 예정이다.
반면 긴급성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판단된 일부 사업은 감액됐다. 중소기업 모태펀드 출자와 K-콘텐츠 펀드, 내일배움카드 일반 사업, 국민 문화활동 지원 예산 등이 조정 대상에 포함됐다. 이는 제한된 재원을 민생 안정 분야에 집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번 추경안은 현 정부 들어 두 번째로 편성된 것으로,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과 물가 부담 확대 등 복합적인 경제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달 31일 국회에 제출된 이후 여야 간 공방 속에서도 비교적 빠르게 처리됐지만, 본회의에서는 일부 의원들이 예산 배분의 적절성을 문제 삼으며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정부는 추경안 통과에 따라 신속한 집행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지원금 지급과 각종 환급 정책이 단기간 내 실행될 경우 서민 체감 경기 개선에 일정 부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와 함께 일회성 지원 정책의 효과 지속성 여부는 향후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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