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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⑥ 대한민국 CP의 탄생과 진화: 규제 방어에서 기업 문화로

  • 용석광
  • 입력 2026.04.12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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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규제 준수를 넘어 신뢰의 시스템으로 진화한 한국형 컴플라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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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Ai]


지난 칼럼들에서 글로벌 컴플라이언스 경영시스템의 중요성을 다루었다면, 이번에는 시선을 국내로 돌려 대한민국 기업 현장에 깊숙이 자리 잡은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 Compliance Program)'의 발자취를 살펴보려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한민국의 CP는 단순한 규제 회피 수단이 아니다. 경제 성장기의 뼈아픈 부작용을 극복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발맞추기 위해 우리 기업과 사회가 치열하게 고민해 온 '신뢰 회복의 역사' 그 자체다.

 

한국형 CP의 탄생: 호주 표준에서 시작된 자율준수의 싹

 

한국의 CP는 호주와 뉴질랜드의 컴플라이언스 표준인 'AS/NZ 3806'을 모태로 삼아, 2001년 공정거래위원회의 주도하에 탄생했다,

 

당시 한국의 기업 환경은 급속한 경제성장과 함께 덩치를 키웠지만, 그 이면에는 독과점과 불공정거래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었다, 연일 터져 나오는 기업의 비리와 윤리적 스캔들에 대한 국민의 사회적 피로감은 극에 달했고, 투명하고 윤리적인 경영에 대한 요구가 빗발쳤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이 스스로 법규를 준수하고 윤리적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표준화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이를 바탕으로 '공정거래 자율준수규범'을 제정 및 선포하게 된다.

 

부침과 진화: 혜택 폐지에서 법제화까지

 

도입 이후 CP가 걸어온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2006년 CP 등급평가 제도가 본격 도입되었으나, 일부 기업들이 이를 위법 행위에 대한 '과징금 감경 목적'으로만 악용한다는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급기야 2014년에는 국정감사 이슈로 불거지며 과징금 감경 인센티브가 전면 폐지되는 뼈아픈 부침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위기는 제도를 정교하게 가다듬는 계기가 되었다. 2019년에는 기존 7대 핵심 요소에 '기준과 절차 마련 및 시행'을 추가하여 8대 요소로 확대 개편했다. 그리고 마침내 2024년 6월,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CP 제도가 명실상부하게 법제화되었으며, 과징금 감경 혜택 등 유인 부여의 법적 근거가 부활했다. 이어 2025년에는 CP 등급평가를 우수기업 지정제(AAA, AA, A) 3단계로 전면 개편하며 제도의 실효성과 신뢰성을 한층 더 끌어올리고 있다.

 

서류에서 문화로: CP 패러다임의 전환

 

이러한 발전 과정에서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CP를 대하는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변화다. 과거의 CP가 규정 문서의 구비, 교육 이수율 채우기, 감사 체크리스트 확인 등 이른바 '정량적 관리'와 '보여주기식 행정'에 치중했다면, 최근에는 '기업 문화 기반의 CP'가 강력하게 요구되고 있다.

 

2021년 도입된 글로벌 준법경영 국제표준인 ISO 37301 역시 리스크 기반 접근과 최고경영자의 리더십, 조직 맥락의 이해를 필수 전제로 삼고 있다, 이는 규범 준수가 단순히 법무팀이나 감사팀만의 고립된 업무가 아니라, 인사, 재무, 구매, 영업 등 기업 내 모든 조직의 일상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문화적 신호체계(Signal system)'로 정착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CP는 더 이상 규제 당국을 위한 방어선이 아니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은 이해관계자의 신뢰 없이는 불가능하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ESG 공시 의무화 등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대한민국 CP는 법적 리스크를 줄이는 것을 넘어 능동적이고 전략적인 생존 무기가 되었다. 기업 스스로 준법의 기준을 세우고 이를 투명하게 증명해 내는 것, 그것이 대한민국 CP가 앞으로 완성해 나가야 할 진정한 기업의 모습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ㅣ  용석광 (Yong Seok Kwang)

 

세종대학교 경영학과에서 ESG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경영학적 통찰과 실무 전략으로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돕는 ESG 및 준법경영 전문가이다. 현재 ESGi 대표이사이자 대학의 겸임교수와 학회 이사로 활동하며 후학 양성과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또한 다수 기업 및 공공기관의 자문위원으로서 윤리·인권 경영 체계 확립을 이끌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실무 현장의 핵심 지침을 담은 《Compliance 공정거래 CP&ISO 37301 실무가이드》, 《ESG와 윤리·준법경영.ZIP》, 그리고 《ESG 경영의 근간 컴플라이언스 솔루션.ZIP》 등이 있다. 저술 활동과 강연을 통해 기업들이 규범 준수를 넘어 지속가능한 경영 문화를 구축할 수 있도록 실천적인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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