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기관 윤리경영, 보여주기식 평가를 넘어 조직 문화로 자리 잡아야
과거 역사 속에서 백성들이 민란을 일으킨 진짜 이유는 단순히 배가 고파서가 아니었다. 척박한 현실 속에서도 그들을 분노하게 한 것은 다름 아닌 불공정과 불평등이었다. 현대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국민의 피 같은 세금으로 운영되며 공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기관을 바라보는 국민의 도덕적 눈높이와 잣대는 일반 민간기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격하다.
민간기업의 최우선 목표가 이윤 창출이라면, 공공기관의 존재 이유는 공정하고 투명한 운영을 통해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있다. 과거 발생했던 LH 부동산 투기 사태는 공공기관 임직원의 내부 정보 악용 등 윤리적 일탈이 단순히 한 기관의 스캔들에 머물지 않고, 국가 공공서비스 전체에 대한 거센 사회적 반발과 불신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뼈저리게 보여주었다.
이러한 막중한 책임감 때문에 현재 많은 공공기관들은 기획재정부, 국민권익위원회, 감사원 등으로부터 다양한 청렴 및 윤리경영 평가를 받고 있다. 경영평가 점수에 따라 기관의 예산과 임직원의 성과급이 좌우되기도 한다. 하지만 단지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혹은 보여주기식 실적을 쌓기 위해 제도를 운용한다면 이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에 불과하며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진정한 청렴과 윤리경영은 수많은 평가에 대응하기 위한 방어적 행정업무가 아니라, 기관의 일상적 운영에 깊숙이 스며드는 '문화'가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공공기관이 실질적인 윤리경영 환경을 조성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첫째, ‘최고경영진의 확고한 리더십과 솔선수범’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라는 옛말처럼, 기관장과 고위 임원들이 수시로 교체되는 환경 속에서도 변함없이 윤리경영을 최우선 가치로 선언하고 실천해야 한다. 기관장이 직접 청렴 메시지를 영상이나 사내 소식지로 반복 전달하며, 전사적 목표로 삼는 톱다운(Top-down) 방식의 리더십이 발휘될 때 직원들의 가치관도 올바르게 정립될 수 있다.
둘째, ‘전문성과 권한을 갖춘 전담 조직의 운영’이다. 윤리경영을 형식적으로 담당하는 주니어급 실무자가 아니라, 시니어급 윤리 담당관을 지정하고 독립적인 윤리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이들이 내부감사팀과 유기적으로 협력해 정기적인 평가를 실시하고 즉각적인 개선 방안을 도출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체계적인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경영시스템의 통합 구축’이다. 임직원들이 두려움 없이 비위 행위를 신고할 수 있는 철저한 익명 제보 시스템을 운영하고, 부서와 직급의 특성에 맞춘 반복적인 청렴 교육을 통해 윤리 기준을 내재화해야 한다.
공공기관의 윤리경영은 더 이상 수많은 평가 지표를 쫓아가는 소모적인 작업이 되어서는 안 된다. 여러 상위 기관의 평가 기준을 하나의 통합된 컴플라이언스 경영시스템으로 묶어 일관성을 유지하고, 각 기관의 고유한 기능에 맞춰 차별화된 청렴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공공기관이 투명성과 책임을 바탕으로 가장 공정하게 움직일 때, 비로소 국민의 굳건한 신뢰라는 가장 큰 자산을 얻게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ㅣ 용석광 (Yong Seok Kwang)
세종대학교 경영학과에서 ESG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경영학적 통찰과 실무 전략으로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돕는 ESG 및 준법경영 전문가이다. 현재 ESGi 대표이사이자 대학의 겸임교수와 학회 이사로 활동하며 후학 양성과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또한 다수 기업 및 공공기관의 자문위원으로서 윤리·인권 경영 체계 확립을 이끌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실무 현장의 핵심 지침을 담은 《Compliance 공정거래 CP&ISO 37301 실무가이드》, 《ESG와 윤리·준법경영.ZIP》, 그리고 《ESG 경영의 근간 컴플라이언스 솔루션.ZIP》 등이 있다. 저술 활동과 강연을 통해 기업들이 규범 준수를 넘어 지속가능한 경영 문화를 구축할 수 있도록 실천적인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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