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패 예방부터 내부통제까지… 윤리경영 CP의 구조와 과제
지난 칼럼에서 공공기관이 왜 높은 수준의 윤리적 책임을 져야 하는지, 그리고 형식적인 평가를 넘어선 청렴 문화의 내재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살펴보았다. 공공기관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며 공익 실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므로, 투명성과 청렴성을 유지하는 것은 조직의 기본 의무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이자 가이드라인인 국민권익위원회의 '윤리경영 자율준수 프로그램(CP)'을 조명해 보고자 한다.
국민권익위의 윤리경영 CP는 공공기관 내 부패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예방하여 청렴한 운영을 지원하는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이다. 이 제도의 진정한 목적은 단기적인 평가 대응이 아니라,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윤리적 기준을 실천하도록 유도하여 청렴을 조직의 문화로 내재화하는 데 있다.
윤리경영 CP가 공공기관에 실질적으로 뿌리내리기 위해 국민권익위는 5가지 핵심 구성요소(55개 세부 진단지표)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 환경 조성이다. 최고경영진의 강력한 윤리적 리더십을 바탕으로 전담 조직을 배치하고, 명확한 정책과 절차를 수립하여 대내외 소통을 투명하게 강화해야 한다.
둘째, 부패 리스크 매핑이다. 공공 조달, 계약, 발주 등 각 기관의 고유한 업무 영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부패 위험을 식별하고 평가하여 위험 지도를 구축하는 사전 예방 작업이다.
셋째, 부패 예방 및 관리다. 윤리적 행동강령을 수립하고, 위험 신호를 조기에 감지하는 내부통제 시스템과 익명성이 철저히 보장되는 내부고발(신고) 제도를 운영한다.
넷째, 모니터링 및 개선이다. 윤리경영 실천 여부를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문제 발생 시 즉각적으로 개선 방안을 도출해 시스템을 진화시켜야 한다.
다섯째, 제재 및 인센티브다. 윤리 규정을 성실히 준수한 직원에게는 확실한 성과 보상을, 위반한 직원에게는 무관용 원칙에 따른 징계를 적용하여 제도의 실행력을 확보한다.
우리가 여기서 주목해야 할 가장 중요한 대목은, 권익위의 윤리경영 CP가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정거래 CP(8대 요소)는 물론, 글로벌 국제표준인 ISO 37301(규범준수 경영시스템), ISO 37001(부패방지 경영시스템)과 그 철학적·구조적 맥락을 정확히 같이한다는 점이다. 이들 제도는 모두 '조직 내 리스크를 식별하고 사전 예방 중심의 내부통제를 정착시킨다'는 본질적 목적을 공유한다.
하지만 현실의 행정 환경은 안타까운 면이 있다. 권익위의 윤리경영 CP와 공정위의 공정거래 CP가 사실상 거의 유사한 구조를 가졌음에도, 부처 간의 선 긋기나 행정 실적 경쟁으로 인해 현장의 공공기관과 기업들만 극심한 업무 피로도를 겪고 있다.
컴플라이언스는 행정기관의 권한 경쟁 대상이 아니다. "무엇을 위반했는가", "어떻게 예방할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 아래, 권익위, 공정위, 기재부, 그리고 글로벌 ISO 표준 등 다양한 기준을 하나의 통합된 경영시스템으로 엮어내야만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
윤리경영 CP는 수많은 평가 지표를 쫓아가는 소모적인 작업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공공기관이 이 제도를 ISO 37301과 같은 국제표준과 연계하여 체계적인 내부통제 인프라로 적극 활용한다면, 대국민 신뢰 향상은 물론 글로벌 스탠더드를 충족하는 가장 투명하고 공정한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ㅣ 용석광 (Yong Seok Kwang)
세종대학교 경영학과에서 ESG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경영학적 통찰과 실무 전략으로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돕는 ESG 및 준법경영 전문가이다. 현재 ESGi 대표이사이자 대학의 겸임교수와 학회 이사로 활동하며 후학 양성과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또한 다수 기업 및 공공기관의 자문위원으로서 윤리·인권 경영 체계 확립을 이끌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실무 현장의 핵심 지침을 담은 《Compliance 공정거래 CP&ISO 37301 실무가이드》, 《ESG와 윤리·준법경영.ZIP》, 그리고 《ESG 경영의 근간 컴플라이언스 솔루션.ZIP》 등이 있다. 저술 활동과 강연을 통해 기업들이 규범 준수를 넘어 지속가능한 경영 문화를 구축할 수 있도록 실천적인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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