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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은 칼럼] GTX-A 삼성역 환승센터가 드러낸 ‘100년 구조’의 부재... 철근 몇 개의 문제가 아니다

  • 윤재은 기자
  • 입력 2026.05.20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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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조감도 [사진=서울시]

 

GTX-A 삼성역 환승센터 철근 누락 사태를 둘러싸고 정치권 공방이 거세다. 오세훈 국민의 힘 서울시장 후보와 정원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를 비롯한 여야 정치권은 책임 소재를 두고 서로를 겨냥하고 있고, 언론 역시 ‘철근 부족’, ‘부실 시공’, ‘늑장 보고’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물론 기둥 228개 중 80개에서 대규모 철근 누락이 발견된 것은 결코 가볍지 않은 사안이다. 더구나 시공사와 관계 기관이 수개월 동안 이를 즉각 공개하지 않고 공사를 지속했다는 점은 국민 불안을 키우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단순히 “철근이 빠졌다”는 수준으로만 접근한다면 본질을 놓치게 된다.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이 거대한 지하 복합 인프라가 처음부터 얼마나 긴 시간의 미래를 바라보며 설계되었느냐는 점이다.


GTX-A 삼성역 환승센터는 단순한 지하철 승강장이 아니다. 수도권 광역철도와 도시철도, 상업시설, 환승 동선이 복합적으로 얽힌 초대형 지하 구조물이다. 그것도 지하 5층 규모의 초심도 복합 공간이다. 이런 시설은 일반 건축물이 아니라 사실상 “도시의 지하 기반”에 해당한다.


즉, 최소 100년, 길게는 200년 이상을 견딜 수 있는 구조 철학 위에서 접근해야 하는 프로젝트였다.


문제는 현재 드러난 구조 방식이 과연 그 정도의 장기 수명을 고려했는지 의문이라는 점이다. 지금처럼 철근콘크리트 기둥 의존도가 높은 구조는 시공 오차나 품질 관리 실패가 발생할 경우 시간이 흐를수록 구조적 리스크가 누적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지하 구조물은 습기, 지반 압력, 진동, 열화 현상 등으로 인해 시간이 지나면서 콘크리트 내부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더 심각한 것은 50년, 100년 후 구조 일부에 문제가 생겼을 때이다.

그때 과연 현재 구조가 손쉽게 점검·교체·보강 가능한 시스템인가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하기 어렵다.


선진국의 초장기 인프라 설계는 단순히 “무너지지 않게 만드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 구조 일부가 노후화되더라도 유지보수와 성능 회복이 가능한 구조 체계를 처음부터 설계에 반영한다. 즉, 구조는 단지 완공 순간의 안전성만이 아니라 미래 세대의 유지관리 가능성까지 포함해 설계되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GTX-A 삼성역 환승센터는 지나치게 근시안적 접근을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오히려 이런 대형 지하 복합공간은 주 구조를 H-Beam 기반의 라멘 구조 형식으로 설계하고, 기둥과 기둥 사이를 철근콘크리트 벽체로 보강하는 복합 구조 개념을 적극 검토했어야 했다.


이 방식은 구조 하중을 철골 프레임이 1차적으로 분산하고, 철근콘크리트 벽체가 2차 안전장치 역할을 수행하는 형태다. 단순한 강도 확보를 넘어 장기 내구성과 유지관리 효율성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특히 시간이 지나 특정 구간의 손상이나 균열이 발생하더라도 철골 구조는 부분 교체와 보강이 비교적 용이하다. 이는 향후 수십 년 뒤 발생할 수 있는 구조 피로와 노후화 문제에 훨씬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지금처럼 철근콘크리트 의존도가 높은 방식은 초기 시공 품질에 지나치게 많은 것을 의존하게 된다. 결국 이번 철근 누락 사태처럼 단 한 번의 관리 실패가 장기적 안전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도시는 결국 시간이 만드는 구조물이다.

특히 삼성역 같은 핵심 교통 거점은 단순한 건설 프로젝트가 아니라 미래 세대가 물려받을 공공 자산이다. 그런데도 한국의 대형 공공사업은 여전히 “예산 안에서 빨리 완공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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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조감도 [사진=서울시]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부실 시공 사건이 아니다.

대한민국이 과연 100년 도시를 설계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를 묻는 사건이다.


철근 몇 묶음이 빠진 것이 문제가 아니다.

애초에 100년 후를 생각하지 않은 구조 철학 자체가 더 큰 문제이다.


덧붙이는 글 I 윤재은(Yoon Jae Eun)

건축과 예술, 문학, 철학적 사유를 통해 인간과 공간의 본질을 탐구해 온 공간철학자이자 건축가이다. 대학에서 31년간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과 학문 연구에 헌신하였고, 그 공로로 국가로부터 근정포장을 수훈했다. 현재 국민대학교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며, 홍익대학교 건축대학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논문 「해체주의 건축의 공간철학적 의미체계」를 통해 ‘공간철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영역을 개척했으며, 이를 통해 직관과 반성을 바탕으로 공간과 사물의 본질을 이해하는 철학적 사유 체계를 제시하였다.


현재 사단법인 한국ESG위원회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약 2년 7개월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이사회 의장과 비상임이사, LH ESG 소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또한 2022년 대한민국 ESG소통 운영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가치 확산에 기여하였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UC버클리) 건축대학 뉴미디어센터 방문학자로 디지털 건축을 연구하며 미래 건축과 기술, 인간 감성의 융합 가능성을 탐구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장편소설 『비트의 안개나라』, 시집 『건축은 나무다』·『건축은 선이다』, 건축 전문서 『Archiroad』 1권(Hyun)·2권(Sun)·3권(Hee), 철학 인문서 『철학의 위로』, 공동연구 저서 『시그널 코리아 2024』·『시그널 코리아 2025』 등이 있으며, 건축과 철학, 문학을 아우르는 깊이 있는 통찰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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