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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멈췄지만 평화는 불확실"…미·이란 합의 뒤 감도는 불안

  • 유연정 기자
  • 입력 2026.06.1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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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gemini 생성이미지]

 

미국과 이란이 전쟁 종식과 핵 협상 재개를 위한 양해각서(MOU)에 합의하면서 중동 정세는 일단 최악의 국면을 벗어나게 됐다. 국제 유가 급등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으로 긴장했던 세계 금융시장도 안도의 숨을 내쉬는 분위기다.


하지만 합의의 세부 내용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국제사회는 또 다른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총성을 멈추는 데는 성공했지만, 정작 평화를 유지할 장치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복수의 행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한 외신에 따르면, 이번 양해각서는 법적 구속력을 갖춘 최종 합의라기보다 향후 협상을 위한 '정치적 문서'의 성격이 강하다. 한 관계자는 "사람들은 양해각서의 문구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며 "문서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양측 간의 이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가장 민감한 사안들이 문서 밖에 남겨졌다는 점이다.


미국은 그동안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폐기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철저한 검증을 이번 합의의 핵심 성과로 강조해왔다. 그러나 실제 양해각서에는 이란이 "핵무기를 절대 생산하지 않겠다"는 원칙적 약속 외에 구체적인 이행 방안이 명시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관리들은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 현장 폐기와 미국의 감독 참여 등에 대해 비공식적으로 동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구두 수준의 이해일 뿐 문서화되지 않았다. 외교가에서는 "진짜 합의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경제적 보상 역시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


이란은 양해각서 서명 이후 석유 및 석유화학 제품 수출을 재개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최대 3천억 달러 규모의 개발기금 혜택을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은 이를 철저한 '성과 기반 합의'라고 규정했다. 핵 프로그램 중단과 검증,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보장 등 약속 이행 여부에 따라 제재 완화와 경제적 혜택이 단계적으로 제공된다는 것이다.


동결 자산 해제 시점 역시 명확하지 않다. 문서에는 향후 협상 진전에 따라 자산이 "완전히 이용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만 적시됐을 뿐,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해제될지는 담기지 않았다. 이란으로서는 실질적인 보상을 장담할 수 없고, 미국 역시 이란의 약속을 끝까지 신뢰하지 못하는 구조다.


정치적 부담도 양국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다.


미국 내 보수 강경파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종식을 서두르면서 핵심 원칙을 양보한 것 아니냐고 의심하며 합의문 전문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이란 지도부 역시 국내 강경 여론을 의식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 협상단이 "이란이 자국민에게 설명할 수 있는 표현을 의도적으로 포함했다"고 인정한 대목은 이번 합의가 외교적 성과인 동시에 정치적 타협의 산물임을 보여준다.


동맹국들의 시선도 마냥 낙관적이지 않다.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는 일부 정상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합의 내용의 명확한 설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상당수 지도자들은 합의문 전문조차 확인하지 못한 채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들조차 합의의 실체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이번 협상의 불안 요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이번 합의가 갖는 의미를 과소평가할 수는 없다. 전면전의 위험을 낮추고 대화의 통로를 복원했다는 점에서 분명 중요한 전환점이다. 하지만 그것이 곧 평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앞으로 60일 동안 이어질 미국과 이란의 대면 기술 협상은 이번 양해각서의 운명을 결정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정치적 선언이 실질적 신뢰 구축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또 하나의 미완의 약속으로 기록될지는 아직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전쟁의 문턱에서 한발 물러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평화는 아직 서명되지 않았다. 이번 합의가 중동의 새로운 안정 질서를 여는 출발점이 될지, 불씨만 남긴 채 또 다른 위기의 전주곡으로 남을지 국제사회는 불안한 시선으로 그 다음 장면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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