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국립지리학회 참여 국제 연구진, 기후 회복력 높은 산호초 지도 공개…“핵심 지역 우선 보호 필요”
기후변화로 전 세계 산호초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미래에도 생존 가능성이 높은 산호초 지역이 예상보다 훨씬 넓게 분포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기후위기 시대 해양 생물다양성 보전 전략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미국 국립지리학회(National Geographic Society)가 참여한 국제 연구진은 최근 전 세계 산호초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분석을 통해 약 16만6천㎢ 규모의 산호초가 기후변화에 상대적으로 높은 회복력과 생존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과학계 추정치의 약 3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번 연구는 84개국 1만2천여 개 산호초 지역에서 수집된 4만5천 건 이상의 현장 조사 자료와 해양 환경 데이터를 분석한 것으로, 지금까지 수행된 산호초 회복력 연구 가운데 가장 광범위한 연구 중 하나로 평가된다.
산호초는 바다 면적의 1%도 차지하지 않지만 전 세계 해양생물의 약 25%가 의존하는 핵심 생태계다. 또한 수산업과 관광산업, 해안 침식 방지 등 다양한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하며 연안 지역 경제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수십 년간 해수 온도 상승과 해양 산성화, 해양 폭염 등의 영향으로 전 세계 산호초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특히 고수온 현상이 반복되면서 산호가 공생조류를 잃고 하얗게 변하는 백화현상(Coral Bleaching)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회복하지 못한 산호는 결국 폐사에 이르고 있다.
연구진은 해수 온도 변화와 해양 열파 발생 빈도, 수질, 해류 등의 데이터를 종합 분석해 기후변화 속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은 산호초 지역을 선별했다. 이를 바탕으로 미래에도 생존 가능성이 높은 산호초 지도를 처음으로 제시했다.
생존 가능성이 높은 산호초는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피지,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홍해 일부 지역 등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들 지역이 과거부터 상대적으로 높은 환경 변동성에 노출돼 있어 산호가 극한 환경에 적응해 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연구는 또 다른 과제도 드러냈다. 연구진이 확인한 산호초 가운데 해양보호구역(MPA)으로 지정돼 보호를 받고 있는 지역은 약 2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위기를 견딜 가능성이 높은 핵심 생태계 상당수가 여전히 보호 체계 밖에 놓여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해양보호 정책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금까지는 가능한 많은 산호초를 보호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앞으로는 기후변화 속에서도 생존 가능성이 높은 핵심 지역을 우선적으로 보호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연구가 국제사회가 추진 중인 ‘2030년까지 육지와 해양의 30%를 보호한다’는 이른바 ‘30 by 30’ 목표와도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고 평가한다. 생물다양성 보전이 단순한 환경 보호를 넘어 과학적 데이터와 예측 모델을 기반으로 한 전략적 관리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후위기로 인해 해양 생태계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연구는 제한된 자원으로 최대의 보전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에 강한 산호초를 중심으로 한 보전 전략이 향후 글로벌 해양 생물다양성 정책의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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