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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포커스] 세계의 시선이 중동으로 향한 사이…푸틴은 무엇을 얻었나

  • 권민정 기자
  • 입력 2026.06.21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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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틴 대통령이 국제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러시아대툥령실]

 

국제정치는 때로 전쟁의 승패보다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가'에 의해 움직인다. 지금 세계는 두 개의 전쟁을 동시에 목격하고 있다. 하나는 4년째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촉발한 중동 위기다.


그리고 이 두 전쟁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가장 많은 전략적 이익을 얻고 있는 인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거론된다.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만 해도 푸틴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고립된 침략자'였다. 미국과 유럽은 전례 없는 경제 제재를 가했고, 서방 언론은 러시아 경제의 붕괴 가능성을 전망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은 확대됐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오히려 결속을 강화했다.


당시만 해도 러시아의 패배는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국제정치는 직선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미국과 이란 간 충돌로 중동 정세가 급격히 불안정해지자 워싱턴의 전략적 우선순위는 분산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 방어와 중동 내 미군 보호, 호르무즈 해협 안정이라는 새로운 과제가 등장하면서 우크라이나 지원은 더 이상 유일한 안보 현안이 아니게 됐다.


푸틴 대통령이 얻은 첫 번째 이익은 바로 '시간'이다.


현대전에서 시간은 곧 자원이다. 우크라이나에 제공될 무기와 외교적 관심, 정치적 결단은 무한하지 않다. 미국 의회 내에서는 우크라이나 지원 규모를 둘러싼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고, 유럽 각국에서도 물가 상승과 재정 부담 속에 전쟁 지속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푸틴은 승리하지 못했지만, 패배하지 않는 방법을 배운 셈이다.


두 번째 이익은 에너지다.


중동 위기가 고조될 때마다 국제 유가는 출렁인다.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은 원유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세계 최대 산유국 중 하나인 러시아에 예상치 못한 수익을 안겨준다.


서방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중국과 인도 등 비서방 국가를 중심으로 새로운 수출망을 구축해 왔다. 유가 상승은 러시아 전쟁경제의 숨통을 틔우고 군수 생산을 지속할 재원을 마련해준다.


전쟁이 전쟁을 먹여 살리는 역설이다.


세 번째는 외교적 공간의 확대다.


국제사회는 위기가 중첩될수록 '관리 가능한 악역'을 필요로 한다. 러시아는 이란과 전략적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미국과 직접 대화가 가능한 몇 안 되는 강대국이다. 한때 국제무대에서 배제의 대상이었던 푸틴 대통령은 어느새 중동 문제 해결에 필요한 협상 파트너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물론 이것이 러시아의 완전한 복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러시아 경제는 여전히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전쟁 장기화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노동력 부족, 군수산업 중심의 왜곡된 성장, 인명 손실에 따른 사회적 부담은 점점 누적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드론 공격은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까지 확산되고 있으며, 전쟁의 비용은 러시아 국민들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푸틴이 얻은 이익은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은 결정적인 승리가 아니다.


그가 확보한 것은 영토의 확장보다 '국제사회의 집중력 분산'이다. 세계의 시선이 중동으로 향하는 동안 우크라이나 전쟁은 뉴스의 첫머리에서 밀려났고, 러시아는 버틸 시간을 벌었다.


하지만 버틴다는 것과 이긴다는 것은 다르다.


20세기의 냉전은 군사력의 경쟁이었지만, 21세기의 전쟁은 피로의 경쟁이기도 하다. 누가 더 오래 경제적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지, 누가 더 오랫동안 국제사회의 관심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승패를 좌우한다.


푸틴 대통령은 지금 그 싸움을 하고 있다.


세계가 또 다른 위기에 시선을 빼앗긴 사이, 그는 조용히 시간을 축적하고 있다. 다만 그 시간이 러시아 재건의 시간이 될지, 아니면 쇠퇴를 늦추는 유예기간으로 기록될지는 아직 누구도 단언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하나다.


오늘날 국제정치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전쟁이 끝날 때가 아니라, 전쟁에 익숙해질 때라는 사실이다. 세계가 우크라이나의 포성에 무감각해지는 순간, 푸틴은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역사의 시간을 벌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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