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간단체 '6월 30일까지 출국' 압박에 귀국 행렬…폭력 우려 속 국제사회 인권 침해 우려 확산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반이민 정서가 확산되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가족과 생이별을 한 채 고국으로 돌아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민간 반이민 단체들이 불법체류 외국인들에게 '6월 30일까지 남아공을 떠나라'고 압박하면서 폭력 사태를 우려한 이주민들의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외신은 남아공 더반(Durban) 지역에서 말라위와 짐바브웨, 모잠비크 등 인접 국가 출신 이주민들이 귀국 버스를 기다리며 임시 대피소에 머물고 있다고 보도했다. 상당수는 남아공에서 가정을 꾸리고 생계를 이어오던 노동자들로, 배우자와 어린 자녀를 남겨둔 채 귀국을 선택하고 있다.
말라위 출신 한 노동자는 옷 몇 벌만 챙겨 남아공 국적의 여자친구와 한 살 된 아들에게 작별을 고한 뒤 고국으로 향했다. 그는 "아이를 두고 떠나고 싶지 않지만, 남아 있으면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다"며 "내게는 죽거나 떠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반이민 단체들이 불법체류 외국인들에게 6월 30일까지 남아공을 떠나라고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다만 이 날짜는 정부가 정한 공식 출국 시한이 아니라 민간 단체가 일방적으로 제시한 것으로, 남아공 정부도 공식 정책이 아니며 불법적인 요구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이주민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최근 일부 지역에서는 외국인을 겨냥한 폭행과 상점 약탈, 주택 방화 등 폭력 사건이 잇따랐고, 합법적으로 체류 중인 외국인까지 피해를 입었다는 증언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더반의 임시 대피소에는 귀국을 기다리는 수많은 이주민이 모여 있다. 이들은 골판지와 담요에 의지한 채 버스를 기다리며 최소한의 생활을 이어가고 있으며, 구호단체들은 식량과 생필품, 의류 등을 지원하고 있다.
건설 현장에서 일해 온 또 다른 이주노동자 역시 두 어린 자녀를 남겨둔 채 귀국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가장 걱정되는 것은 아이들"이라며 "가족을 두고 떠나는 것이 무엇보다 힘들다"고 전했다.
남아공 정부는 반이민 폭력을 비판하며 귀국을 희망하는 이주민들을 위한 임시 지원시설을 운영하고 있지만,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외국인을 겨냥한 폭력을 충분히 막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이민 단체들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빼앗고 범죄를 증가시키며 공공서비스 부담을 키운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외신은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 연구를 인용해 이러한 주장이 충분한 통계적 근거를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오히려 이주민들은 노동력과 소비를 통해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측면도 있으며, 공공서비스 부족의 근본 원인은 장기간 누적된 투자 부족과 행정 문제라는 분석도 제시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이민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정치적 논쟁을 넘어 평범한 가정의 삶을 직접 흔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생계를 위해 국경을 넘었던 노동자들이 폭력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가족과 떨어져 고국으로 돌아가는 현실은 이주와 인권, 사회통합이라는 과제가 여전히 국제사회의 중요한 숙제로 남아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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