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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2.0' 본격화…법원 제동에도 새로운 무역전쟁의 막 올랐다

  • 유연정 기자
  • 입력 2026.07.24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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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법원의 제동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관세 체계를 가동하며 글로벌 무역 질서 재편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사진=The White House, 그래픽=ESG코리아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법원의 제동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관세 체계를 가동하며 글로벌 무역 질서 재편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추가 관세가 아니라 미국의 통상정책이 긴급권한 중심에서 보다 법적 안정성을 갖춘 제도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현지시간 7월 31일, 오는 8월 1일부터 유럽연합(EU), 중국, 인도, 브라질 등 60개 주요 교역국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10~12.5%의 새로운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정부에 따르면 이번 대상국들은 미국 전체 수입의 99%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교역 상대국이다.


이번 조치는 올해 초 미국 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비상사태를 근거로 시행했던 광범위한 관세 정책에 제동을 건 이후 처음으로 시행되는 새로운 무역 정책이다. 당시 법원은 긴급권한을 활용한 포괄적 관세 부과에 법적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보다 명확한 법적 근거를 가진 무역법 301조(Section 301 of the Trade Act of 1974)를 활용해 새로운 관세 체계를 마련했다.


해외 통상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이 단순한 우회 전략이 아니라 향후 미국 무역정책의 새로운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301조는 불공정 무역관행이나 강제 기술이전, 지식재산권 침해 등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로, 과거 중국을 대상으로 한 관세에서도 법적 효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긴급권한에 비해 사법적 안정성이 높아 장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기업들이 더 주목하고 있다.


이번 관세 부과의 명분은 강제노동 문제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수개월간의 조사를 통해 일부 국가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제품 생산 과정에 강제노동이 사용됐으며, 해당 국가들이 이를 충분히 개선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대부분 국가에는 12.5%의 관세를 적용하고, 강제노동 근절을 위한 조치를 취한 일부 국가에는 10%의 낮은 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조치가 단순한 보호무역 정책이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의 윤리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는 인권 문제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미국 제조업 보호와 무역적자 축소를 위한 경제안보 전략이라는 해석도 적지 않다.


국가별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즉각 성명을 내고 이번 관세를 수용할 수 없다며 상호주의 원칙에 따른 대응을 예고했다. 반면 멕시코는 현재 적용받는 실효 관세에 큰 변화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비교적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유럽연합과 중국 역시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정책은 기존 관세 체계와의 중복을 피하기 위해 시행 시점도 조정됐다. 올해 초 도입됐던 10%의 포괄적 관세가 종료되는 시점에 맞춰 새로운 관세를 적용함으로써 기업들이 겪었던 혼란을 줄이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것이 미국 정부의 설명이다. 실제로 글로벌 기업들은 지난 1년간 반복된 관세 인상과 유예 조치로 공급망과 가격 정책을 수차례 수정해야 했으며, 보다 안정적인 통상 환경을 요구해 왔다.


다만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당장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상당수 수입업체들이 이미 기존 관세를 부담해 왔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가격 변동이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향후 추가적인 관세 조치가 이어질 경우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소비자 가격에 반영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이번 조치 외에도 추가적인 무역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과 유럽연합, 멕시코 등을 대상으로 제조업 과잉생산과 불공정 경쟁 여부를 조사하고 있으며, 캐나다산 일부 제품에는 다음 달부터 최대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계획도 발표했다. 이는 미국이 특정 국가와 품목을 중심으로 무역 압박을 확대하는 동시에 공급망 재편을 가속화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국제 경제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단순한 관세 인상을 넘어 글로벌 통상 질서의 구조적 변화를 의미한다고 분석한다. 과거 자유무역 확대가 국제경제의 핵심 원칙이었다면, 최근에는 경제안보와 공급망 안정, 전략산업 보호가 무역정책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반도체와 배터리, 핵심 광물, 첨단 제조업 등 전략산업을 중심으로 관세와 보조금, 투자 규제를 결합한 새로운 산업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번 관세 역시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관세 2.0' 정책이 단기적인 무역 압박을 넘어 글로벌 기업들의 공급망과 투자 전략을 다시 한번 재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이 보다 법적 안정성을 갖춘 통상수단을 활용하기 시작한 만큼, 향후 보호무역 기조가 일시적인 정책이 아니라 장기적인 경제전략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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