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기반 선제적 위험관리로 ESG 거버넌스 강화…공공기관 신뢰 제고
공공기관의 경영에서 안전과 투명성, 책임성이 핵심 가치로 부상하면서 감사와 내부통제의 방식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 감사가 규정과 절차를 사후적으로 점검하는 역할에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인공지능(AI)과 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해 위험요인을 사전에 발견하고 사고 가능성을 줄이는 선제적 관리체계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지역난방공사(한난)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과 손잡고 AI 기반 감사와 안전보건 감사 역량 강화에 나선 것도 이러한 변화의 흐름으로 볼 수 있다.
한국지역난방공사(사장 하동근)는 지난 7일 성남시 소재 본사에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사장 김현중)과 감사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은 친환경 에너지를 공급하는 한난과 산업재해 예방을 담당하는 공단이 각자의 전문성을 공유해 공공기관의 내부통제 체계를 고도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양 기관은 특히 AI와 데이터 분석을 활용한 디지털 감사기법을 교류하고 안전보건 분야의 감사 전문성을 강화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이번 협약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감사와 AI의 결합이다. AI와 데이터 분석 기술은 방대한 업무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기존의 감사 방식으로는 발견하기 어려웠던 이상 징후나 위험 패턴을 찾아내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이를 통해 감사가 문제가 발생한 이후 원인을 찾는 사후적 기능에서 벗어나 위험을 사전에 감지하고 대응하는 예방적 기능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에너지와 산업안전 분야에서는 작은 위험요인이 대규모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선제적인 위험관리의 중요성이 크다. 설비 운영과 작업환경, 안전관리 과정에서 축적되는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위험 가능성을 조기에 파악한다면 사고 예방과 안전관리 수준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
ESG 관점에서도 이번 협약은 의미가 있다. ESG의 ‘G’에 해당하는 거버넌스는 단순히 이사회 운영이나 준법경영에 국한되지 않고 조직의 의사결정 구조와 내부통제, 위험관리, 투명성을 포함한다. 또한 산업안전과 근로자의 건강을 보호하는 것은 ESG의 ‘S’, 즉 사회적 책임과도 직접 연결된다.
따라서 AI 기반 디지털 감사체계 구축과 안전보건 감사 전문성 강화는 G와 S를 동시에 강화하는 ESG 경영의 실천 방식으로 볼 수 있다. 기술을 활용해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안전 관련 위험을 사전에 관리함으로써 조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동시에 근로자와 국민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이라는 특성도 이번 협력의 의미를 더한다. 공공기관은 국민의 세금과 공공자원을 활용하고 국민 생활과 밀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일반 기업보다 높은 수준의 투명성과 책임성이 요구된다. 감사체계의 디지털화는 이러한 공공기관의 책임성을 기술적으로 뒷받침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한난은 이번 협약을 계기로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영방침을 감사행정에도 적극 반영하고 첨단 감사기법을 선제적으로 도입해 공정하고 투명한 감사체계를 확립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안전관리와 감사업무를 별개의 영역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위험관리 체계 안에서 통합적으로 관리하려는 접근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AI를 활용한 감사가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기술 도입 자체보다 데이터의 정확성과 품질, 분석 결과에 대한 인간의 검증, 개인정보 및 민감정보 보호, AI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 등 새로운 거버넌스 과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AI가 위험 신호를 찾아내더라도 최종적인 판단과 책임은 조직과 사람에게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공공기관의 AI 감사체계는 단순히 감사업무를 자동화하는 수준을 넘어 데이터 기반 위험관리와 인간의 판단을 결합하는 새로운 내부통제 모델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 기술이 감사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공공기관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활용돼야 한다는 의미다.
한난 이세걸 상임감사위원은 “안전보건 분야 최고의 전문 기관인 공단과의 협력을 통해 당사의 안전보건 감사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려 선제적인 위험 예방에 기여할 것”이라며 “양 기관이 디지털 전환 시대에 발맞춰 AI 기반 감사 체계를 선도적으로 구축해 국민에게 더욱 신뢰받는 공공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은 AI가 공공기관의 감사와 내부통제 영역으로 본격적으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안전보건이라는 사회적 책임과 디지털 거버넌스를 결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에너지 공기업의 핵심 과제인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과 산업안전을 데이터 기반 위험관리 체계와 연결한다는 점에서 향후 공공기관 감사의 방향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수 있다.
결국 미래의 감사는 문제가 발생한 뒤 책임을 묻는 방식에서 벗어나 위험을 미리 발견하고 사고를 예방하는 시스템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 AI와 데이터가 감사의 새로운 눈이 되고, 안전보건 전문성이 이를 현실의 위험관리와 연결한다면 공공기관의 내부통제 역시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다.
한난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이번 협력은 이러한 변화의 출발점이다. AI 기반 감사, 안전보건 전문성, 데이터 기반 위험관리가 결합될 때 공공기관의 ESG 경영은 선언을 넘어 실제 위험을 줄이고 국민의 신뢰를 높이는 실천형 거버넌스로 발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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