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5년 산둥성 칭저우 쑤부툰 1호묘서 출토…왕릉급 무덤과 ‘아추’ 명문, 상 왕조 동부 지배체제 연구의 핵심 유물
약 3천 년 전 중국 상(商)나라 시대에 제작된 청동 도끼가 독특한 사람 얼굴 문양으로 다시 해외 온라인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크게 뜬 두 눈과 벌어진 입, 드러난 치아 때문에 오늘날에는 마치 웃는 얼굴처럼 보이지만, 이 유물은 단순한 장식품이나 흥미로운 고대 미술품이 아니다. 상나라 후기의 정치권력과 군사적 위계, 중앙과 동부 지역 세력의 관계를 보여주는 중요한 고고학 자료다.
유물의 이름은 아추월(亞醜鉞·Ya Chou Yue)이다. ‘월(鉞)’은 일반적인 도끼보다 날이 넓은 대형 도끼를 가리키며, 고대 중국에서는 무기로 사용되는 동시에 지배자의 권력과 군사적 권위를 나타내는 의례적 성격을 가진 기물로 발전했다.
아추월은 1965년 중국 산둥성 칭저우(青州) 쑤부툰(蘇埠屯)에서 발굴된 상나라 시대의 대형 무덤인 M1(1호묘)에서 출토됐으며 현재 산둥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길이는 32.7㎝, 날의 폭은 34.5㎝다. 중국 측 문화유산 자료 역시 출토 연도와 장소, 크기를 동일하게 기록하고 있다.
웃는 얼굴인가, 위압적인 얼굴인가
아추월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몸체 중앙을 뚫어 만든 투조(透雕) 방식의 사람 얼굴 문양이다.
활처럼 휘어진 눈썹과 둥글게 뜬 눈, 돌출된 코, 크게 벌어진 입과 치아가 표현돼 있다. 현대인의 눈에는 입꼬리가 올라간 모습 때문에 ‘미소 짓는 얼굴’처럼 보이기도 한다. 실제 해외 소개 자료에서도 ‘grinning face’, 즉 웃거나 이를 드러낸 얼굴로 소개되면서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그러나 이것을 고대인이 의도적으로 만든 ‘웃는 얼굴’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산둥박물관 관계자의 기존 설명에 따르면 이러한 표현은 위엄과 공포감을 동시에 강조하는 상나라 청동기의 조형적 특징과 연결된다. 사람 얼굴이 적을 위협하기 위한 표현이었다는 해석도 있지만 정확한 제작 의도까지 확인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미소를 표현한 유물’이라기보다 오늘날 관람자의 시각에서 웃는 모습으로 인식되는 위압적인 인면문(人面紋)이라고 설명하는 편이 정확하다.
유물의 명칭인 ‘아추’도 얼굴이 ‘추하다(醜)’는 의미에서 붙은 이름이 아니다.
몸체에 새겨진 ‘亞醜(아추·Ya Chou)’ 명문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국립고궁박물원 자료에 따르면 이 표지는 상나라 후기의 씨족 또는 집단을 나타내는 표장(emblem)으로 일반적으로 ‘Ya Chou’라고 판독되고 있으며, 아추 표장이 있는 청동기는 현재 100점 이상 알려져 있다. 다만 ‘醜’자의 정확한 판독과 의미를 둘러싸고는 학술적으로 이견이 존재한다.
아추월이 중요한 진짜 이유는 ‘무덤’에 있다
아추월의 역사적 가치를 이해하려면 유물 자체보다 출토 장소인 쑤부툰 M1묘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이 무덤에는 동·서·남·북 방향으로 이어지는 네 개의 묘도(墓道)가 설치돼 있었다. 중국 상나라 후기의 중심지였던 허난성 안양 은허(殷墟)의 왕릉에서도 확인되는 최고위급 무덤 구조다.
특히 학술자료에 따르면 안양의 상 왕릉을 제외하면 상나라 후기 유적 가운데 네 개 묘도를 갖춘 무덤이 확인된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쑤부툰 M1이다.
중국 지방정부 문화자료에 기록된 M1의 규모도 상당하다. 무덤 입구는 남북 약 15m, 동서 약 10.7m이며 깊이는 약 8.25m였다. 아추월을 포함한 대형 청동월 두 점은 북쪽 묘도 입구에서 발견됐다.
무덤에서는 아추 명문을 가진 다른 청동기들도 발견됐다.
이 때문에 쑤부툰 일대를 아추 집단의 묘역으로 보는 견해가 제시돼 왔다. 국립고궁박물원 역시 이곳을 아추 씨족의 묘지였을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설명하면서, 가장 높은 위계의 무덤 주인이 상 왕조와 관련된 지역 군사 지도자였을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수도 안양에서 약 400㎞ 떨어진 곳에 나타난 ‘왕릉급 문화’
더 중요한 문제는 쑤부툰의 위치다.
상나라 후기 정치 중심지였던 안양에서 동쪽으로 약 400㎞ 떨어진 산둥 지역에서 왕실과 매우 유사한 장례문화와 청동기 문화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쑤부툰에서 발견된 청동기의 종류와 장식 양식, 음식·술을 담는 제사용 청동기의 구성, 장례 방식 등은 안양의 상나라 지배층 문화와 높은 유사성을 나타낸다. 해외 중국미술 전문 학술지 Orientations에 실린 미니애폴리스미술관 중국미술 담당 큐레이터 류양(Liu Yang)의 연구 소개 역시 이러한 고고학적 유사성을 근거로 아추 집단이 상나라 지배층과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고 평가한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아추가 독립적인 ‘국가’였는지, 상 왕실과 혈연적으로 연결된 씨족이었는지, 상 왕이 동부 지역에 배치한 군사 집단이었는지는 완전히 확정되지 않았다.
일부 연구에서는 ‘亞’를 세습적인 군사 관직 또는 지위와 관련된 표현으로 해석한다. 갑골문에 등장하는 ‘소신추(小臣醜)’라는 인물과 아추 집단을 연결하고, M1의 주인이 상 왕실에 의해 동부 지역에 파견된 군사 지도자였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하지만 이는 유력한 학술적 가설 가운데 하나이지 확정된 사실은 아니다.
따라서 SNS에서 간혹 등장하는 ‘아추월 주인은 상나라 동부군 사령관이었다’거나 특정 고대 국가의 군주였다는 식의 설명은 현재의 고고학적 증거보다 한 단계 앞선 주장이다.
청동 도끼가 상징하는 ‘권력’
월은 중국에서 신석기시대부터 석기와 옥기로 만들어졌고, 높은 신분의 무덤에서 권위를 나타내는 부장품으로 발견된다. 청동기시대에 접어들면서 대형 청동월은 단순한 전투 도구를 넘어 군사적 지휘권과 정치적 지위를 나타내는 상징물로 발전했다. 중국 측 문화유산 자료에서도 상나라 청동월을 왕후·귀족 등의 권력과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기물로 설명한다.
아추월처럼 크기가 크고 정교한 인면문까지 투조한 청동월을 실제 전투용 도끼와 동일하게 보는 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출토 맥락과 크기, 장식성, 최고위급 무덤에서의 위치 등을 고려하면 실용적인 무기 이상의 의례·권위 상징물이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더욱이 M1에서는 아추월과 함께 또 다른 대형 인면문 청동월이 발견됐다. 두 유물은 상나라 청동기 문화에서도 매우 이례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재미있는 표정의 도끼’에서 상나라 정치지도를 읽다
아추월은 오늘날에는 독특한 표정 때문에 먼저 시선을 끈다. 해외 온라인 이용자들도 ‘eternal smile’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현대적인 감각으로 이 얼굴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고고학적으로 중요한 것은 그 ‘표정’ 뒤에 있는 권력의 흔적이다.
상나라의 중심지에서 약 400㎞ 떨어진 산둥 지역에 왕릉에 버금가는 대형 무덤이 존재했고, 그 안에서 권력을 상징하는 대형 청동월과 아추 명문 청동기가 함께 발견됐다는 사실은 상 왕조의 정치·군사 네트워크가 동부 지역과 어떻게 연결돼 있었는지를 연구하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3천여 년이 지난 오늘날 사람들에게는 웃는 얼굴처럼 보이는 청동 도끼. 하지만 상나라 시대 사람들에게 이 얼굴은 웃음보다는 권위와 위엄, 그리고 그것을 행사할 수 있는 지배자의 힘을 보여주는 이미지였을 가능성이 더 크다.
아추월이 단순히 ‘기묘한 고대 유물’을 넘어 중국 청동기시대의 정치 구조와 지역 지배 관계를 보여주는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평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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