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이란 협상 교착 속 선박 공격 잇따라…국제유가 다시 상승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중동 정세가 다시 불안정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최근 전투의 중심은 이란 본토에 대한 대규모 공습에서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해상 대치로 이동하는 양상이다.
미국과 이란은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권과 이란에 대한 제재 해제, 동결자산 문제 등을 둘러싼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최종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
특히 12일 국제유가는 미·이란 간 합의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회의론이 커지고 중동 해상에서 선박 공격이 이어지면서 상승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날 브렌트유는 전 거래일보다 72센트 오른 배럴당 89.63달러,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71센트 상승한 83.91달러를 기록했다.
호르무즈 해협, 전쟁의 핵심 협상카드로
현재 이란전쟁의 최대 쟁점 가운데 하나는 호르무즈 해협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산유국에서 생산된 원유와 천연가스가 세계시장으로 이동하는 핵심 해상 통로다. 전쟁 이전에는 세계적으로 거래되는 석유와 가스 물량의 상당 부분이 이곳을 통과했다.
그러나 전쟁 이후 이란이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면서 선박 운항이 급격히 감소했다. 미국 역시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를 강화하면서 양국의 군사적 대치가 상업용 선박의 안전 문제와 국제 에너지 시장의 불안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기 위한 조건으로 미국의 태도 변화와 제재 완화, 이란 자산 동결 해제, 전쟁 피해에 대한 보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란 국가안보 관련 고위 당국자는 미국이 이러한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해협을 개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반면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자유로운 상업 운항이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 측은 이란과 오만 사이에서 해협의 운항 문제에 대한 진전이 있을 경우 이란 항구에 대한 봉쇄를 완화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왔다.
결국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문제가 단순한 해상교통 문제가 아니라 미·이란 협상의 핵심 의제로 자리 잡은 셈이다.
오만 중재에도 협상은 다시 교착
미·이란 간 직접 협상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란은 미국과의 직접적인 협상을 거부하면서 오만을 통한 간접적인 소통에 의존하고 있다.
최근 이란과 오만은 호르무즈 해협의 새로운 선박 운항 경로를 설정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며, 이란 측은 관련 합의가 최종 단계에 가까워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협을 실제로 개방하는 문제는 미국이 이란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과 연계돼 있다는 것이 이란의 입장이다.
미국은 이란과 오만 간 협상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다고 평가하면서 상업용 선박 운항이 정상화되면 이란 항구에 대한 봉쇄를 해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양측의 발표에는 여전히 상당한 간극이 존재한다.
최근에는 선박 공격까지 이어지면서 협상 분위기가 다시 악화되고 있다. 로이터는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의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선박 관련 공격이 잇따르면서 에너지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의 압박, 호르무즈 넘어 홍해까지
이란의 압박 전략은 호르무즈 해협에만 국한되지 않고 있다.
이란과 연계된 예멘 후티 세력의 활동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홍해와 아덴만 일대에서 선박에 대한 공격 위험이 커지면서 호르무즈 해협과 바브엘만데브 해협이라는 두 개의 핵심 해상 교통로가 동시에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로이터는 이란이 여러 해상 요충지와 에너지 시설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방식으로 미국의 양보를 끌어내려는 압박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전쟁의 무대가 이란과 이스라엘, 미국 사이의 직접적인 군사 충돌을 넘어 중동 전역의 해상교통과 에너지 인프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의미다.
걸프 국가들도 안보 강화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이란 주변국들의 대응도 달라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튀르키예, 파키스탄은 최근 공동방위협정을 체결하며 역내 안보 협력을 강화했다. 이란의 미사일 공격과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정이 걸프 지역의 에너지 생산시설과 해상교통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중동 국가들이 미국에만 안보를 의존하기보다 자체적인 방위 협력망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으로도 해석된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 주요 산유국들은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원유 수출뿐 아니라 정유시설과 항만, 해상 물류망까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국제유가·물류시장으로 번지는 전쟁의 충격
전쟁의 장기화가 국제경제에 미치는 가장 직접적인 충격은 에너지 시장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이 감소하면서 국제 원유 공급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12일 국제유가는 미·이란 평화협상에 대한 회의론과 선박 공격 소식이 겹치면서 상승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역시 중동의 공급 차질이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로이터는 EIA가 중동의 공급 차질이 2027년까지 하루 약 60만 배럴 수준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전망했다고 전했다.
물론 미국 내 원유 재고 증가가 단기적으로 공급 충격을 일부 완화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의 운항이 정상화되지 않는다면 국제유가의 위험 프리미엄이 쉽게 사라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면전’보다 더 복잡해진 새로운 국면
현재 이란전쟁은 전면적인 공습이 계속되는 국면과는 다른 형태로 변하고 있다. 휴전과 협상 가능성이 존재하면서도 선박 공격과 해상 봉쇄,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위협이 반복되는 복합적인 충돌 양상이다.
미·이란 양측 모두 전쟁을 끝낼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합의 조건을 놓고서는 한 치의 양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해상교통 통제를 핵심 문제로 보고 있으며, 이란은 제재 해제와 자산 동결 해제, 전쟁에 대한 보상,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영향력 확보 등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전쟁의 향방은 전선에서의 군사적 승패뿐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외교적 타협이 가능한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양측이 해협의 통항 조건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선박 공격과 해상 봉쇄가 다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반대로 호르무즈 해협의 상업 운항이 안정적으로 재개되고 이를 계기로 제재와 핵 문제에 대한 협상이 진전된다면 장기화된 전쟁을 종식시키는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2026년 이란전쟁은 단순한 미·이란 간 군사충돌을 넘어 에너지와 해상교통, 지역 안보질서, 국제경제가 동시에 얽힌 복합적인 지정학적 위기로 발전하고 있다. 8월 들어 다시 높아진 긴장 속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운항 정상화와 미·이란 협상 재개 여부가 향후 중동 정세를 결정할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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